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약해진 국가 안보’라는 거센 바람 앞에서 여성은 위태로운 등불과도 같은 처지에 놓인다. 공녀로 끌려가 ‘전리품’ 취급을 당하는가 하면, 수십 년 후에는 제5종 ‘보급품’ 위안부라는 굴레에 메여 끌려갔다. 교육수준과 시민의식이 발달한 21세기에도 분쟁지역의 여성은 여전히 무차별적 폭력에 노출된다. 불과 1년 전, 군인이 민간인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가 발생했다.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들은 유엔(UN)에 “집단 성폭행하는 군인들로부터 엄마를 지키려던 5살 딸을 한 남성이 칼로 잔인하게 살육했다”고 증언했다.

다행히도 국제사회는 평화 수호의 움직임을 시작했다.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결의 1325호를 채택했다. 여성에 대한 조직적 폭력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가한다는 인식하에 분쟁지역 여성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분쟁 해결 및 평화 구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증진하겠다는 목적이다.

더욱 현실적인 실현을 위해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여성의 연대이다. 우리는 최근 몇 차례 인권 시위를 통해 다 함께 힘을 모을수록 서로에게 의지가 될 뿐만 아니라 파급력까지 강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여성의 인권이 무자비하게 짓밟혔던 과거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에 동참하는 것도, 폭력의 잔상에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해 함께 싸워주는 것도 연대 일부다.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좋은 예시다.

더 나아가 남북평화 문제에서도 여성의 적극적 참여와 연대가 필요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국가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쪽 성별의 목소리만 반영된다면 앞서 말한 차별과 부당함은 다른 형태로 둔갑하여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이 통일 입안 논의든, 국방력 조정 논의든 말이다. 2017년 기준 남한의 여성 장교 비율은 7.4%, 2018년 남북정상회담 자문단 여성 비율은 12%에서 16%에 불과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한반도에 전쟁이 없는 평화의 날이 온다면 이산가족도 없고, 우리 후세들은 우리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며 "전 세계가 싸우지 말고 서로 평화롭게 오고 가는 평화의 문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의 문이 열리는 첫걸음, 여성의 연대와 참여다.
 

김상희 (미디어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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