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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는 학교, 열정대학
김지연·이혜니 기자  |  smpkjy9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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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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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억셉티드(Accepted)」의 주인공 바틀비 게인스(Bartelby Gaines)는 지원했던 대학교에 모두 낙방하자 직접 대학교를 만들었다. 처음엔 부모님께 낙방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만든 가짜 대학교였지만, 수많은 청년들이 이 대학교에 지원하면서 점점 진짜 대학교의 모습을 갖춰 갔다. 이곳에선 학생이 교수가 돼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과목으로 만들고 가르칠 수 있게 한다. 명상 수업, 로큰롤(Rock‘N’Roll) 수업 등 일반 대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수업으로 학생들은 만족감을 느꼈다. 용산구에도 이처럼 일반 대학교와는 사뭇 다른 대학이 있다. 바로 ‘열정대학’이다.


열정대학, 나를 알아가는 공간
열정대학에선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이 곧 과목이 된다. 유덕수 열정대학 대표는 “열정대학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자신을 알게 해주는 자기계발의 일환이에요”라며 “20대들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실현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열정대학을 설립했죠”라고 소개했다. 이어 유 대표는 “경제나 사회에 대해 논의하는 과목도 있지만 취미 혹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과목도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물총 축제를 하기 위한 수업이나 디즈니(Disney)를 주제로 한 과목도 있다. ‘디즈니개론’은 단순히 디즈니사에서 만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며 디즈니 영화 속 캐릭터의 특징, 이야기 전개 등을 직접 분석해 다른 학생들에게 강연하는 수업이다.

이처럼 열정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취미 생활과 관심사가 하나의 과목이 될 수 있다. 지난 학기 본교를 휴학한 상태로 열정대학을 다닌 최희정(중어중문 13) 학우는 평소 사람들과 논의하고 싶던 ‘페미니즘’을 과목으로 개설했다. 최 학우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페미니즘의 개념을 영화, 연극, 예능 프로그램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했어요”라며 개설했던 과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페미니즘 과목을 개설해 3학기 동안 진행하니 수업을 듣지 않은 사람들도 저와 함께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어요”라며 “수업을 듣지 않은 사람들과 다 함께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며 페미니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색다르고 즐거웠죠”라고 말했다.

열정대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유 대표는 성에 관심이 많았던 한 학생에게 성교육 전문가가 돼 사람들에게 올바른 성 지식을 알려줄 것을 추천했다. 유 대표는 “그 학생은 2년 동안 열정적으로 성에 대해 공부해 ‘섹스학과’를 개설했어요”라며 “섹스학과에서 강의한 경력으로 유명한 성교육 전문가가 돼 현재는 보건복지부에 성교육강사로 등록돼 있죠”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보세요’라는 열정대학의 모토가 실현된 것이다.
최 학우는 열정대학이 스스로에 대해 탐색해보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최 학우는 “여행 이야기 공유 과목, 자신의 강점 찾기 과목, 명상 과목 등을 수강하며 대학교에선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라며 “제가 흥미를 느끼는 것이 무엇이며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죠”라고 말했다.

열정대학은 매달 신입생을 모집한다. 대한민국 20대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신청 인원 모두가 합격한다. 등록 후 활동 기간은 3개월로, 해당 기간 동안 열리는 100여 개의 과목 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거나 직접 원하는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3개월 동안의 활동이 끝나는 2월, 5월, 8월, 11월에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열정스테이지’가 열린다. 유 대표는 “장소를 마련해놓으면 열정대학의 재학생들이 그 무대를 채워요”라며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춤, 노래, 마술, 연극, 강연 등을 하는 축제죠”라고 말했다.

우리 함께 '버스킹할과'?
매주 금요일 밤이면 ‘버스킹(Busking)할과’의 연습실엔 늦게까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난 10일(금), 본지 기자는 곧 있을 열정스테이지를 위해 예행연습을 하던 버스킹할과의 연습실을 찾았다. 본교에서 남영역으로 가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파란색 쪽문이 보인다. 문을 열어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의 끝에서 환한 불빛과 함께 신나는 음악이 새어 나왔다. 지하 연습실엔 비슷한 연령의 버스킹할과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무대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연습은 무대의상을 맞춰 입은 네 명의 남성이 부르는 잔잔한 발라드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소품을 착용한 남녀가 율동을 하며 부르는 노래로 끝이 났다.

버스킹할과엔 음악을 사랑하고 버스킹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버스킹할과를 개설하기 위해 열정대학에 입학한 장기훈(남·26) 씨는 “대학교에서 버스킹 동아리에 가입했었지만 일부 학교 행사를 제외하곤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라며 “열정대학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였기에 다양한 활동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요”라고 말했다. 버스킹할과는 9월부터 두 달간 총 두 차례의 야외 버스킹을 진행했다. 지난 9월 29일(금) 여의도 한강공원에서의 첫 버스킹의 추억을 떠올리던 장 씨는 “날씨가 좋아 공연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많았어요”라며 “지나가던 사람들로부터 ‘노래를 잘 부른다’는 칭찬을 받을 때면 힘이 났죠”라고 말했다.

버스킹할과 과목을 수강 중인 엄태인(남·27) 씨는 “버스킹할과에서 직접 버스킹을 하기 전까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라면서도 “막상 무대에 서니 자신감이 생겨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인 김정연(여·22) 씨는 “혼자 버스킹할 자신이 없어 버스킹할과 과목을 수강하게 됐어요”라며 “여럿이 함께 도전하니 용기가 생겼고 연습을 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협력하는 법도 배웠죠”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장 씨는 하고 싶은 일이 없거나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열정대학을 추천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열정대학의 학생들은 모두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예술작품으로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다
‘아티스트웨이(Artist’s Way)’는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정대학의 과목이다. 아티스트웨이는 내면의 창조성을 깨우는 수업을 진행하는 이야기를 다룬 줄리아 카메론(Julia Cameron)의 저서 「아티스트웨이」에서 고안됐다. 아티스트웨이의 개설자인 정재석(남·28) 씨는 “예술을 할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재능이 없다’는 비난을 듣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아요”라며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내면에 있는 예술에 대한 갈망을 이끌어내 예술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티스트웨이의 목적이죠”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매주 한 번씩 모여 한 주 동안 자신의 창작품에 대해 발표한다. 이들이 만드는 예술 작품의 형식엔 제약이 없다. 학생들은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 노래를 개사하고, 심지어 연기를 하기도 한다. 아티스트웨이를 수강했던 한장희(남·27) 씨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라며 “평소라면 작품창작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티스트웨이를 수강하며 예술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았죠”라고 말했다.

지난 22일(수), 아티스트웨이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6주간의 수업을 마무리하는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본지 기자는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회로 향했다. 전시회가 열린 열정대학 5층 강의실에 들어서니 벽마다 아티스트웨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시를 쓴 종이가 자유롭게 벽에 부착돼 있었고, 한쪽 구석엔 어느 소녀의 뒷모습과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 그려진 동양화가 놓여 있었다. 전시회는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찾은 열정대학 학생들로 붐볐다. 그들은 전시회 이곳저곳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전시회가 끝날 무렵엔 아티스트웨이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사람들 앞에서 각자의 작품을 소개했다. 정 씨는 “학생들이 전시회를 통해 본인의 작품을 자신감 있게 소개할 수 있길 바라요”라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 활동을 알림으로써 그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매주 자신의 창작품을 발표할 때, 서로의 작품에 대해 비난이 아닌 칭찬을 건넨다. 정 씨는 “칭찬을 통해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인다”고 말했다. 한 씨는 “직접 만든 작품에 대한 칭찬을 계속 듣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수업을 수강하면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아티스트웨이를 수강 중인 변예은(여·21) 씨에겐 한 가지 사연이 있다. 과거 그녀는 남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는 것이 두려웠다. 변 씨는 “작품에 대한 비판과 칭찬 모두 싫었어요”라며 “칭찬도 형식적인 것으로 들려 저 자신이 초라해졌죠”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선생님께 작품 평가를 받을수록 움츠러들어 미술을 그만두기도 했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림을 그만둔 이후에도 그녀는 꾸준히 예술 작품을 즐겼다. 변 씨는 “작품을 감상하며 미술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작품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던 그녀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은 컸다. 이후 그녀는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아티스트웨이를 수강하기로 결심했고, 과목 수강을 통해 큰 변화를 겪었다. 변 씨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제가 그린 그림의 가치를 알게 됐어요”라며 “이후 작품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뿌듯했죠”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자신을 존중하게 됐다고 한다. 변 씨의 작품엔 항상 자신이 등장한다. 변 씨는 “작품에서 저를 통해 타인을 보고 저 자신을 보려 해요”라며 “작품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표현하려 노력하죠”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아티스트웨이를 통해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기자가 만나본 열정대학 학생들은 하나같이 ‘일단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를 실천에 옮기며 그들의 꿈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 대표는 “가만히 있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라며 “대부분 자신의 무기력함을 어떠한 동기부여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생각하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기부여라는 뜻의 ‘Motivation’의 어원은 ‘Move’라고 말한다. 일단 움직이고 시도해보는 것이 자신의 꿈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결과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봐요”라며 청년들을 북돋웠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배울 수 있는 열정대학은 20대에게 마음 한편의 위안이 되면서 그들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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