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필자의 마지막 학기가 시작됐다. 괜스레 매일같이 보던 학교 풍경이 특별하고 새삼스러워 보인다. 지난 4년간 너무도 당연했던 본교의 풍경을 이제나마 사진으로 담아본다. 사실은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아 학교에 갈 일이 많지 않다. 일주일에 고작해야 한 번을 갈 뿐이다. 그런데도 굳이 학교에 갈 이유를 만들어서 가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올 일이 없을 것 같기에 부지런히 학교에 필자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1학년 때는 4년을 어떻게 채우나 싶었다.

시간은 거짓말처럼 갔다. 영원히 고등학생일 것 같았던 필자의 동생이 대학생이 된 것처럼. 지금은 반년이라도 본교에 더 남아있을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4학년은 조금 혼란스러운 시기다. 학교 안에서는 한참 선배지만 사회에서는 한참 막내다. 이 괴리감은 생각보다 커서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가 요즘의 고민이다. 

필자는 특히나 본교 도서관을 좋아했다. 발소리를 죽이고 책장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 서너 권을 고르는 일이 필자의 일과였다. 빈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는 일도 좋아한다. 물론 시험기간에는 피곤한 학생들이 많기에 자제해야 한다. 또 도서관 식당 ‘휴’의 치즈 라면은 정말 맛있다. 꼭 한 번 먹어보길 추천한다. 까다로운 미식가의 추천이니 믿어 봐도 좋다. 언제까지고 본교에 남아있고 싶은 요즘이다. 학교에서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존경하는 선배, 닮고 싶은 동기, 뛰어난 후배들이 그렇다. 필자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선배, 동기, 후배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본교는 작은 마을 같다. 평화로운 ‘이갈리아(Egalia)’.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You raise me up’ 노래를 들으며 귀가하는 길도 뿌듯했다. 이 모든 게 필자를 구성하는 추억이다. 

요즘에는 학교에 걸려있는 채용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도 있었겠지만, 굳이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각자의 시기에 맞게 봐야 하는 것이 눈에 보이나 보다. 필자가 본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도 필자는 여전히 숙명인이다. 여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필자를 길러준 본교에 감사한다. 지금의 필자를 만든 건 8할이 숙명이다. 필자는 기꺼이 필자의 동문을 위해 사회에 나가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숙명처럼 필자에게 온’ 숙명에게 많은 빚을 졌다.

 

경제 14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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