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성역으로부터의 독립(Independence), 현상 이면의 탐사(Investigation), 깊이 있는 통찰(Insight).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의 ‘IN’이 담고 있는 의미다. 이러한 시사IN의 방향성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시사IN 첫 여성 대표이사 겸 발행인, 이숙이 시사IN 대표다. 이 대표는 언론독립을 위해 시사IN을 창간했고, 늘 현장취재를 최우선으로 삼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담아 생명력있는 시사주간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07년 창간부터 2020년 현재까지 때론 부드럽게, 때론 당당하게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진정한 시사IN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이 대표의 취재 수첩을 들여다보자.

언론인 이숙이의 흔적을 짚다
이숙이 시사IN 대표가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6월 민주 항쟁 이후 일어난 ‘언론 민주화’ 요구였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이 일어났을 당시 이 대표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85학번으로 재학생이었다. 그는 “당시엔 심한 기사 검열과 *땡전뉴스 보도로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컸어요”라며 “그러던 중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위성방송 같은 새로운 미디어 매체 등장의 필요성을 느꼈죠”라고 말했다. 이후 언론의 독립에 정책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던 그는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에 입사했다.

방송위원회는 이 대표가 기자로서의 자질을 터득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수신료 및 방송 편성 관련 논의처럼 방송위원회 업무를 맡는 동시에 사내 정기간행물의 ‘방송 연예 담당(이하 연예부)’ 기자로 활동했다. 연예부 기자 경험에 대해 그는 “그곳에서 취재의 기본인 사람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배웠어요”라며 “많은 연예인을 만나며 터득한 화법이 본격적인 기자 생활을 했을 때도 큰 도움이 됐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사저널 정치부 기자로 근무하며 여성 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당시 언론계와 정치계는 모두 남초집단이었다. 개인의 능력보다 학연과 지연으로 고위 정치인 인터뷰가 이뤄지는 것이 흔하던 시대였다.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대표는 대부분 남성이던 고위 공무원을 인터뷰할 기회가 없었다. 이 대표는 “매일 정치인의 집에 찾아가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인터뷰에 열정이 있었죠”라며 “그렇게 얻은 인터뷰 기회와 취재 결과를 다른 여성 기자들과 나누며 여성 기자 전체의 역량을 키우려 애썼어요”라고 말했다. 여성 기자 연대의 한 축이었던 이 대표의 활동은 훗날 여성 기자가 언론계에서 인정받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시사IN의 창간 배경엔 편집권 독립을 위한 이 대표와 동료 기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지난 2006년 당시 시사저널에서 근무하던 이 대표는 동료 기자들과 함께 파업에 나섰다. 대기업 경영진을 비판한 기사가 발행국장 임의로 삭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대표는 “편집장의 허가를 받은 기사가 사적인 이유로 삭제된 일이기에 문제를 제기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이어진 파업에도 편집권 독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를 비롯한 동료 기자들은 회사를 나왔다. 독립 언론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들은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조직했고, 참언론실천기자단이 2007년 8월 창간한 시사주간지가 바로 ‘시사IN’이다.

이후 이 대표는 편집국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거쳐 시사IN의 첫 여성 대표이사이자 발행인이 됐다. 시사IN은 회사 경영을 외부인사에게 일임해왔다. 시간이 지나 경영체제가 안정화 되면서 사내 기자 출신 중에서 대표를 선발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후 수 차례의 회의와 주주총회를 거친 결과, 이 대표는 지난 3월 30일(월)부터 시사IN 대표이사 겸 발행인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숙이 기자, 현장의 가치를 전하다
정치부 기자로 이름을 알린 이 대표는 현장 취재의 가치를 강조한다. 사건에 대해 간단하게 나열하듯 기사를 쓰는 것은 그에게 금기사항이었다. 특히 이 대표는 현장에 방문해 그 곳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이 정치부 기자로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여겼다. 그는 “현장 취재를 토대로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숨겨진 뜻을 찾아내야 하죠”라며 “정치인 발언의 경위를 파악하고, 해당 발언이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독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좋은 정치부 기자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찰력을 시사주간지 기자의 필수요소로 꼽았다. 그는 “발행 간격이 긴 주간지는 열흘 앞을 예상하고 기사를 쓸 수 있을 정도의 통찰력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시사주간지 기자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예시로 지난 9일 발간된 시사IN 제687호를 들었다.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다룬 해당 호수는 발행일정 상 선거 결과 발표 직전 독자들에게 전달됐다. 시사IN에서 예측한 선거 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다를 경우 시사IN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시사IN은 특정 선거 후보자의 승패에 집중하는 대신 이번 선거에서 대립하는 정치 이념을 중심 소재로 택했다. 이 대표는 “어떤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당위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주제였죠”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자만이 가지는 ‘특권’ 덕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의 모든 계층과 같은 눈높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기자의 특권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정치인이 정책을 만들 때 정치부 기자는 옆에서 정책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자가 이 권리와 역할을 기자에게 부여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도구가 없는 사람에게 기사는 대신 말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요”라며 “저의 기사로 약자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정책과 사회가 변할 때 보람을 느끼죠”라고 얘기했다.

기자 활동과 여러 방송 활동을 병행한 경험도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과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 뉴스 브리핑과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 진행을 맡았다. 그는 라디오에서 단 10분을 말하더라도 보도하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대본을 작성했다. 이 대표는 “아는 것 중 70%만 말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세워 가장 중요한 정보를 골라 청취자에게 전달했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원칙은 간결하지만 밀도 있는 기사 작성 능력에도 영향을 줬다.

시사IN의 미래는 독자와 함께
이 대표는 시사IN의 경영방향을 ‘지속 가능한 언론’으로 설정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언론이란 언론사 매출에 유료 독자의 구독료 비중이 높은 언론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광고료에 의존해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요”라며 “광고료에 매출이 좌우되는 언론사는 필연적으로 광고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죠”라고 언론의 독립성에 관해 우려를 표했다. 권력 감시 기능이 언론의 제1기능이라고 생각하는 시사IN 기자들에게 구독자는 언론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 대표는 시사IN이 앞으로도 구독자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시사IN을 경영해나갈 예정이다. 

시사IN은 뉴미디어에 익숙한 독자와도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사IN은 최근 유튜브 담당PD를 고용해 금주 시사의 주요 쟁점을 알아보는 ‘키워드IN’, 독자가 꼭 알아야할 국내외 뉴스를 소개하는 ‘뉴읽기(뉴스읽어주는기자들)’ 등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읽기 어려운 시사주간지라는 편견을 깨고 더 많은 독자와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죠”라고 말했다.

‘랜선 같이 읽기’ 프로그램에도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이 대표와 시사IN의 고민이 담겼다. 랜선 같이 읽기 프로그램에서 독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해 시사IN 기사에 대한 소감을 나눌 수 있다. 매일 한 편의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을 짧게 공유해 독자들의 독서 습관 정착을 돕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목표다. 

시사IN은 독자 간 교류의 장으로서도 기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사IN에선 지역 독립서점과 연계한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역민들이 시사IN을 읽고 독립서점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대표는 “시사IN 독자가 다른 독자와 시사IN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자라면 여러 색의 풍선을 빨간색과 파란색의 풍선으로, 아이가 들고 있는 사탕을 아이가 들고 있는 무지개색의 별 모양 사탕이라고 묘사해야 한다’ 이 대표가 본지 기자단에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기사를 써야 한다며 들려준 이야기다. 초심을 되찾기 위해 언젠가는 인류 문화 발달의 현장인 4대 문명 발상지를 가보고 싶다는 이 대표. 그는 수십 년간 현장을 뛰어다니며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고, 인류의 현장을 찾는 여행으로 초심을 되찾길 꿈꾸고 있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이 대표처럼, 우리도 살아가며 겪는 모든 현장을 생생하고 치열하게 겪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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