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3년이 조금 넘는 기간의 직장 생활을 끝내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첫 여름 방학, 길어봤자 일주일이던 여행이 지겨워졌던 차에 길게 떠나고 싶었다. 여행 전 유명관광지들을 찾고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돌아다니며 명소를 찾아 인증을 위한 사진을 찍기 바쁜 여행에서 벗어나 어디든지 그 곳을 충분히 만끽하고 평범한 여유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제주, 그 46일간의 여행 반이 지나가고 있다. 제주도를 떠올리면 아름다운 자연과 에메랄드빛 해변이 생각나지만 요즘엔 ‘예멘 난민’이 가장 큰 키워드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불안의 대상이었고, 지금도 주변에서는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온다.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 입장을 표하자면 제주도는 안전하다. 현재 같은 숙소를 묵고 있는 예멘 난민을 위한 아랍어 통역 봉사자에 의하면 제주도로 온 대부분의 난민들은 집안의 생계를 위해 최우선으로 넘어온 엘리트(Elite)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오후 9시 이전에는 숙소로 복귀해야 하며, 담배도 2명씩만 나가서 피워야 한다. 그들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된 규정인 것이다. 현재까지 난민으로 인해 일어난 범죄는 0이며, 현금 67만 원이 든 지갑을 찾아주는 등의 선행만 알려져 있다. 즉, 난민으로 인한 범죄 위험 가능성으로 제주도를 찾지 않는 것은 난민들을 향한 잘못된 시선 때문인 것이다. 제주도는 아름답다. 백록담의 영롱함, 탑동 공원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 샛노란 파라솔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어우러진 월정리, 비치타월 하나 깔고 누워 파도소리를 들으며 낮잠 자던 김녕 해수욕장, 튜브를 빌려 손이 퉁퉁 불도록 놀던 협재 해수욕장, 우람한 야자수들이 줄지어 명관을 이루는 색달 해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등에 지고 친구와 수다 떨며 거닐던 사려니 숲길 등. 제주도는 생각보다 평범하며,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 아직도 가고 싶은 곳이 많다. 그리고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지금도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오간다.

 

 

소비자경제 18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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