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개월 된 아들과 아버지가 복싱 체육관을 방문한다. 연습 경기를 펼치던 아버지는 상대방의 기술을 이기지 못하고 링 위로 쓰러진다. 기절한 아버지의 모습에 놀란 아이는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이 모든 장면은 아이를 속이기 위해 연출된 상황이다. 논란을 빚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지난 3월 15일(일) 방영분 일부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민원을 제기한 가운데,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이 결국 행정지도 처분을 받게 됐다.

행정지도 처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연출 방식에 관한 지적은 꾸준했다. 이들은  ‘아버지의 허리뼈로 만든 국을 자신이 먹었다’고 착각한 어린 딸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연출해 ‘어린아이의 감정을 웃음거리로 소비한다’는 지탄을 받았고, 각각 만 3세와 2세에 불과한 아이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엔 ‘연출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아이들이 돌봐줄 어른 없이 심부름을 떠나는 장면 또한 경각심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대본 논란은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잇따른 지적에도 반성과 개선은 없었다. 행정지도 처분을 ‘팔리는 장면’을 끝끝내 놓지 못한 어른들의 이기심이 낳은 결과로 풀이할 수 있는 이유다.

출연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서 발달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방송만을 위한 극적인 상황에 놓인 아동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출 방식이 아동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이 갖는 발달적 특성을 존중하고 아동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기보다 이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자극하고 이를 재밋거리로 소비했다”며 “아동을 ‘놀리기 좋은 상대’로 바라보는 시각은 시청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를 공포로 몰아넣고 ‘귀엽다’며 깔깔거리는 어른들이라니, 사회 전체가 아동학대에 둔감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균형있는 성장을 해치는 환경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익한 환경의 조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저지른 실수를 방송통신규정 제43조 제2항이 명료하게 설명한다. 공포에 질린 아이는 재밋거리가 아니다. 인위적인 상황을 설정해 아동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소비하는 연출 방식은 단순히 어른의 폭력적인 시선에서 아이를 괴롭히고 조롱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비롯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의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긴밀한 주의와 성숙한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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