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어떤 일을 이루기에 부족한 불완전한 의미의 아홉수가 진정 존재한다면 내게는 23살이 그런 아홉수의 의미를 담는다. ‘오카야먀’라는 일본의 작은 소도시는 다가오는 2018년은 좀 더 맑은 마음으로 맞이하고자 선택한 여행지였다. 한국인이 별로 없고 오직 일본의 정취가 가득한 곳, 그래서 망설임 없이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며 여행이 시작됐다. 오카야마 공항은 생각보다 매우 작은 공항에 유심자판기도 없어서 처음으로 데이터 없이 일본 시골 동네를 다닐 생각에 걱정이었지만 같이 여행을 간 친구가 일본어를 잘해 문제없었다. 첫째 날 일본 3대 정원인 고라쿠엔 정원과 오카야마 까마귀 성을 방문 후 ‘오카덴’이라는 오래된 노면 전철을 타고 이온 몰에 가서 허기를 채웠다. 간단한 쇼핑 후 본 목적지인 ‘구라시키 ’지역의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일본 전통 가옥으로 생각보다 추웠지만 주인께서 미리 방을 따뜻하게 데워 놓으셔서 편안한 잠자리를 청할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오하라 미술관’이라는 일본의 첫 서양화 박물관을 갔다. 전시 관람 후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공예관에서 장인들의 손길을 느낀 후, 저녁으로 드라마 심야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이자카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만난 오카야마 토박이 주민 분들과 말을 하게 됐고 맥주와 지역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눴다. 식사를 마친 후 음식값을 지불해 주시는 감사한 일도 겪게 됐다. 셋째 날에는 ‘고지마’ 라는 지역의 바닷가에서 에메랄드빛 색을 눈에 가득 담았다. 저녁에는 재즈 바에서 칵테일과 초콜릿, 그리고 음악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일본 어르신분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날에는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느림과 여유를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사고 온천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4박 5일간 짧게나마 오카야마의 구라시키에서 현지인으로 살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동네에 아무생각 없이 들어간 빵집에서 느낀 건강한 맛과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전통 제과점에서 느껴지는 오랜 시간의 정성, 재즈 바의 낭만적인 밤, 미술관에서 한없이 바라본 모네의 수련 유화캔버스 이것들은 서울에서 빠르게 보낸 시간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여유를 다시금 붙잡게 해줬다.

홍민영 (의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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