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각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냥꾼 A와 B가 있다. 둘은 오늘 사냥을 위해 함께 숲에 왔다. 혼자 사냥하면 토끼를 잡지만 동료와 협력하면 토끼보다 훨씬 큰 사슴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슴을 잡아 반으로 나누는 것이 토끼를 잡는 것보다 큰 이익이 된다.
 두 사냥꾼은 사슴이 지나가는 길의 양 끝을 각각 지키고 있기로 했다. 자리를 지키고 기다리던 중에 A의 옆으로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간다. 오늘 이 길목에 사슴이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토끼라도 잡아야 하지 않을까? 동료 B는 이미 길목을 떠나 토끼를 잡고 있지 않을까? A는 고민에 빠진다. 동료와 협력 작전을 유지하며 길목을 지킬 것인가, 협력을 깨고 혼자서도 얻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이익 토끼를 잡으러 갈 것인가.

우리도 위와 같은 상황을 빈번히 마주한다. 협력으로 얻어질 수 있는 커다란 잠재적 이익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각자 작지만 확실한 이익을 선택해 협력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활용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자원들이 얼마나 많을까? 문제는 동료에 대한 신뢰 여부다. 동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형성돼 있다면 우리는 사슴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아무도 암표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암표상은 없어질 것이다. 아무도 자녀에게 조기교육을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으면 조기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누구든 노동에 합당한 보수와 처우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신뢰가 있다면 갑질, 임금 후려치기를 일삼는 기업은 도태돼 사라질 것이다. 

동료 시민들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힘은 제도와 법에서 나온다. 규칙이 만들어지고 법이 그것을 유지한다면 사람들은 좋든 싫든 그것을 준수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 위화감은 사라지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사회적 합의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할 만한 바람직한 방향의 제도를 형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컨대 대통령 개헌안이 제시한 토지공개념이 사슴사냥을 가능케 하기 위한 시도였다. 

경쟁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일 뿐,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다. 불필요한 분쟁으로 소모되는 비용은 잠재적 자원이다.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규칙을 제안하는 정부, 그러한 규칙을 누구나 지킬 것이라는 동료 시민들 간의 신뢰 이 두 가지 조건이 만들어낼 부가가치는 매우 크고 지속적일 것이다.

 

                                                                                   한성주 (역사문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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