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일침]
‘변화 끝에 제자리’, 숙대신보 제1395호를 읽고 난 후의 인상이다. 우선 긍정적인 변화부터 살펴보겠다. 필자가 활동하던 당시엔 다소 단조로웠던 부서 기사의 지면이 화려해졌다. 특히 여성면의 변화가 눈에 띈다.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 다채로운 지면을 구성하고자 애쓴 기자단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개별 기사의 완성도다. 무엇보다 사후 검토가 부족했던 건 아닌지 묻게 된다. 1면 머리기사는 시의성과 당위성, 그리고 무게를 모두 갖춰야 하는데 ‘본교 학생회관 우체국 운영 종료돼’ 기사는 겨우 시의성에만 발을 걸치고 있다. 내용도 빈약하다. 차라리 학생자치기구와 각 동아리의 우편 업무 수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을 중심으로 다뤘더라면 ‘우체국 운영 종료로 인한 불편을 본교가 적극 개선해야 한다’는 본 기사의 문제의식을 독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사 2단 첫 번째 문단의 첫 문장과 2단 마지막 문단의 내용이 서로 어긋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편의점에서 택배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할 수 없게 된 우편 서비스는 무엇인지 밝혀야 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기사에서 ‘증가’ ‘긍정적인 반응’ 등의 단어를 정확한 근거 없이 사용했다. 첨삭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모두 지워져야 마땅한 표현이다.
기자의 고발이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논리를 확보해야 한다. 여성 면의 ‘K-장녀, 살림 밑천 아닌 사람입니다’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기사에선 K-장녀의 현실이란 무엇인지, 그 배경엔 어떤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는지, 또 사회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노력’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할 수 없었다. 많은 장녀가 기사 내용에 공감하겠지만, 인터뷰이의 전문성과 통계가 부족해 설득력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K-장녀의 고충을 사회 문제로 연결하기 위해선 다른 ‘형제자매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단 점을 명심해야 한다.
팬데믹(Pandemic) 속 악전고투하고 있을 후배들을 향해 칭찬은커녕 쓴소리를 하려니 마음이 무겁지만, 본고가 기자단의 숙대신보의 질적 성장에 좋은 거름이 되길 바라며 당부한다. 외관을 바꾸더라도 그 속엔 언제나 ‘진짜’를 담아내야 한다. 발로 뛰는 취재가 어려울수록 독자의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선 기자의 글쓰기가 신중해야 한다. 숙명의 사관이란 고난의 사명을 기꺼이 떠안은 후배 여러분을 언제나 사랑하고 응원한다.
독자위원 한예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