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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가 계속 흐르기를[이주의 문화]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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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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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의 새로운 코너 ‘이주의 문화’에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문화를 소개한다고 하니 ‘필자가 문화를 소개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며 자신감이 작아져 갔다. 그래서 소개를 하기보다는 본교에서 필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본교에서 여성의 글쓰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고 불릴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본교에서 필자를 가장 바뀌게 한 것은 글쓰기다. 대학교 1학년 때, 글을 못 써서 교수님과 면담을 진행했었다. 필자가 먼저 고민 상담을 위해 교수님께 신청한 게 아니라 교수님께서 필자를 부르셨다. 교수님을 필자를 위해 말씀해주신 것이었지만,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은 이때부터 커져만 갔다. 기자를 꿈꾸고 있었고 한국어문학부 학생인데 글을 못 쓴다니, 이건 사망선고나 다를 것이 없었다. 글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다 보니 글 쓸 일이 있으면 피했었다. 글을 못 쓰는 스스로를 직면하기 싫었고 무엇보다 재미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10월에 여성 서사 소설집 출판을 기획하고 있다. 이 극적인 변화는 모두 본교 그리고 한국어문학부 덕분이다.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필자는 굉장히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감성적인 건 좋은 것이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모습을 고치기보다는 장점으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눈물과 함께 글쓰기로 감정을 흘려보내기를 시도했다.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글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필자에게 실천이 쉬울 리가 없었다.

이 마음가짐을 잘 잡아주고 함께해준 것이 한국어문학부였다. ‘창작세미나’라는 수업을 신청해 ‘좀 쓴다는’ 학우들 사이에서 홀로 도전을 시작했다. 위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소설을 쓰고 피드백을 받아 소설을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 그동안 글도 안 쓰다가 소설을 쓴다는 게 상당히 극단적인 시도이긴 했지만, 운이 좋아 최은영 작가를 담당 교수님으로 뵐 수 있었다. 그리고 20명 남짓한 학우들을 목요일 저녁마다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교수님도 교수님이지만 학우들 또 하나의 좋은 자극이 되었다.

수업은 매주 소설책 하나를 읽어오고 토론을 한 뒤, 합평을 진행했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오고 가는 시간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소설을 쓴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매주 학우들이 과제물을 해내는 것을 보며 크게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첫 도전을 무사히 마치고 글로 필자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한 번 시도를 해보니 두려워하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모니터 앞을 채우던 흰 여 백은 실력 부족 때문만이 아니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주저하게 됐고 모니터 앞에 앉을 때마다 흰 벽을 마주했었다. 원인을 찾게 되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동안의 회피가 열정이 없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정이 있었기에 나타난 반응이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됐다.

학과에서 배운 ‘이야기를 하는 법’을 여기에서 그치지 않으려고 한다. 본교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명신 게시판의 다양한 대자보 속 우리의 목소리, 시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학우들. 여성의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하는 법을 본교에서 학우들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글로써 여성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그동안 여성의 글쓰기는 여류(女流)라는 프레임을 통해 폄하돼왔으며, 동시에 여성의 이야기를 다른 이가 하는 등, 영역 또한 침범당했었다. 그래서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물이 계속 흐르면 길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흐르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에게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나’의, ‘당신’의, ‘우리’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방이 되기를 희망한다. 대학생으로서, 20대 청년으로서, 여성으로서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고 공유하려고 한다. 여류는 위험하다. 흐른다 는 건 멈추지 않는 것이기에.

                                                                                                     한국어문 17 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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