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gender)의 문제는 우리가 각자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도록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지를 규정한다”. 2015년 『타임』이 뽑은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치아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젠더의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입력한 대로 여성들이 자신의 젠더를 수행하지 않을 때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젠더 정체성이다.‘여성은 마땅히 OO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규범이 강요되면, 개별 여성의 자율성은 실종된다.“좋은 여자는 겸손하고 순결하고 순종적이다”. 이러한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여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오래된 신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삶은 나아졌지만, 여전히‘여자답게~’로 시작되는 말들은 무수히 많다.‘여자는 조신해야 한다’‘여자가 말이 많으면 안 된다’‘여자가 고집이 세면 팔자도 세다’‘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다’등과 같이 일상에서 여성을 길들이고 제한하는 젠더 담론이 존재한다. 그런 한국 사회에서 지금‘Me Too’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침묵을 강요당해 왔던 여성들이“나도 피해자였다”고 목소리를 내면서, 각 분야에서 벌어진(벌어지고 있는), 그러나‘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은폐되어 왔던, 성추행과 성폭력이 공개되고 공론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젠더로 읽는 여성> 수업을 열게 되어 뜻이 깊다.

<젠더로 읽는 여성>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경험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젠더화 된다. 여성의 경우 대부분 사회구조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의 구속을 받으며 젠더가 형성된다. 사회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젠더 규정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젠더로 읽는 여성> 수업은 젠더적 관점을 갖고 여성의 문제는 한 개인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또한 일상의 문제가 정치사회적 쟁점이 된다는 점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불평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교과는 미래 여성인재를 키우는 우리 대학의 소명을 바탕에 두고 있다. 여자대학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성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무엇이 걸림돌인지 젠더 감수성을 키우고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실천의 자세를 전제하고 있다. 이에 <젠더로 읽는 여성>은 일차적으로 한국 사회 여성문제를 심층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문제의식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 나아가 공적인 장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은 문화이기에,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배제된 계층의 여성에 천착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누는데 있다.“수많은 여성들이 처한 크고 작은 불평등과 부당한 현실을 이야기할 때 필요한 언어”는 바로 페미니즘이다.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도 페미니즘이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했다고 말한다. 이에 우리 자신을 포함한 여성의 문제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되짚어 생각해 보려고 기획된 수업이다.

여성은‘아직도’사회적 약자다. 권력구조와 조직문화가 여성들에게 불리하고 불평등한 상황이기에, 여기서 많은 문제들이 파생한다. <젠더로 읽는 여성> 수업은 여성과 가정, 노동, 역사를 주제로 세 모듈로 구성되었다. 해당 주제의 모듈은 4주를 학습싸이클로 진행된다. 첫 주에는 인문학 및 사회과학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고, 둘째 주에는 영화에서 해당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해석하며, 셋째 주에는 관련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모색한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넷째 주에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정리하여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 모듈별로 다양한 관점과 여러 텍스트를 융합적으로 넘나들면서 한국 사회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해보고, 포트폴리오 형태로 자신의 학습과정을 정리하는 가운데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도록 하였다.

2018년 봄 학기에 처음 문을 연 <젠더로 읽는 여성> 수업은 여성 스스로 사회에 당당하게 발언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데 있다. 마사 누스바움은 한국의 교양교육의 발전을 위해 "젠더 문제가 커리큘럼에서 지금보다 더 주된 연구 분야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젠더로 읽는 여성>은‘교선일반’2학점(2시간) 교과로 1학기에 개설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를 성찰해 보며, 학생 스스로 여성 관련 이슈를 발견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배운 바를 새롭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강의실 안팎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가운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명의 전진기지가 되길 소망한다.

신희선 기초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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