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개정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약칭 도서정가제)는 온라인 및 대형서점의 시장 독식을 막고 지역 중소 서점과의 상생을 장려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그 실효성은 아직 의심의 대상이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4항에 따르면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해야 하고, 할인율은 정가의 10% 이내로만 책정할 수 있다. 2014년 개정안에서 기존 법안의 도서관, 군부대, 교도소 등 예외기관은 사회복지시설을 제외하고 전부 누락됐다.

도서 정가제의 시행에도 지방 중소서점의 형편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온라인 및 대형서점과 비교해 지방 중소서점의 도서 매입가가 최대 25%까지 높은데다 홍보나 매출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체감 가격이 상승하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돌릴 길도, 떨어진 영업이익을 보전할 길도 지방 중소서점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주체는 다름 아닌 온라인 및 대형서점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유통 과정이 짧고 도서 매입가가 낮은 온라인 및 대형서점에서 할인율을 낮추고 도서를 정가대로 판매하게 되면 마진은 오히려 늘어난다. 반면 지방 중소서점은 온라인 및 대형서점보다 유통 과정이 길고 도서 매입가가 높아 마진 확보에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도서관 등의 공공기관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돼 도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매년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공립 도서관에 도서정가제까지 적용되면 도서관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 지방 ‘작은 도서관’의 형편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도서관 유료화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 접근성과 평균 독서량의 지속적인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다.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오히려 구매율은 하락하고 있다. 원인은 정말 온라인 및 대형 서점의 높은 할인율에 있었을까. ‘당일배송 서비스’ ‘맞춤형 서비스’ 등 소비자가 온라인 및 대형 서점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높은 할인율을 제외하고도 넘친다. 이제는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고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 부담을 오롯이 개인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 차별화된 문화공간의 지위를 지방 중소서점이 확보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와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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