우리나라는 석유화학 산업 강대국으로 세계 5위라는 석유화학 제품 수출 규모를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7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석유화학 산업 기술’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석유로 얻은 기술과 경제 발전엔 환경오염이란 문제점이 존재한다.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며 이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상에 스며든 흘러든 석유산업 
세계석유공학자협회는 석유를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탄화수소의 혼합물’로 정의한다. 탄화수소는 탄소와 수소의 결합으로 구성된 물질이다. 석유는 이러한 탄화수소 분자들이 섞인 혼합물로써 해당 형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단 특징을 가진다. 분자의 크기가 비슷한 물질은 녹는점, 밀도, 끓는점과 같은 물리적 성질도 유사하기 때문에 증류를 통한 혼합물의 분리가 가능하다. 끓는점에 따라 분별 증류된 석유인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는 자동차, 비행기 그리고 선박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석유는 고무, 플라스틱, 섬유를 가공할 때 쓰이는 원료로 각종 가공제품의 핵심재료로 이용된다. 
석유산업은 석유 탐사부터 채굴, 수송, 정제 및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칭한다. 이런 석유산업은 지하에 보존된 석유를 탐사하고 생산하는 상류부문, 생산된 석유를 정유공장까지 운송하고 저장하는 중류부문 그리고 생산된 원유를 정제하고 사용하는 하류부문으로 나뉜다. 정제되지 않은 상태의 석유인 원유를 분별 증류해 얻어낸 휘발유나 나프타(Naphtha)를 생산해내는 과정은 가장 마지막에 이뤄진다. 나프타를 재가공하면 욕조, 양말, 휴대폰 등의 기초 주요 원료로 이용되며 이런 물건들 모두 석유화학 제품에 해당한다. 이런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산업 역시 하류부문에 속한다. 
석유화학 제품은 제조, 유통 및 폐기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석유산업 중 석유화학의 공정은 냉각이나 압축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본교 박경태 화공생명공학부 교수는 “물질이 상태변화를 하기 위해선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된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화석연료는 공정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표적인 노력으로 개인,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함께하는 ‘탄소발자국’ 제도가 있다. 이는 석유화학 제품의 탄소배출량 정보를 표시하는 제도로 저탄소 소비문화를 전파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석유화학의 핵심이자, 환경오염의 원인
일산화탄소는 석유화학 산업 공정의 핵심 물질이다. 탄소와 산소 하나로 이뤄진 일산화탄소는 산소계 화합물의 기본 원료로 사용된다.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기존 기술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방출한다. 현재까지 석유화학 산업에 사용된 일산화탄소는 ‘부분 산화 공정’과 ‘습식 개질 공정 방식’으로 제조된다. 두 공정 방식 모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방출이 불가피하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부분 산화 공정 방식에 사용된 석탄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국내 여러 기업은 일산화탄소 공정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있다. 지난 2월 9일(화) 한국석유화학협회,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SK종합화학, LG화학 등의 석유화학 기업이 모여 ‘석유화학 탄소제로 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했다. 본 회의에선 ‘2050 탄소중립’, 친환경 제품 제작 그리고 에너지효율 설비 공정개선 투자 계획이 추진됐다. 이외에도 기업들은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대체재로 일산화탄소를 생산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친환경 석유화학 산업을 위해 일산화탄소의 대체재로서 이산화탄소가 주목받고 있다.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존 일산화탄소 공정 방식 대신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친환경 공정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장태선 환경자원연구센터 박사는 “이산화탄소가 일산화탄소 대신 사용될 경우 기존에 있던 석유화학 공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경제적인 대안으로 이산화탄소 재사용이 주목받고 있다. 김예서(응용물리 21) 학우는 “고등학생 때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가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고 배웠다”며 “이산화탄소가 일산화탄소를 대체해 대기오염을 막을 수 있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버려진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다. 
지난 10일(수) 이산화탄소로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생산해내는 촉매기술을 만들었다. 김 교수는 “반응성이 낮은 두 개의 화합물을 반응시키는 과정이므로 촉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하나의 원료로 바꾼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이 공정 과정의 정식 명칭은 ‘건식개질 공정’이다. 건식개질 기술은 대량의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 또한 야기하지 않아 친환경 석유화학 산업으로 여겨진다. 박 교수는 “건식개질 기술은 현재 석유화학 산업의 에너지 감축 흐름의 연장선이다”고 말했다.
건식개질 방법의 핵심이자 가장 큰 한계는 촉매기술이다. 건식개질 기술에 사용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반응성이 낮은 화합물로 반응 중 촉매가 비활성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촉매는 많은 양의 원료에 오랜 시간 적용 될수록 좋다. 이에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이용해 약 1만 시간 동안 적용할 수 있는 안정한 촉매를 확보했다. 김 교수는 “건식개질 공정은 기술개발의 초기 단계로 현재 전환율 및 수율 측면에 있어 상용화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화학연구원은 본 기술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연구원과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건식개질 기술의 상용화가 가까워지고 있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공정의 촉매를 교체하는 데 투입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장 박사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국내 화학기업에 기술 이전을 진행하며 기업과의 협업을 시작했다”며 “실제로 몇 년 안에 건식개질 기술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건식개질 공정은 기존에 있던 후속 공정은 그대로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므로 경제적 이점이 있다. 김 교수는 “이산화탄소로부터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제조하는 공정은 이산화탄소 활용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식 개질 기술을 사용해 약 1톤의 일산화탄소 제조할 경우, 약 1.053톤의 이산화탄소가 재활용된다. 

붙잡힌 탄소, 원료로 저장되다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석유화학산업에 활용되기 위해 ‘탄소포집활용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탄소포집활용 기술은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본 기술은 이산화탄소 포집부터 운송 및 사용까지 총 3단계로 분류된다. 첫단계인 포집 기술은 산업 공정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저장 및 운반 과정을 거쳐 다른 소재나 제품으로 활용된다. 앞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의 기본 원료인 일산화탄소를 제작하는 기술은 탄소포집활용 기술 중 ‘사용’ 단계에 포함된다. 박 교수는 “탄소포집활용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공간이 없을 경우, 이를 다른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세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새로운 원료를 창출하는 탄소포집활용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활용가치가 높은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탄소포집활용기술 로드맵’을 마련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14개의 탄소포집활용 상용제품을 확보하고 오는 2040년까지 세계 시장가격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 장 박사는 “정부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모습은 크게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곳에서 탄소포집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촉매 기술을 시작으로 이산화탄소의 생물학적 저장 기술과 인공광합성을 통한 연료 전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 중 인공광합성을 활용한 기술은 자연 속에서 수천만 년 동안 사용된 광합성을 포도당을 생산 방식에 적용해 개발됐다. 본 방식은 실제 태양광 대신 인공 빛을 사용해 물을 분해한 후 수소를 얻고 이를 이산화탄소와 반응 시켜 포도당 대신 메탄올이란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보호를 위해선 이산화탄소 배출 외에도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세계에서 탄소포집활용 기술 개발의 영향력은 막대할 것이다”고 얘기했다.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산업 속 ‘친환경 기술’은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석유화학 산업과 같은 고착화된 산업공정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장 박사는 “국민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술에 대한 투자와 함께 이산화탄소 사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경제성이 확보된 탄소중립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인식되던 일산화탄소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전환점’이 됐다. 앞으로 모든 산업의 방향성은 친환경으로 통할 것이며, 환경오염을 고려하지 않던 산업 역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시험생산장치로, 한국화학연구원은 본 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건식개질 공정’ 실험을 진행한다.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시험생산장치로, 한국화학연구원은 본 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건식개질 공정’ 실험을 진행한다.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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