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외무성이 펴낸 외교청서에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며 이는 한국 측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라고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은 지난여름부터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과 첨예한 긴장 관계를 조성했다. 일본 정부는 부인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본강점기 강제노역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서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수출규제라는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지속해서 주장해 왔기에,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강제노역자뿐 아니라 위안부 등 다른 일제 피해자의 소송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일본은 한국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은 한일간의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 지소미아 종료가 오는 23일 0시로 다가오면서 한일 간 중재 역할을 거부했던 미국이 최근 외교·안보 담당자들을 통해 종료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는 한국에게는 또 다른 압박이지만, 일본의 경제제재에 변화가 없으면 한국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첨예한 한일간의 긴장 상태에서 나온 일본 외무성의 주장은 한일관계를 더욱 경색시키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극도로 악화된 한일관계는 근본적으로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서 출발한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를 포함하여 독도 분쟁,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의 역사 왜곡, 욱일기 사용 등에서 나타나듯이, 일본은 과거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베 정권 이후 가속화된 의도적인 역사 은폐와 왜곡은 전범국가로서의 면모를 털어버리고 보통국가로 탈바꿈하려는 현 정권의 정치적 의도와 맞물려 있다. 가히 같은 전범국가로서 독일이 과거와 마주하며 보여주는 모습과 비교돼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일은 1970년 총리가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이후 49년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Holocaust)의 역사를 반성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이스라엘에 사는 22만 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에게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고, 생존자가 사망하면 그 배우자에게 9개월간의 연금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독일의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은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과거사 반성과 자국이 행한 전쟁범죄의 행위와 규모를 교과서에 상세히 기술해 후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는 성숙한 행보를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역사 인식을 일본에 기대할 수 있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에서 더 나아가, 과거를 올바로 직시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전 지구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일본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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