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성장세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 28일(수),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3분기 벤처투자가 1조 192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분기와 비교해 34.8%(3077억 원),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6.0%(674억 원) 증가한 수치다. ‘벤처인(VENTUREIN)’의 벤처확인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한국엔 3만 6614개의 벤처 기업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온라인 식품 유통업체 ‘컬리(Kurly)’는 성공한 벤처 기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컬리는 428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창립 연도 매출인 29억 원의 약 147배다. 벤처 기업인 컬리가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본지는 컬리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인, Chief Executive Officer)인 김슬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을 꿈꾸다

김슬아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좋은 먹거리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음식 솜씨가 뛰어나신 외할머니께서 저와 동생에게 아침부터 12첩 반상을 차려 먹이시곤 했어요”라며 어렸을 때를 회상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성인이 된 후 취직을 하자 바쁜 업무에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김 대표는 “식습관이 흐트러지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식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어요”라며 “어떻게 하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를 거듭해서 고민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컬리(Kurly)’는 이러한 물음에 관해 김 대표가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다.

김 대표의 유학 경험은 컬리를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유학을 희망했던 김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자퇴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 고등학교 첫 학기에 부모님이 제시하신 성적 기준을 넘어섰다. 유학길에 오른 김 대표는 미국의 웰즐리 대학(Wellesley College)에 진학했다. 김 대표는 “웰즐리 대학은 학생들에게 지배당하지 말고 지배하는 지도자가 되라고 가르쳐요”라며 “해야 할 일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대학에서 배울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낯선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던 기억은 컬리를 창업할 때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찾아올 것이란 믿음의 바탕이 됐다.

김 대표의 신념 중 하나는 모든 결과가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것부터 유통업체를 창업하기까지, 전부 평범하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과정이 정당하면 결과도 그러하리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결과를 만드는 건 과정이고 과정이 어떤지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살아요”라며 “인생에서 결정을 내려야 순간마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과정을 만들려고 했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CEO(최고경영인, Chief Executive Officer)로서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 5년간 컬리는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 새벽 배송 등 전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김 대표는 앞으로 컬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도 지금처럼 좋은 상품에 대한 고집과 완벽을 추구하는 배송이라고 본다. 김 대표는 컬리가 고객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그 희망이 이뤄진 이후엔 CEO가 아니더라도 회사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남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김 대표는 “10년 뒤, 30년 뒤에도 대중이 컬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해주길 바라요”라며 “그때가 온다면 좋은 상품을 찾아다니면서 생산자를 만나는 MD(상품 기획 담당자, Merchandiser)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공감하며 소통하는 기업, 컬리

컬리 성공의 중심엔 ‘샛별배송’이 있다. 샛별배송은 전날 밤에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새벽에 신선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서비스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컬리 배송 서비스의 전망도 밝다. 김 대표는 “현재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여요”라며 “가격 경쟁력을 넘어 뛰어난 품질, 배달의 정확성 등에 따라 고객들의 선호도가 나뉠 것으로 전망해요”라고 말했다. 지난 5일(월)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컬리는 서울·경기 지역의 새벽 배송 시장 4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컬리의 샛별배송 대상은 아직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한정돼 있다. 컬리 샛별배송의 핵심 기술은 풀 콜드체인(Full Cold-Chain)’이다. 풀 콜드체인은 유통 전 과정에서 제품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체계다. 신선식품은 배송 과정에서 적당하지 않은 온도에 노출되면 바로 품질이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컬리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풀 콜드체인을 시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풀 콜드체인을 통한 샛별배송은 그 기반을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가능해요”라며 “현실적으로 수도권 외 지역까지 확장하기가 쉽지 않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직 확장 계획은 없지만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유동적으로 대응할 예정이에요”라고도 덧붙였다.

‘올페이퍼 챌린지(All Paper Challenge)’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컬리의 시도다. 올페이퍼 챌린지에선 배송에 쓰이는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꾼다. 컬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포장지, 완충재 등을 전부 종이로 교체했다. 기존에 쓰던 보냉 가방은 최소 131회에서 최대 7000회를 사용해야 종이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판단에 제외됐다. 김 대표는 “위생이나 세척 문제를 고려하면 보냉 가방을 회수해 몇천 회를 재활용하긴 쉽지 않아요”라며 “쓰레기를 최소화하려고 재활용에 유리한 종이 포장재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목) 컬리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시행하면서 총 4831t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컬리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이다. 해당 그림을 통해 올페이퍼 챌린지가 절감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컬리의 운영 방침은 소비자를 최선으로 중시하는 것이다. 지난 5월 27일(수) 서울 장지동에 위치한 컬리의 물류 창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컬리는 해당 창고를 전면 폐쇄했다. 지난 9월, 판매 중인 우유에 이상이 있다는 의견이 접수되자 컬리는 접수일 전후로 배송된 우유 전량을 환불했다. 해당 조치는 소비자가 느꼈을 불편을 고려해 판매가인 2950원이 아닌 5000원으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고객이 컬리에 원하는 건 단지 신선식품이 아니라 언제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품질이라고 늘 되새겨요”라며 “고객의 신뢰는 작은 스타트업인 마켓컬리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이어 김 대표는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만드는 건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갈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공감’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인 컬리는 항상 예산이 부족해서 일반 기업처럼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긴 어려워요”라며 “결국 컬리가 승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는 만족스러운 서비스 경험이죠”라고 말했다. 이에 컬리는 고객의 불편에 공감하고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생활이 바빠 장을 봐도 신선한 음식을 바로 먹지 못하는 소비자에겐 샛별배송으로, 어떤 식자재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에겐 고도화된 *큐레이션(Curation)으로 다가갔다. 김 대표는 “소비 과정에서 인상적인 서비스 경험을 한 고객이 늘면서 컬리가 성장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컬리는 구성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인 만큼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라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직위와 관계없이 누구든 본인의 재량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죠”라고 말했다. 가령 김 대표는 컬리 내부에서 ‘대표님’ 대신 영어 이름인 ‘소피 님’으로 불린다. 이처럼 직함이 아닌 상대방의 이름을 높여 부르는 문화는 구성원 모두가 평등한 위치라는 수평적 분위기 속에서 형성됐다. 컬리에선 임원진도 사무실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 김 대표는 “상사와 부하 관계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모두 컬리의 구성원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견고해야 해요”라며 “직원들 간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다 보면 기업을 이끌 때 더욱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여러 분야에서 양질의 콘텐츠만을 취합·선별·조합·분류해 가치를 재창출하는 행위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청년들에게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선 제품의 새벽 배송은 투자보다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어떤 회사도 쉽게 발을 들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과감히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로서 따로 장을 볼 시간이 없던 개인적 경험을 주변에서도 흔히 마주하면서 창업에 대한 결심이 굳었다. 김 대표는 “엄선된 식품을 매일 아침 집 앞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내가 느낀 불편을 지나간 일로 넘기지 않고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이 컬리를 탄생시켰죠”라고 말했다.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던 김 대표에게도 투자 유치는 쉽지 않았다. 컬리 창업 초기엔 새벽 배송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100명이 넘는 투자자를 만났지만 새벽 배송을 통해 과연 이익을 얻을 수 있겠냐는 비판만 쏟아졌다. 김 대표는 “돈이 없어 월급날과 대금 결제 날이 매번 두려웠을 정도였어요”라며 “낯선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힘든 건 당연하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컬리의 성장을 증명하려 노력했죠”라고 말했다. 결국 차근차근 성장하는 컬리의 모습을 보고 장기적인 가능성에 주목한 이들은 컬리에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김 대표는 고용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청년 창업이 늘고 있다고 본다. 김 대표는 “청년층은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고 소셜미디어를 유통 및 마케팅 창구로 활용하는 법을 잘 알아요”라며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를 새로운 일에 도전할 기회로 바꿀 수도 있어요”라고 격려했다. 동시에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 유행이라는 이유로 섣부르게 도전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해요”라고 당부했다. 창업을 결정했다면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차분하게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창업 성공을 위해선 시장을 분석하는 통찰력과 적절한 시기를 가늠하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은 좋은 아이템, 인력, 자본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쉬워요”라며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다른 상품과 차별화하는 능력이 필요하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처럼 관심 분야를 일로 확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일을 일로만 대할 때와 진심으로 즐길 때의 결과물은 확연히 달라요”라며 “사업이 번창하려면 일을 좋아하는 태도 또한 필요하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인내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컬리도 운영 초기엔 직원들의 지인이 주문한 것들이 하루 매출의 전부였다. 김 대표는 “과연 이런 속도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초조하던 때가 있었어요”라며 “내가 흔들리면 회사 역시 방향을 잃고 무너질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라고 말했다. 그 이후 김 대표는 매출은 한 달에 한 번만 확인하고, 평소엔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그에 걸맞은 결과가 따라왔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극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목표를 점점 키워나가며 사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해요”라고 조언했다.


시간의 힘을 믿어본 적 있는가. 김슬아 대표는 시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들보다 천 시간을 더 노력하면 한발 앞서가고, 만 시간을 더 노력하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고 김 대표는 믿는다. 창업을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김 대표는 말한다. “장애물을 마주해도 개의치 말고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세요” 부딪히고 넘어지면서도 배우길 바란다는 조언이다. 김 대표와 같이 시간에 충실히 임해보자. 최선을 다한 오늘들이 내일의 성장을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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