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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세상을 향해 달리다
이하린·임세은 기자  |  smplhl9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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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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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94년, 초대 국제 올림픽 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 위원장 피에르 드 쿠베르텡은 ‘여성의 역할은 남성의 동반자이자 가정의 어머니이며 여성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여성적 매력을 파괴하고 스포츠를 격하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올림픽 참여를 반대했다. 여성이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지난 1900년에 개최된 제2회 파리 올림픽부터지만, 이마저도 테니스와 골프에만 한정됐다. 남성중심적 사회는 아직까지도 ‘여성이 스포츠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여성을 스포츠에서 배제하고 억압한다. 여성이 스포츠에 적합하지 않다는 명제는 과연 참일까?

스포츠계 내 여성차별을 마주하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로 구성된 5대 프로스포츠 종사자를 대상으로 7개월간 실시한 ‘프로스포츠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14.2%(여성 응답자 중 37.3%, 남성 응답자 중 5.8%)가 ‘입단 이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문항에서 선수인 응답자 중 15.9%(여성 응답자 중 37.7%, 남성 응답자 중 5.8%)가 입단 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폭력 가해자를 묻는 문항에서 선수의 경우 ‘코칭스태프’가 35.9%로 가장 많았고 34.4%를 차지한 ‘선배 선수’가 두 번째로 많았다.

본교 김영옥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남성 코치는 남성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스포츠계 내에서 코치, 지도자, 보호자 등 다층적인 역할을 맡기 때문에 남성 코치와 여성 선수 간의 위계적인 문화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계에서 여성과 남성 간 상금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8일(목)에 개막한 골프 대회 ‘브리티시오픈(The British Open)’ 남성 부문의 우승 상금은 193만 5천 달러(한화 약 23억)로 책정됐다. 반면 지난 달 1일(목)에 열린 브리티시오픈 여성 부문은 우승 상금이 67만 5천 달러(한화 약 8억)로 남성 부문 우승 상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성별에 따른 상금 격차는 전 세계 축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개최된 ‘프랑스 여자 월드컵’의 상금은 400만 달러(한화 약 48억)로, 지난해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상금이 3천800만 달러(한화 약 456억)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두 월드컵의 우승 국가는 동일하게 7개의 경기를 치렀으나 상금 격차는 9배 이상인 것이다.

여성 배구 또한 국내에서 남성 배구보다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남성 간 상금 격차가 존재한다. 한국배구연맹(Korea Volleyball Federation, KOVO)이 주관하는 ‘프로배구 2018-2019 V-리그’ 중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경우 여성은 7천만 원의 상금을 받지만 남성은 1억 원의 상금을 받는다.

여성은 일상의 운동 환경에서도 소외되고 운동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최수림 서울권 최초 여자 대학생 연합 운동 동아리 ‘여장부’ 전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음에도 부모님은 여성이란 이유로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남동생과는 달리 운동할 기회조차 갖지 못해 억울했다”고 말했다.

스포츠계 내 성차별을 다룬 페미니즘 에세이 「운동하는 여자」의 양민영 작가는 “운동을 하고 싶어도 운동 환경이 남성 위주로 조성되기 때문에 여성은 주변부에서 맴돌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는 지난해 7월에 여성 전용 수영반을 일괄 폐지했다.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 특정 시간대를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양 작가는 “애초에 여성 전용 수영반이 필요했던 이유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차별 때문이다”며 “현재 한국사회가 역차별에 관해 문제 제기를 할 만큼 성차별이 사라졌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스포츠계 내의 남성중심적 인식은 운동하는 여성을 방해하고 왜곡해 여성을 스포츠에서 배제하려 한다. 박지혜 여장부 현 회장은 “예약 후 체육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남성들이 시비를 걸거나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익명의 학우는 “학창 시절엔 체육시간이나 운동경기에 진지하게 임하면 ‘나댄다’거나 ‘남학생과 친하게 지내려고 운동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 많던 여학생은 다 어디로 갔는가
대학 사회에서도 여성이 운동의 주체가 되는 일은 드물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 ‘고연전(연고전)’엔 작년까지 여성이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경기가 없었다. 이민선 연세대학교 제30대 총여학생회장은 “이전엔 남성만이 경기에 선수로 참가할 수 있어 여성은 경기장에서 응원자의 위치에만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개최된 2019 고연전 정기전엔 여자 축구가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당일 경기가 취소됐다.

경기장에선 응원자로서의 여성의 입지마저 온전하지 않다. 지난 2017년엔 고연전의 응원가 중 ‘이대에서 차이고 숙대에서 차이고’라는 구절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장은 “해당 응원가의 가사엔 여성을 이성애자이자 연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남성중심적 시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가사는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와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 ‘신촌에서 차이고 안암에서 차이고’로 변경됐다. 여성배제적 응원문화는 응원단장의 성비에서도 나타난다. 이 회장은 “연세대에선 2000년대 초 이후 여성이 응원단장이 된 적이 없다”며 “일각에선 ‘여단장이 따로 있지 않느냐’고 주장하며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내 체육 시설에 여성이 접근하는 것도 다소 어렵다. 본지 기자단 조사 결과, 본교 건강체력실의 주중 운영 시간은 타 학교에 비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본교 건강체력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운영하는 반면, 본교와 재적학생 수가 유사한 서울시립대와 아주대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5시간 동안 운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건강체력실의 이용 가능 시간이 짧고 중간에 체육 수업으로 인해 이용이 제한되는 시간이 있어 학기 중엔 건강체력실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단지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교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이화여대의 학생 대상 헬스장의 이용 가능 시간을 조사한 결과, 6개 여대의 헬스장 운영 시간은 평균 13시간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6개 여대와 재적학생 수와 교지면적이 유사한 가톨릭대, 국민대, 서강대, 서경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아주대, 한경대, 홍익대에서 운영하는 학생 대상 헬스장의 이용 가능 시간을 조사한 결과, 9개 공학대학교의 헬스장 운영 시간은 평균적으로 약 14.6시간이었다.

95% 신뢰도로 *분산에 대한 두 집단 F검정을 실시한 결과, 0.441의 유의확률로 두 분산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유의확률이란 두 값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가정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확률이다. 95% 신뢰도로 **등분산 가정 두 집단 t검정을 실시한 결과, 0.045의 유의확률로 여대의 헬스장 운영 시간 평균값과 공학대의 헬스장 운영 시간 평균값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스포츠, 차별의 장벽을 부술 차례
스포츠계 내 성폭력, 성별 간 우승 상금 차이, 운동의 기회 박탈 등 스포츠계 내 여성배제적 현상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서 기인한다. 스포츠는 신체의 기술과 능력이 적용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부장제는 여성의 신체를 근육이 없고 왜소한 형태로 유지해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기능성의 측면이 아니라 성애의 측면에서 바라보게 한다"며 "남성중심적 사회는 성애화된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신체보다 열등하다는 이율배반적 논리를 내세워 스포츠계의 여성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스포츠계 내 성평등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감독이나 코치와 같은 체육지도자 중 여성 비율의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 2016년에 개최된 하계 올림픽의 감독과 코치 가운데 여성은 11%에 그쳤고, 이마저도 무용, 체조, 피겨 스케이팅 등 일부 종목에 한정돼 있다.

국내 체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총 17개 위원회 327명 중 여성위원은 55명으로 총 인원의 16.8%이며, 총 임원 51명 중 여성은 7명으로 전체의 13.7%에 불과하다.

이에 체육지도자 중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보장하는 여성할당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여성할당제를 명시하는 법 제정, 여성스포츠인 복지 확대 등 스포츠계 내 근본적인 체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에서도 여성 체육지도자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양 작가는 “실제로 운동을 하기 위해 체육관에 방문할 때 여성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며 “여성을 가르치는 사람조차도 모두 남성이라는 점이 구조적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혹자는 여성 경기가 ‘재미없기’ 때문에 여성 경기에 할당되는 상금이나 관심도가 낮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김 교수는 “재미는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며 “가부장적 사회는 ‘여성 스포츠보다 남성 스포츠가 재밌다’는 고정관념을 주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여성 스포츠인이 등장하고 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뜻이 맞는 개인들이 모여 만드는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스포츠를 여성들의 놀이문화로 정착시키고자 모인 프로젝트 팀 ‘스포윈(SPOWYN)’은 지난 3월 여성만이 즐길 수 있는 ‘재기발랄 운동회’를 개최했다.

스포윈 기획팀은 “이번 운동회를 통해 스포츠계 내 여성혐오를 알리고 여성의 운동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하고자 했다”며 “운동회를 준비하며 축구와 같은 종목을 넣어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성과 거리가 먼 운동을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여성에게 자유와 기회를 주는 활동이다. 양 작가는 “스포츠는 협동, 경쟁, 전략 등 사회에서 필요한 요소가 집약된 놀이다”며 “스포츠는 여성을 향한 갖은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도전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해준다. 향후 여성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스포츠에 대한 즐거움과 여성 간의 연대를 함께 느끼며 온전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두 분산이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하는 통계 기법이다. 분산에 대한 두 집단 F검정 결과 1-신뢰도보다 유의확률이 클 경우 두 분산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가정한다.
**통계적으로 분산의 차이가 없는 두 집단의 평균을 비교하는 통계 기법이다. 등분산 가정 두 집단 t검정 결과 1-신뢰도보다 유의확률이 작을 경우 두 분산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가진다고 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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