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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믹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김희란·한가람 기자  |  smpkhr96@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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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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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개봉한 영화 <주토피아(Zootopia)>는 ‘주토피아’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만화영화다. 주토피아는 모든 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이다. 초식동물이든, 육식동물이든, 덩치가 크든 작든,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상관없이 모든 동물이 차별과 편견 없이 조화를 이뤄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주토피아는 모두가 살기 좋은,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우리 사회도 주토피아와 같이 제각각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주토피아와 다르다. 여전히 사회 곳곳엔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는 모든 이들이 가진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소셜믹스(Social-mix)’다. 

우리나라에선 조금 낯선 개념인 소셜믹스가 정확히 무엇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가 얼마나 개선됐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한 곳에 섞인 주민들, 소셜믹스
소셜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주택,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해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이 어울려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동, 임대동을 함께 건설해, 중산층의 주거지대에 임대주택이나 저소득자를 위한 주택을 섞는 혼합단지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이 도입됐다. 그러나 임대주택 밀집 지역의 슬럼화, 낙인 효과, 입주민의 소외·단절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임대주택 단지에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생겨나며 주변 지역과의 갈등 및 사회적 차별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남기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사회적 계층이 비슷한 집단끼리 모이게 된다”며 “도시 자체가 양극화가 심화돼 도시 유지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집단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 통합의 측면에서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소셜믹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회가 계층에 따라 분리되면 도시 양극화로 도시 유지가 불가능해지고 퇴락할 가능성이 크다. 도시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선 사회적 통합이 필수적인데, 이를 달성하려는 방안 중 하나로 소셜믹스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오정석 SH 서울주택도시공사 수석연구원은 “혼합단지를 건설, 공급하는 목적은 공공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차별과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다”며 소셜믹스 제도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소셜믹스가 도입된 시점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다. 당시 주택을 개발하거나 재개발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만들게 하는 법이 제정됐다.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차상위 계층을 위한 25.4평 이하의 작은 주택을 뜻하는 ‘국민주택’ 또한 의무적으로 10~20%를 지어야 했다. 주택 단지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임대주택을 지어야 했던 것이다. 현재는 국가 차원이 아닌 도시 정책으로 소셜믹스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2003년 공공임대주택 종합대책의 발표 이후 본격적인 소셜믹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분양과 임대 사이의 담벼락
사회적 통합을 목적으로 시작된 소셜믹스 정책은 애초 제도 도입의 취지와는 달리 또 다른 계층 간의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셜믹스를 시행한 단지 내에서 차별과 갈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층 혼합을 위해 시작된 소셜믹스 정책의 취지가 무색하게 소셜믹스에 대한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2013년 ‘서울시 혼합단지의 갈등사례 및 인식조사 연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대끼리 사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입주민은 설문대상의 60.9%를 차지한 반면, ‘임대·분양 혼합이 좋다’에 응답한 입주민은 39.0%에 그쳤다. 

본지 기자는 소셜믹스 단지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2일(수) 서울시 용산구 내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다. 아파트 단지의 임대동에 거주하는 익명의 주민(여·45)은 “분양동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차별은 느끼지 못했다”면서도 “다른 집과 인터폰으로 통화가 가능한 분양동과는 달리 임대동은 오직 경비실과의 통화만 가능하다”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사소한 문제가 아이들 간의 차별로 이어질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출입할 수 있는 분양동과는 달리 임대동에 출입하기 위해선 마스터키(Master key)가 꼭 필요하다”며 불편함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소셜믹스 단지 내의 주된 문제는 분양동 주민과 임대동 주민의 갈등이다. 임대동 주민의 경우 아파트 단지 내의 문제에서 배제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소유권을 가진 분양동 주민들은 임대동 주민들, 즉 임차인이 아파트 관련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임대동 주민들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소유권을 제외한 문제에서조차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내 한 아파트 단지는 임대동 주민의 헬스장, 놀이터 등 아파트 부대시설의 이용을 제한하거나 임대, 분양동 사이에 담벼락을 설치하기도 했다. 

소셜믹스 단지 내에서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구별이다. 남 교수는 소셜믹스의 문제점에 대해 “분양주택은 비교적 좋은 위치에, 임대주택은 비교적 선호되지 않는 위치에 지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구분되는 환경을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누가 임대주택에 살고 누가 분양주택에 사는지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에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의 임대동 주민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하나의 동에 섞여 있으면 구분이 잘 안 돼 차별을 덜 받을 것 같다”며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혼합 필요성을 말했다. 

남 교수는 우리나라에 임대주택 수가 적은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남 교수는 “소셜믹스 정책을 개선하는 것보다 임대주택의 수를 늘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국내 소셜믹스 정책은 최소한의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는 임대주택이 많아 개인 주택과 임대주택이 구분돼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만큼 노골적인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임대주택 수 증가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사이의 구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선 정부의 재원, 건설 지역의 선정 등이 문제가 된다”며 “임대주택 건설 지역 선정 시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크다”고 덧붙였다. 

분양과 임대 사이의 벽, 이제는 허물어야할 때
소셜믹스로 인한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 정책의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오 수석연구원은 “실제로 혼합단지 내 갈등문제는 2014년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선정한 ‘국민갈등해소과제’ 1순위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현재 소셜믹스의 큰 문제인 법 제도적 미비를 개선하기 위해 혼합단지 관리에 관한 법 조항을 신설 및 보완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김현아 국회의원실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정책의 보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인식 개선이다. 차별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임대주택 주민들을 향한 편견의 시선과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교수는 소셜믹스 제도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한 유럽의 사례를 들며 “유럽인은 사람에 대해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을 도덕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가르치며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체와 차별에 대한 교육이 비교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용산구 아파트 단지의 분양동에 거주하는 이재웅(남?42) 씨 또한 “소셜믹스로 인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에서 사람들에게 차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며 “한 사람으로서의 존중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주토피아’가 언제나 차별 없는 마을은 아니었다. 영화 중간, 마을에서 벌어지는 음모로 인해 동물들 사이에 ‘육식동물은 포악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자 육식동물은 다른 동물들에게 기피대상이 되고, 수많은 차별을 받게 된다. 그로 인한 결과는 마을의 분열과 퇴락이었다. 주토피아는 더 이상 평화로운 마을이 아니었다. 종류에 따라 분리되고 서로에 대해 불신과 증오로 가득 찬 사회였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계층에 따라 분리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퇴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좋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선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환경의 사람도 결국 같은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때 진정한 ‘소셜믹스’,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섞인 사회가 도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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