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서 읽었다.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 잘 알려진 시들이 많지만, 꼭 한 번 시집을 사서 읽어보라던 지인의 권유 덕이었다. 막상 90여 편이 넘는 시들을 찬찬히 읽고 보니 그간 겨우 몇 편의 시로 그의 시 세계를 전부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 시인의 시들은 읽기 편하다. 그래서 나같이 시에 문외한인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언어에서 한 세기라는 시간은 전혀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에 와서도 시구 하나하나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대궐 지붕 위에서 기왓장 내외 / 아름답든 옛날이 그리워선지 /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봅니다’ '주옥 같다'라는 말보다 '맑고 정갈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구들. 일상적인 단어들이 잘 버무려진 시들을 보고 있으면, 그간 내가 믿고 있었던 시의 정의가 조금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편으론 이렇게 말간 시를 쓰기 위해서 그가 '그런' 시절에 무던히도 애썼을 것으로 생각하니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해졌다. 

시만큼은 완벽주의를 고수했던 윤동주는 스스로 마음에 들 때까지 절대 자신이 쓴 시를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시가 쉽게 쓰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지만 ‘별 하나에 사랑과 추억’이라는 시구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으로 지새웠을지, 나로서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것 같다. 

생전 시인을 잘 알고 있는 친구 강처중은 윤동주를 '이역(異域)에서 나고 갔건만 무던히 조국을 사랑하고 우리말을 좋아했던' 청년이라고 기억한다. 그의 말처럼 시집에는 시인의 고민과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말과 단어가 쉽게 흩어지고 사라지는 시대에, 일상의 언어를 시라는 신념 속에 고이 접어둔 윤동주의 시들을 왜 이토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알 것만 같다.

 


이수민 (역사문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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