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서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공시한 ‘2019년 국민생활체육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체육 참여율은 꾸준한 상승 폭을 보이며 지난해 66.6%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택한 생활 속 운동은 걷기, 등산 등이었다.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나 등산뿐일까? 우리도 ‘배구 황제’ 김연경, ‘지메시’ 지소연처럼 운동할 수 있을까? 위밋업스포츠(Wemeetupsports)의 신혜미 대표와 양수안나 대표는 축구, 주짓수 등 여성들이 일상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운동을 접할 기회의 장을 펼친다. 위밋업스포츠 공동대표들이 여성을 위해 꾸린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가 보자.



“운동, 언니들이 알려준다!”
위밋업스포츠(Wemeetupsports)는 여성이 자신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운동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성 역할 구분이 뚜렷한 한국에선 성별에 따라 운동 경험에 차이가 생긴다.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공동대표는 강사로서 중학생들을 가르치러 학교에 갔던 때를 회상했다. 신 대표가 축구 수업을 진행하려 하자 그의 앞에 모인 것은 남학생들뿐이었고, 여학생들은 따로 모여 피구를 하고 있었다. 신 대표는 “어릴 때부터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운동을 하도록 교육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위밋업스포츠의 목표는 여성에게 다양한 운동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점을 갖게 된 데는 두 대표에게 나름의 계기가 있다. 신 대표는 “어느 날 강사로 참여했던 생활 축구 수업에서 나이 예순의 수강생이 공을 쫓아 뛰는 모습을 봤어요”라며 “한국 여성들의 활력을 피부로 느낀 순간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라도 더 빨리 축구를 배웠다면 좋았을 거라고 말하는 수강생들에게 더 많은 운동을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공동대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아마추어 축구 교실에 간 양 대표는 경기가 끝나고 이어달리기를 놀이처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선수인 그에게 이어달리기는 경기를 잘하지 못했거나 체력 단련이 필요할 때 의무적으로 하는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처음엔 경기가 끝났는데도 자발적으로 이어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당황스러웠죠”라면서도 “그 분들을 보며 운동은 즐겁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라고 말했다.

위밋업스포츠 수업의 단계는 주로 초급자 수준으로 설정된다. 여성들이 새로운 운동에 도전할 때 넘어야 하는 심리적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공동대표는 “운동을 하다 보면 내 몸이 이렇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새롭게 깨닫는 분들이 많아요”라며 “그 느낌이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 되죠”라고 말했다. 위밋업스포츠 개설 강좌는 축구, 농구부터 주짓수, 복싱까지 그 종목도 다양하다. 모든 수업은 실력이 검증된 전·현직 선수가 지도한다. 위밋업스포츠에서 ‘GK 골키퍼 클리닉’을 진행하는 전미경 강사는 축구 국가대표였고, ‘농구 기초 클래스’의 지도를 맡은 김연주 강사는 농구 프로선수였다. 위밋업스포츠 강좌 수강생들은 다양한 종목 중 원하는 운동을 골라 전문가에게 안전하게 배울 수 있다.

위밋업스포츠에서 개설된 운동 수업엔 단체 종목이 대부분이다. 양 대표는 “승패가 갈리는 단체 운동에선 이겼을 때의 기쁨과 졌을 때의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어요”라며 “패배를 받아들이면서 좌절감을 견디는 능력을 기르게 돼요”라고 말했다. 단체 운동에선 협력과 연대 정신도 배울 수 있다. 신 대표는 축구를 예로 들었다. 축구에선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골을 넣기 어려울 때 골대 가까이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해 골을 넣는다. 신 대표는 “동료에게 패스했을 때 동료가 골을 넣으면 그 기쁨을 함께 나누게 되죠”라며 “많은 여성들이 사회 나가기 전 운동을 통해 연대감을 자연스럽게 경험해보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선수 은퇴, 그리고 새로운 시작
위밋업스포츠는 여성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신 대표와 양 대표가 선수 은퇴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중에도 함께 나눴던 여성 체육인의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대학 시절까지 축구 선수로 함께했던 두 사람은 졸업 이후 진로가 나뉘었다. 프로 선수로 활동하던 양 대표는 팀의 해체로 은퇴하고,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지도자가 됐다. 신 대표는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도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러나 신 대표가 사회로 복귀하려고 했을 때 그는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경제 활동을 중단한 여성, 즉 ‘경력 단절’ 여성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가 경력 단절에서 벗어나 여성 체육인의 삶을 이어갈 방법을 모색하던 중 결성한 단체가 바로 위밋업스포츠다. 지난 2018년, 신 대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여성 스포츠리더 육성 교육과정’ 강의를 듣다가 여성 체육인들이 각자의 사업에서 자신의 뛰어난 역량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강사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후 양 대표와 여성 체육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결과가 현재의 위밋업스포츠로 나타난 것이다.

위밋업스포츠는 은퇴한 여성 선수가 지도자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신 대표는 “생활 체육을 하다 보면 운동을 배우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많이 만나요”라며 “그럴 때면 운동 능력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모두 뛰어난 후배를 연결해주죠”라고 말했다.

위밋업스포츠는 은퇴 이후의 운동선수 인력을 재창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위밋업스포츠는 지난해 2월 민간단체 ‘함께일하는재단’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됐고, 같은 해 11월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여성가족형 예비사회적기업’ 중 하나가 됐다.


운동장은 모든 여성에게 열려있다
위밋업스포츠가 만나는 여성은 비장애인 여성만이 아니다. 신 대표는 “위밋업스포츠 초창기부터 함께하고 있는 동료 한 명이 수화 통역사예요”라며 “그 친구와 생각을 나누다 보니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언어 외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비장애인이 음성 언어를 쓸 때 청각장애인은 손으로 전하는 언어를 쓸 뿐이다. 운동에 필요한 신체 기능에는 비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위밋업스포츠는 청각 장애 여성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위밋업스포츠 유튜브(Youtube) 계정에서 만날 수 있는 ‘수어로 배우는 홈트레이닝(Home-training)’ 영상이 대표적이다. 영상 속 김관 강사는 유도 선수인 동시에 동계 스포츠 대회, 피트니스(fitness) 대회에도 출전하는 청각 장애 여성이다. 신 대표는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는 김 강사를 보면서 다른 청각장애인 여성들과 연결해주고 싶었어요”라며 “수화를 가르치는 영상은 있어도 운동에 관한 영상은 없었기에 시도했죠”라고 설명했다.

최근 위밋업스포츠는 운동을 수어로 설명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엔 위밋업스포츠 트위터(Twitter) 계정에 ‘함께’를 뜻하는 수어가 공유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준비 중인 책에 대해 “단지 청각장애인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책일 수도 있어요”라며 “우리가 영어는 한두 마디씩 할 줄 알지만 수화를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위밋업스포츠는 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여성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가지를 멀리 뻗는다는 말이 있다. 위밋업스포츠가 여러 분야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도 운동으로 사람과 마주하겠다는 목적이 단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나만의 단짝 운동을 한 가지 찾아보시길 바라요”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공동대표가 숙명인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평생을 함께할 단짝 친구 같은 운동을 찾기 위해 다양한 운동을 조금씩 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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