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참사 5주기로 우울한 한 주다.  5년 전 세월호 참사로 1년간 매주 안산을 오르내리며 보냈던 힘든 시간의 기억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언론에서도 연일 세월호 5주기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시끄럽다. 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점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그 상황을 만든 우리의 인식, 정서, 경험, 상황을 연구하고 개선하기 위해 실천하여야 한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교육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라는 글귀나 ‘이제 그만하지’하는 글귀 역시 같은 마음이 담겨있다. 단 표현하는 마음의 방식이 다른 것이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말 속에는 망각이란 단어에 휩쓸려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두렵고, 그렇게 보낸 그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제 그만하자’는 글귀에는 고통을 직면하기에 힘들어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나라 온 국민의 트라우마였다. 

살면서 우리가 원치 않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지진, 홍수, 가뭄, 토네이도, 허리케인, 전염병 등과 같은 신체적인 희생이 동반되는 트라우마나 전쟁, 고문, 테러 납치, 강간 살인, 과도한 경쟁과 같은 희생이 동반되는 사회적 트라우마와 학대, 괴롭힘, 협박, 교통사고, 부당해고와 같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서도 트라우마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위기와 트라우마는 여러 수준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트라우마에 허우적거리거나 트라우마를 극복해 인간승리의 신화를 쓰는 것도 모두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성찰하는 시간이 더욱 중요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윌리엄 워든이 제안하는 성찰하기 전에 해야 할 과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과제1. 상실의 슬픔을 받아들인다. 
과제2. 슬픔의 고통을 통과한다
과제3. 고인이(상실한 대상이나 사건이) 없는 환경에 적응한다. 
과제4. 정서적으로 고인을(또는 대상이나 사건을) 보내고 삶을 지속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거나 준비가 되지 않은 이별 후에 삶을 지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어제를 살아냈고 내일로 나가야 하는 존재이다. 오늘 트라우마로 힘들다고 느끼는 당신이라면 잘 자고 잘 먹을 수 있도록 우선 몸의 안전과 휴식에 집중하고 잠들기 전에 오늘 행복하거나 감사했던 일을 상기하고 ‘나는 대단해’하는 속삭임을 잊지 말자.

Love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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