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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벗고 변화를 쓰다, 임현주 아나운서
이새롬 기자  |  smplsr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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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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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지난 8일(금)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반란을 위한 옷장-여성이 변화를 위해 착용한 5가지 아이템’ 1위로 한국의 안경을 소개했다. 바로 그 중심에 임현주(여·35) 아나운서가 있었다. 같은 날, 본지 기자는 상암 디지털 미디어단지에 위치한 MBC를 찾았다. 건강한 가치관과 따뜻한 눈빛을 가진 그에게 직접 그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금 느릴 뿐, 늦은 건 아니죠
“꿈이 딱히 없었어요. 늘 뭔가 열심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불안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나운서 경력 10년 차 임 아나운서의 말이다. 서울대 출신에 말솜씨까지 완벽해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그도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기나긴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대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꿈에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생각해보기도 했죠”라며 “남들은 저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제 근본에 내재해있는 건 불안함과 방황의 연속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아나운서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첫 시험이던 지방사 1차 카메라 평가 단계에서 탈락했고 KBS에서는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그는 “온몸에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또다시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라며 “지나오고 나니 그 경험들이 독특한 발자취가 돼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이후 지역방송과 케이블방송을 거쳐 JTBC 1기 아나운서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그는 MBC로 이직을 도전했다. 지상파의 전성기를 보고 자란 세대인 그에게 MBC는 꿈의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29살이었기 때문에 아나운서로서의 마지노선은 넘었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주변에 이 나이에 합격한 사례가 있나?’ 하고 찾아 봤는데, 없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해 오히려 담담한 마음을 가진 그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1000:1 경쟁률을 뚫고 동경하던 기업의 아나운서가 됐다. 그는 “간절히 바랄 땐 떨어지다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입사하게 됐죠”라며 “인생의 많은 순간이 그래요”라고 전했다.

모든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면접에서 나이를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본인만이 가진 성숙함의 무기라고 생각하니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아나운서하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모습들을 따라하다 보면 결국 떨어지더라고요”라며 “제 색깔이 아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나운서는 무조건 어리고, 외모가 출중해야 하지 않아요”라며 “누군가는 일찍 합격해 주목을 받을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간다면 기회는 찾아와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의 장점, 나라는 색깔,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죠”라고 덧붙였다.

“불편하잖아요”
지난해, 그는 ‘안경 아나운서’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어쩌다 안경을 쓰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방시혁 씨가 가요계를 바꾼 본인의 동력을 ‘불만’이라고 밝혔듯 저도 항상 겉모습을 꾸미는 것에 의문과 불만이 있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그는 아침뉴스를 진행하기 위해 매일 새벽 2시 30분에 기상해야 했다. 그는 “방송을 마치고 혼자 글을 쓰던 중 우연히 김은정 컬링선수의 안경을 보게 됐죠”라며 “‘항상 피곤한데 왜 여자 아나운서는 안경을 끼지 않을까?’하는 마음속 의문이 안경을 써봐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어요”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먼저 함께 진행하던 선배 아나운서에게 조심스레 생각을 물었다. 그는 “선배가 ‘안경이 뭐 어때서? 그러고 보니 안경 쓴 여자 아나운서는 없었네’라고 하시더라고요”라며 “남자 아나운서는 안경 착용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들 인식을 못한 채 자연스럽게 금기를 받아들이고 있던거죠”라고 전했다. 반면 그는 안경을 맞춘 뒤에도 며칠 간 사물함에 넣어두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는 안경을 썼다. 특별히 그날을 선택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안경을 썼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에게 “왜 썼어?” “허락은 맡고 쓴 거야?”라고 물었다. 그는 ‘남잔 쓰는데 여잔 안 됩
니까’ 하면 싸우자는 것 같아서 그냥 ‘아니 약간 뭐 눈도 피곤하기도 해서요’하고 답했다. ‘보수적인 보도국에서 네가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선배도 있었다. 방송이 나간 당일 그에게 수많은 인터뷰 요청이 몰려들었다. 국내 언론사는 물론 미국의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영국의 비비씨(BBC), 독일, 홍콩, 일본 등 해외 언론에까지 기사화됐다. 그는 “특히 여자 기자들에게 응원 전화를 받았어요”라며 “방송국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아는 사람들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이입했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누군가 망설일 수 있던 행동’이 그로 인해 ‘누구나 원하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뀌었다. 그 영향력은 방송계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안경을 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항공에서도 승무원의 안경착용을 허용했다. 그는 “사소한 결심으로 인해 사회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고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라며 “선택권이 생겼다는 것에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의상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달라졌다. 뉴스를 진행하면서 줄곧 셔츠와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화려한 외면보다는 내면에 집중해야겠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옛날에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만큼 의상에 몸을 맞추는 압박감에 시달렸는데 이젠 무리한 다이어트도 하지 않고 넉넉한 옷으로 준비해달라고 해요”라며 “의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삶이 행복해졌어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첫 시도인 안경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죠”라며 “항상 마음속에만 있었던 제 중심을 찾게 된 의미 있는 변화였어요”라고 말했다.

얼마 전 그는 자리 배치와 첫인사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중후한 남자 진행자는 대부분 상석이라 불리는 왼편에 앉는다. 자연스럽게 남잔 선배고 나이가 많고 여잔 후배고 어리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여자 아나운서들이 그런 역할에 의문을 가진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는 여자가 일찍 주요 자리에 앉는 것이 영광 아니냐고 하겠지만 당사자가 되면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라며 “실제로 의견을 내고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서로가 동등해야 하는데 경력 차이가 나니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껴 외로웠죠”라고 말했다. 그는 회의 도중 같은 고민을 하는 PD에게 첫인사를 여자가 먼저 해볼 것과 자리 배치를 바꿔볼 것을 제안했다. 대중들은 이에 ‘변화를 이루는 거대한 한 발자국이라고 느껴진다’ ‘아나운서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은 불필요하다’며 그를 응원했다. 그는 “작은 변화만으로 저도 적극성과 주도성이 생겼어요”라며 “사소한 변화들이 모여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만의 카메라를 켜다
임 아나운서는 지난해부터 유튜브(YouTube) <임아나 채널>을 운영 중이다. TV 속 모습에 감춰진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목적에서다. 한편으로는 내면의 내재한 불안함과 답답함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는 “대중 또는 PD에 의해 선택받는 직업 특성상 짧은 순간 주목을 받고 어느 순간 관심 속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라며 “그럴수록 불안하니까 선택받기 위해 자신을 꾸밀 수밖에 없는 딜레마도 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정체성을 찾고 다양한 색깔이 있다는 것을 유튜브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직접 제작자가 돼보니 불안함이 사라졌다. 그는 “유튜브 채널이 저만의 브랜드가 돼가고 있어요”라고 자신감 있게 답했다. 첫 영상에서 분홍색 가발을 쓰며 다소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 그에게 ‘너 아나운서인데 그렇게 해도 돼?’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그는 ‘방송과 같을 거면 왜 하나? 이것이 유튜브 정신이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하루에 스무 시간 유튜브만을 생각한다는 그는 다양한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다. <더 예뻐지라고요? 그런 평가들은 이제 그만> <취업, 왜 이리 힘들죠? 저도 그랬어요> <험난한 직장생활을 이겨내는 친절한 설명서> <무례한 외모평가, 어떻게 대처하죠?> 등의 영상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또한 그는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나누는 영상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사회가 정한 ‘결혼적령기’가 지나면서 냉동 난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요”라며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이 많겠다 싶어서 기획하게 됐죠”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같은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혼란과 불안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왔기에 사명감을 가진다는 임 아나운서는 자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 편한 길을 가도록 함께 하고자 한다. 한 발 앞서 선택의 문을 열어주고 부드러운 변화로 세상을 바꿔 나갈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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