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 판사의 실명을 공개한 것에 대해 비판의 여론이 거세다. 판사 실명공개는 근본적으로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파괴한다. 또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사 개인에게 과거사라는 잘못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판사 실명공개 명단에는 판사 492명의 실명만이 담겨있을 뿐 개별판사들의 판결 관여정도와 소수의견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실명공개는 당시 판결에 단순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신있는 발언을 했던 판사들을 매도해 인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또한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증식시키는 결과를 초례했다.

과거사위가 상당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명공개를 강행한 것은 ‘대통령 보고 전에 조사내용 공개를 금지하고 국민화해와 민주발전을 위한 경우 등에 보고서 일부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과거사법 입법취지에서 벗어나 법치주의를 무시한 행동이다.

군국주의와 독재시절에 벌어진 일을 개인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그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은 과거사 청산이 아니다. 법조계 전체와 군부, 정치계, 쉬쉬하며 덮어버리기에 급급했던 주요 언론사들 모두의 연대 책임이다. 잘못을 떠넘기고 면책부를 얻은 단체들 스스로 과거사를 정리하고 대 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지, 시대를 잘못 타고난 이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한 행동이다. 과거사위는 과거사를 청산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지 잘못된 잣대로 개인을 매장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김송이(인문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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