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에서 방 구하기
매년 12월부터 2월은 많은 대학생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시기다. ‘꼭 2년 계약해야 하나요?’ ‘이렇게 낡은 건물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인가요?’ 등의 질문이 각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서울시의 월세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본교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높은 축에 속한다. 본교 대학가 원룸의 높은 월세와 계약기간은 자취를 하려는 학우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본교 대학가 원룸 지역은 역과 가까운 곳에 있어 월세가 높은 편이다. 본교 주변 전철역과 기차역 모두 인접해 지역 간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특히 지하철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서울역과 용산역이 지리적 이점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본교 대학가 원룸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교통수단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교통의 중심지라는 장점에도 일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교 대학가 원룸 지역은 과거 건축 제한으로 낙후된 건물이 많다. 용산 미군기지로 인해,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는 점도 컸다. 익명을 요구한 본교 인근 부동산 중개인 A씨는 “숙명여대 대학가 원룸 지역은 용산 미군기지로 인한 각종 제한과 정비 사업으로 인해 개발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최근 건축 제한이 풀렸지만 개발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노후된 건물이 많다”고 말했다.

시설 대비 높은 월세는 학우들의 불만족으로 이어졌다. 많은 원룸이 위치한 청파동 1가의 경우 낙후 정도가 심해 현재 공공재개발 시범지 선정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자취방에 벌레가 나온다는 점이 가장 불편했다”며 청파동의 해충방역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청파동은 낙후된 시설, 치안, 좁은 골목길, 부족한 복지시설, 방음 등의 민원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본교 대학가 원룸의 월세가 소폭 하락했다. 지난 10일(화) 부동산종합사이트 ‘다방’이 발표한 ‘서울 원룸, 투·스리룸 임대 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본교 인근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각 49만원, 47만원, 46만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워 대학가 주변 매물 수요가 줄어든 관계로 월세가 하락하고 있다”며 “대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전까지 월세 하락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본교 대학가에선 불가피한 원룸 2년 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많은 대학생이 교환학생, 휴학, 인턴과 같은 비정기적 일정으로 거주지 변경이 잦은 상황에 놓였다. 대학생들에게 2년 계약은 경제적·심리적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2년 계약을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의 입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2년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본교 인근에서 원룸을 계약할 때 부동산에서 2년 계약만 가능하다고 말해 불가피하게 2년 계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교 대학가 원룸이 주로 2년 계약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한 의견 상충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차이에서 비롯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선 임차인이 자주 바뀔 경우 부동산 수수료, 청소비용, 건물 수리 등 관리해야 할 요소가 많이 늘어난다. 따라서 최근 본교 인근에선 임대인 대부분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근거로 임차인에게 2년 계약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A씨는 “2년 미만 계약 시 임대인은 부동산 수수료부터 방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이는 임대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원룸 임대차 계약할 때 주로 2년 계약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본교 인근 부동산 중개인 C씨는 “다른 대학가 원룸 지역에선 주로 1년 계약이 많이 체결되는 것으로 안다”며 “학생들이 1년 계약을 원하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학교와 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해 부동산 중개인과 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대학생에겐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권 교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월세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학생들에겐 ‘착한 임대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현시점에선 정부 차원의 대학생 주거 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시급하다. 더는 대학생들이 집 문제로 고민하는 일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학생의 입장을 고려한 주거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 청파동에 위치한 본교 인근 대학가 원룸 지역의 모습이다.


대학생 위한 공공 기숙사, ‘용산구엔 아직?’
본교가 위치한 용산구엔 공공 기숙사가 설립되지 않아 학우들의 주거 선택지가 좁다. 통학 시간이 왕복 3시간인 이정민(아동복지 20) 학우는 “입주할 수 있는 공공 기숙사는 학교와 거리가 멀었다”며 “공공 기숙사와 학교의 거리가 본가에서 학교로 가는 거리와 큰 차이가 없어 공공 기숙사 입주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공 기숙사란 대학생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공한 기숙사다. 공공 기숙사 중
*재경기숙사는 현재 서울시 전반에 걸쳐 총 27개가 있으며 홍제 행복기숙사 또한 서울시에 위치하고 있다. 공공 기숙사는 주로 대학 인근에 지어져 짧은 통학 거리와 저렴한 기숙사 이용비로 통학 시간이 긴 학우들이 선호한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공공 기숙사는 낮은 기숙사 수용률을 가진 학교와 높은 전·월세 등으로 인해 자취가 어려운 학우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018년 통학 시간이 길수록 대학생이 학업을 중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통학 시간이 긴 학우은 학교생활에 특정 어려움이 있다.. 통학 시간이 긴 대학생은 한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이 많이 남는 것을 뜻하는 ‘우주 공강’이나 출·퇴근 때와 같은 교통 혼잡시간을 피하기 위해 수강과목 선택에 제한을 두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학우들이 긴 통학 시간 때문에 동아리 및 비교과 활동 참여에 부담을 느낀다는 결과도 있었다.

한편 재경기숙사가 많이 설립된 구는 용산구에 비해 지가 상승폭이 낮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의 서울시 각 구의 지가지수 상승률을 살펴보면 용산구는 24.8%로 높은 축에 속했다. 이는 재경기숙사가 각 3곳씩 설립된 강서구(21.2%), 동대문구(19.4%), 영등포구(19.5%), 도봉구(15%)에 비해 높은 상승률이다. 용산구와 마찬가지로 재경기숙사가 설치되지 않은 마포구 또한 24.4%로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본교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서울시의 다른 구보다 용산구의 지가 상승 폭이 커 공공 기숙사 설립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에 공공 기숙사가 유치되더라도 지역주민의 반발과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현재 건립 예정인 일부 공공 기숙사는 지역주민 반발로 인해 공사 시작이 지연되고 있다. 공사가 미뤄진 공공 기숙사 예시로는 서울시 성동구에 설립 예정이었던 한국장학재단 ‘연합기숙사 2호’가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대학생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연합기숙사 2호는 본래 지난해 완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성동구에 있는 한양대 인근 임대사업자들이 월세 폭락을 이유로 성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며 공사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임대사업자들은 임대사업의 생존을 위해 공공 기숙사 유치를 반대하고 있다. 대학생이 대학가 주변 전·월세 대신 공공 기숙사에 입주하면 인근 임대사업이 악영향을 받는단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성동구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학생들이 주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임대사업자와의 상생도 중요하다”며 “공공 기숙사가 설립된다면 주변 임대업이 침체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공공 기숙사가 지역 주민 복지를 침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성동구 주민 중 일부는 기숙사의 높은 층고로 인한 일조권 침해 및 대학생 음주가무로 인한 주변 상권 유흥화를 경계하고 있다. 이에 한국장학재단 측에선 아파트와 90m 거리에서 기숙사 설립 모의 실험을 진행해 연합기숙사 2호설립이 주변 아파트 일조권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과도한 음주와 소음 발생에 대한 기숙사 규칙을 제정해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용산구의 경우도 저층 주택가가 밀집돼 있어 공공 기숙사 설립 시 성동구 사례와 유사한 민원이 제기될 위험이 있다. 이처럼 주민 복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고 기숙사를 설립하기 위해선 한국장학재단과 같이 상세한 사전 조사 및 사전 대응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반대했던 공공 기숙사가 오히려 지역친화시설로 받아들여진 선례도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홍제 행복기숙사’가 그 대표 사례다. 해당 기숙사는 기숙사 내 회의실, 주차장 등의 복지시설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또한 시설 내 건물 관리, 구내식당 조리 등의 업무에 서대문구 주민을 우선 채용했으며 기숙사 입주 학우과 지역 학우 간 멘토링 학습을 운영했다.

공공 기숙사 설립을 둘러싼 주민과 대학생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주민협의체의 빠른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역 주민, 학생, 전문가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를 통해 지역에 도움이 될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권 교수는 “아직은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 현상으로 주민들이 공공 기숙사 설립 기피하고 있다”며 “기숙사가 들어서면 장기적으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 측은 대학생 공공 기숙사 설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내훈 민생당 대변인은 지난달 ‘서울 성동구 대학생 연합기숙사 허가 절실’ 논평에서 “시장 논리에만 맡기기엔 비정상적인 부동산 상승률로 청년들의 주거 불안감이 커졌다”며 “성동구청이 연합기숙사 2호 설립을 허가해 청년 세대의 주거 고민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4일(일) “연합기숙사 2호가 이른 시일 내에 설립되도록 추진하고 이외에도 대학생 주거 편의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 서울시 및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한 지방 출신 학우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서시 인근에 설립한 기숙사를 말함.
 **신혜숙, 김미현. (2018). 대학생의 통학시간이 대학 몰입을 매개로 학업중단의사에 미치는 영향. 한국교육문제연구, 36(1), 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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