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다 코가 늘어난 피노키오, 게으름을 피우다 얼어 죽고 만 베짱이, 외모만을 보고 미운오리새끼를 따돌린 백조…….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주인공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그런 교훈을 들려줄 자격이 있을까.

지난주, 우리는 ‘또’ 두 명의 어린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사라진 후 돌아오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애타게 했던 ‘안양 어린이 실종사건’의 두 어린이가 80여 일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동안 방송과 신문으로 접해왔던 두 어린이의 맑은 얼굴이 너무도 익숙했던 터였기에 시신 발견 소식에 기자 역시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겨우 열 살 남짓한 두 어린이를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것도 서러운데 그 가냘픈 몸이 온전하지 조차 못하다는 것, 범인이 두 어린이의 집에서 겨우 10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이었다는 사실은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에 앞서서 무엇보다 기자를 슬프게 했던 것은 ‘뒷북 대처’ ‘안일한 수사’ 류의 기사 역시 ‘또’ 접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를 한 명 잃을 때마다 지적돼 왔던 잘못을 이번에도 역시 반복하고 만 것이다. 실종아동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어린이 실종 사건 수를 보면 2005년 2,695건에서 2007년 8,602건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굳이 ‘개구리 소년’ 사건까지 거슬러 가지 않더라도 용산에서 여자 어린이가 실종된 후 불탄 채 발견돼 모두가 마음 아파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그런데 그 1년 동안, 실종 어린이가 5,000명 늘어나는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 초동 수사,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 어린이 실종 전담팀 신설 등 해야할 일은 모두 알고 있는데 정작 대처 방법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린이는 장차 나라의 기둥’이라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미래의 기둥을 하나씩 하나씩 베고 있는 셈이다. 대체 언제까지 죄 없는 기둥에 같은 방법으로 도끼질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른들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단순한 교훈을 실천하기를 기다리며 우리 어린이들은 언제까지 희생당해야 하는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연극 ‘날 보러와요’는 범인을 향해 말한다. “당신을 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절대로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범인 정 씨가 아니다. 우리가 이전의 잘못을 반복하는 사이에 두려움 속에서 죽어갔을 예슬이와 혜진이다. 우리는 이미 교훈에 비해 너무 큰 댓가를 치렀다. 제2의 예슬이와 혜진이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바란다. 그리고 기자 역시 이렇게나마 두 어린이에게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을 전한다. 언니도 정말 미안해, 얘들아.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