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소비자원의 ‘온라인 쇼핑몰 새벽 배송 서비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새벽 배송 시장은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8천억원이던 새벽 배송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5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하던 새벽 배송 업체들은 최근 배송 지역을 충청권까지 확대했다. 주문 후 7시간 이내에 제공되는 새벽 배송 서비스는 편리함과 신속함을 내세워 서비스 대상과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유통체계 발전으로 등장한 새벽 배송
물류 업체는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방식으로 상품을 운송한다. 택배 배송 조회에서 볼 수 있는 옥천 허브, 곤지암 허브가 허브 앤 스포크 방식에서 물류가 모이는 곳이다.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은 판매 업체가 판매 지점에서 발송한 택배를 허브에 모아 분류한 후 각 배송 지점으로 보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한 곳에 모였다가 각 배송지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배송 완료까지 최소 이틀이 소요된다.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은 신선식품과 같이 빠른 배송이 필요한 상품에 부적합하다. 이틀 동안 신선식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냉동 창고 관리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업체들은 새로운 유통 체계인 ‘콜드 체인(Cold Chain)’을 도입해 식료품 배송을 시작했다. 저온 유통체계인 콜드 체인은 유통 과정에서 신선식품이 상하지 않도록 식료품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콜드 체인 방식에선 저온 유통이 가능한 물류 창고 및 배송 차량이 필요하다. 콜드 체인의 도입으로 허브 앤 스포크 방식에서 어려웠던 신선식품 배송이 가능해졌다.

신선식품 배송이 가능해지며 새벽 배송 시장이 성장했다. 새벽 배송 업체는 소비자가 전날 자정 전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오전7시 전 소비자의 집 앞까지 배송해준다. 새벽 배송의 최대 이점은 신선도가 보장된 식품이 하루를 시작하기 전인 새벽에 집 앞으로 배송된다는 점이다. 마켓컬리(Market Kurly)는 콜드 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신선식품 배송에 나선 기업으로 자체 물류 창고와 설비를 확보해 새벽 배송을 시행 중이다.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는 상품의 재고관리부터 판매, 배송까지 고객에게 배달되는 전 과정을 한 기업이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켓컬리, 쿠팡(Coupang)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선식품을 제공한다. 판매 업체가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후 CJ대한통운, 로젠택배 등의 물류 업체에 배송을 위탁하던 기존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 업체는 소비자에겐 판매 업체지만 입점 기업에겐 물류 대행사다”고 말했다.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소모품까지 배송하며 새벽 배송 가능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새벽 배송 시장은 확대를 넘어 과열된 양상을 띤다. 마켓컬리, 오아시스(Oasis), 헬로네이처(Hellonature)와 같이 새벽 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스타트업도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 새벽 배송에 진출한 대기업엔 신세계, 롯데홈쇼핑, 현대식품관이 있으며 스타트업엔 쿠팡, 배달의 민족이 있다. 새벽 배송 시장에 발을 들였다가 일찍이 서비스를 종료한 기업도 있다. 지난 2019년 7월 시작한 롯데홈쇼핑의 새롯배송은 11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지난 2017년 9월 시작한 배달의 민족 배민찬은 6개월 만에 새벽 배송 시장에서 철수했다. 철수 이유엔 시장경쟁 격화, 자금난, 수익 부진이 있다.

▲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새벽 배송 주력 업체의 최근 3년간 매출현황으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상승세를 보인다.
▲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새벽 배송 주력 업체의 최근 3년간 매출현황으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상승세를 보인다.


야간 노동자의 현실을 조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은 야간 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야간 노동을 지속하는 행위는 생체리듬을 교란해 뇌심혈관 질환, 소화기관 질환 발생률을 높이고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 지난해 10월 대구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장기간 야간 노동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고인의 질병 판정서엔 야간 고정 근무 및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가 사망 원인으로 기록됐다. 사망 전 고인의 주당 평균업무 시간은 58시간 18분이었다.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새벽 배송, 총알 배송 등 기업의 배송 경쟁으로 늘어난 택배 물량이 야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소비자들은 택배 노동자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빠른 배송을 지속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행법의 야간 노동 제한 규정은 야간 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과로로 사망한 노동자가 원하는 시간대 및 업무를 선택해 근무했으므로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70조’엔 야간 노동에 대한 규제 조항이 존재하지만, 근로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야간 노동이 가능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들은 불필요한 야간 노동을 법적으로 제한한다. 프랑스는 경찰, 병원, 교정처럼 공공성을 위한 사회 서비스의 야간 노동은 허가하되 공장, 새벽 배송 등 기업의 이윤 추구가 목적인 야간 노동은 금지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야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23일(월)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물류센터 노동자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물류센터 과로 사망자의 유족은 지난 3일(금)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연속적인 야간 노동, 냉·난방기 부재, 휴게시간 미보장 등 야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 조건을 개선해줄 의무가 있다. 강 의원은 “여름철 물류센터 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데도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실정이다”며 “냉방시설을 갖추는 등 폭염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근로자 건강진단 실시결과'로 지난 2017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야간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근로자 건강진단 실시결과'로 지난 2017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야간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새벽 배송, 환경오염을 배달하다
신선식품 배송에 쓰이던 포장재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새벽 배송 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스티로폼 상자에 젤형 아이스팩을 넣어 상품을 배송해왔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 스티로폼 상자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택배 물량의 증가로 포장 쓰레기 배출량이 늘자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에 관심이 쏠렸다.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며 보냉 기능을 갖춘 종이상자가 등장했다. 보냉 종이상자는 두꺼운 골판지 상자 안쪽에 은박을 덧댄 구조다. 최근 일부 업체는 보냉백 제공, 종이 상자 회수 서비스 등을 통해 친환경 포장재 사용에 앞장서고 있다.

새벽 배송 시 제공되는 젤형 아이스팩의 내용물은 미세 플라스틱이다. 젤형 아이스팩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아이스팩 수거함 혹은 종량제 봉투를 이용해 배출해야 한다. 쉽게 타지 않는 젤형 아이스팩의 내용물은 제대로 분리 배출돼도 소각이 쉽지 않다. 이에 물을 활용한 아이스팩이 등장했다. 물 아이스팩은 전분과 소금을 배합해 전분 물을 만들어 보냉 효과를 높였으며 하수구에 버려도 무해한 내용물로 구성돼 환경 오염 문제에서 자유롭다. 

새벽 배송 상품의 과대포장에 대한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새벽 배송 업체는 배송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자를 여러 개로 나누거나 여러 개의 아이스팩을 넣어 상품을 포장한다. 이예림(화공생명공학 19) 학우는 “특히 냉동, 냉장 식품 과대 포장이 심하다”며 “상품을 많이 구매하지 않아도 여러 상자에 나눠 배송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의 ‘새벽 배송 서비스의 이용 지속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새벽 배송에서 불편을 겪은 적 있다’는 문항에 응답한 소비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새벽 배송 서비스 개선 필요사항으로 과대포장 감소를 꼽았다.


새벽 배송 시장은 매년 최고 매출액을 갱신하고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배송산업이란 점에서 제도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새벽 배송이 당연한 소비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새벽 배송을 뛰어넘는 배송 방식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며 “편리하게 변화한 서비스와 달리 노동시장에 대한 논의는 정체돼있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시장엔 미처 보지 못한 어두운 이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빠른 배송 속도에 감탄하기보다 새벽 배송의 편리함에 가려진 야간 노동자의 노고와 환경 오염 문제를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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