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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인생 제2막의 시작을 알리다
이지원·김의정 기자  |  smpljw9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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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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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12년 전 42세의 젊은 나이로 ‘폐경’을 경험한 박혜선(여·57) 씨는 처음 폐경을 진단받은 뒤 더 이상 자신은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임신이 가능하다는 일종의 ‘증표’인 월경을 하지 않는 폐경이행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폐경을 경험한 우리나라 여성 대다수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수십 년 전부터 여성단체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폐경’이라는 단어 대신 ‘월경의 완성’ ‘여성성의 완성’이라는 의미로 ‘완경’이라고 부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본지에서는 학술용어로 정식 채택된 폐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폐경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폐경을 단지 여성성의 상실로만 정의한다. 얼마 전 폐경을 겪고 우울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위로해드려야 할까, 축하해드려야 할까.


월경의 멈춤과 함께 찾아오는 것
“청소년기에 ‘사춘기(思春期)’가 있다면 중년기에는 수확의 ‘사추기(思秋期)’가 있죠”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폐경을 여성이 일생을 살아가며 겪는 신체 변화에서 가장 성숙해진 단계라고 여긴다.

여성이 나이가 들면 난소가 노화돼 배란이 멈추고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월경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폐경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1년간 월경이 없으면 폐경으로 진단한다.

만약 40대 이상의 여성에게 내분비학적 문제가 없는 데다가 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월경을 하지 않는다면, ‘폐경이행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길어지면서 흔히들 ‘갱년기’라고 부르는 페경이행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월경이 불규칙해진 시기부터 월경이 완전히 없어진 이후의 1년까지를 폐경이행기라고 한다. 폐경이행기의 기간은 평균 4년에서 7년 정도다.

박 씨는 폐경이행기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길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폐경이행기에 많이 힘들어했어요”라며 “가족들도 저의 변화를 쉽게 눈치챘죠”라고 말했다. 폐경이행기엔 여성호르몬 생산의 감소로 인해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가족들을 대하는 박 씨의 태도가 달라지자 그녀의 변화를 온 가족이 알게 됐다. 박 씨는 “감정이 시시때때로 변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저의 모습을 가족들이 잘 이해해줬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들의 이해가 없었다면 그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폐경이행기에는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것 외에도 안면에 홍조가 생기고 피부의 땀샘에서 땀이 분비되는 등 여성호르몬 결핍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본교 오수용 보건의료센터 의사는 “폐경이행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피로감, 불안감, 우울감, 기억력 장애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안면홍조와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 그녀는 “신경이 예민해지고 관절통이 심해지기도 했어요”라며 “다양한 증상을 경험했으나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죠”라고 말했다.

폐경이 부끄럽나요?
대한민국 여성들은 폐경 이후 자신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가지며 우울해 한다. 박 씨 역시 처음 폐경 진단을 받고 난 뒤에는 암담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나라 여성 평균 폐경 나이인 만 49~50세에 비해 박 씨는 42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폐경을 경험했다. 그녀는 폐경으로 인해 임신할 수 없게 되자 젊음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박 씨는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건 여자만이 가진 권리라고 생각했어요”라며 “또한 ‘젊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반면 폐경에 대해 그녀는 “여자로서의 삶은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폐경을 여성성의 상실과 동일한 의미로 여긴 것이다.

실제로 대한폐경학회에서는 ‘한국 폐경여성의 폐경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무작위로 추출된 전국의 50세에서 59세 여성 1,201명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폐경 후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질문하자 응답자 140명 중 64.2%(90명)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감정에는 주로 ‘여성으로서의 상실감’ ‘존재에 대한 상실감’ ‘서글프다’ ‘나이가 들었다’ 등이 있었다. 반면 ‘편안하다’ ‘안도감’ ‘좋다’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답한 여성은 20.7%(29명)에 불과했다.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답한 여성은 15%(21명)였다.

실제 폐경(menopause)이라는 단어는 달(month)과 멈춤(cease)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월경의 멈춤’ ‘마지막 월경’이라는 뜻을 가진 것이다. 안 원장은 “폐경(閉經)의 실제 한자 뜻과는 다르지만 우리말 ‘폐’라는 글자는 주로 폐업(廢業), 폐차(廢車) 등에 쓰여 사람들에게 부정적 느낌을 줘요”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1989년부터 폐경 대신 완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완경은 일생의 신체 변화에서 가장 성숙한 단계예요”라고 말하며 폐경을 ‘월경을 완성한 우아한 완경!’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안 원장은 “35년 이상 월경을 하던 여성이 완경을 하게 되면 월경을 여성성과 동의어로 여기는 세상의 편견으로 인해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해요”라며 “월경은 그달 임신을 하지 않아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오는 현상일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월경이란 단지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상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안 원장의 주장과 같이 완경이란 단어를 사용하자는 학우도 있었다. 송하(소비자경제 16) 학우는 “‘폐경’이란 단어는 월경의 중단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 같이 느껴져 거부감이 들어요”라며 “‘완경’이라는 표현이 더 바람직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폐경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통과의례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어요”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해요”라고 전했다.

폐경이행기, 건강하게 지나가세요
“이 약이 폐경이행기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래” 박 씨와 비슷한 나잇대의 중년 여성에겐 폐경이행기 및 폐경과 관련된 대화가 일상적이다. 박 씨는 “폐경이행기에 접어든 여성이 주변에 많아 증상과 치료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죠”라며 “대부분 치료를 받기보다는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이나 식품에 관심을 가져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의사는 “약국에서 권하는 약물은 정식 치료제가 아니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에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해요”라고 말했다.

식이요법을 통해 폐경이행기의 증상을 완화하려 하는 여성들도 있다.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능을 지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이소플라본(Isoflavones)을 함유한 석류, 콩 등의 식품과 골다공증에 효과적인 성분인 붕소(Boron)을 함유한 양배추, 사과, 무화과 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신체 내에서 여성 호르몬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에 이러한 식품들이 폐경이행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오 의사는 “약효를 얻기 위해서는 섭취해야 하는 음식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져 영양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어요”라며 “식이요법의 효과에 관해서는 담당의와 상의해 그 섭취 여부를 판단해야 하죠”라고 전했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치료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건 바로 호르몬 요법이다. 오 의사는 “호르몬 치료제 중에는 폐경이행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 있으니 본인의 상태에 맞게 처방을 받으면 돼요”라며 “호르몬 치료는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폐경 후 피부의 탄력과 두께를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폐경이행기 증상을 치료하지 않는다고 신체적인 질병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오 의사는 “과거 대부분의 여성들은 폐경이행기 증상을 참고 견뎌야 할 것으로 여겼어요”라며 “근래에도 신체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생활습관의 변화나 식이요법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죠”라고 말했다.

폐경이행기는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이로 인해 일상에 지장을 받을 만큼 어려움을 겪는다면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오 의사는 자신에게 맞는 바람직한 방법을 통해 페경이행기를 건강히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폐경이행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인생 중후반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이다. 따라서 폐경을 바라보는 그간의 부정적인 시선은 거두고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제2막을 여는 출발점인 폐경. 한 달에 한 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월경마저 사라진 여성에게는 앞으로 펼쳐질 일생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일만이 남았다. 그녀는 이제 새 삶을 찾아 나설 것이다.
아직도 어머니의 폐경이 안타까운가. 어머니의 폐경을 목격한 당신, 위로가 아닌 축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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