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5일(목) 현역 국가대표 육상선수가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 동료 선수가 몰던 오토바이를 치고 도주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차에 치인 동료 선수는 다리에 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육상선수가 다리를 다쳤다. 부상을 완전히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선수 생활로 복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평생을 육상에 매달려왔지만 단 한 번의 교통사고로 선수 생명이 위태로워진 동료 선수는 분명 이번 사건에서 명백한 피해자다. 그런데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두 선수가 함께 술을 마시고 숙소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으며, 차에 치인 동료 선수 역시 사고 당시 음주운전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자칫하면 음주운전의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운전은 나 혼자만 조심해서 안전해지는 일이 아니다. 도로 위의 운전자 모두가 도로교통법이라는 약속 아래서 서로의 생명을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경각심을 갖고 운전대를 잡아야 하며, 운전 중에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그러나 일부 운전자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서’ ‘도로에 사람이 없을 시간이라서’ ‘몇십 년간 무사고 운전자여서’와 같은 이유를 들며 운전에 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바로 이러한 안일함이 언제든지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로 위의 모든 변수를 운전자가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 맨정신에서도 피하기 어려운 교통사고, 만취 상태에서 맞닥뜨린다면 그 결과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만약 천운이 따라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한들, 다음에도 무사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내 가족이 음주운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생명을 서로가 지켜준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만 조금이나마 안전한 도로를 만들 수 있다.

음주운전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경찰청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는 1217명이었던 음주운전 사망자가 10년 만에 781명으로 줄었고, 지난 2015년엔 583명, 지난해엔 295명의 음주운전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망자 수가 감소했다 한들 국민 295명의 목숨은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운전자의 목숨은 물론 동승자나 보행자, 다른 운전자들의 생명까지도 단숨에 앗아갈지 모르는 음주운전. 그 발생 건수는 반드시 0건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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