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목) 본교 중앙 도서관에서 '교수님과 함께하는 북토크'가 개최됐다. 본지는 행사에 참여했던 신혜양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 교수는 ‘2018 행복한 책읽기’ 전시회에서 추천한 도서 세 권 중 하나인 잉에보르크 바흐만의 소설 『말리나』를 대상도서로 선정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1. 『말리나』를 읽으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작가 바흐만이 애초에 『죽음의 방식들』이라는 연작소설의 첫 작품으로 집필한 『말리나』(1971)는 이성과 논리, 합리주의적 질서로 대변되는 남성중심적 의식이 어떻게 감성적이고 문학적이며 사랑과 평화를 갈구하는 여성성을 억압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한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의 독재와 폭력의 논리에 근거해온 인류의 역사과정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역사라는 점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소설은 1971년에 출판된 이후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환영을 받기도, 비판을 받기도 하면서 읽혀왔고 1991년에는 독일의 베르너 슈뢰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2. 학생들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북토크에서는 참여 학생들과 소설『말리나』의 구성과 내용을 함께 살펴보면서 인간의 내면을 구성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작가의 설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여혐’이라는 매우 불편한 입장과 더불어 뜨겁게 논의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나눴다. 남녀의 사랑방식은 시대와 사회문화의 변화 속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페미니즘이란 근본적으로 성별과 직업, 사회적 계층과 입장에 상관없이 모두가 인간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고 그래서 조화로운 삶을 지향한다는 점에 우리 모두 공감했다. 우리 학생들의 내면에 건강한 페미니즘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3.북토크에 참여하지 못한 학우들을 위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과거엔 대학생들이 대부분 책이라는 매체를 학습이나 교양형성을 위해 많이 활용하고 또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요즘은 지식을 수용하고 확산하는 매체도 다양해지고 특히 종이책을 멀리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것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 검색으로 도서의 내용 정도만을 파악하는 것으로는 책과의 보다 직접적인 만남이 힘들고, 어쩌면 한 삶의 진수라고도 할 수 있을 집중된 인간 정신과 삶에 대한 사유를 깊이 있게 접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북토크와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행사는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 그 속에 깃든 인간 정신에 대해 독자의 관심과 사유를 활성화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에 적합하다. 이번에 참여한 학생 중 여러 학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시 참여했다고 말하며 이 행사의 유용함을 강조했다. 이후에도 이 같은 행사가 이어지고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신혜양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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