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에게 힘듦을 토로하면 ‘용기를 내 맞서 싸워라’와 같은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다. 이처럼 마음을 북돋아주기 위해 하는 말이었던 ‘용기를 내라’는 말, 하지만 끝없는 경쟁과 힘든 현실 속에 지친 20대에게 이는 어느새 점점 잔인한 말이 돼가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들 말하는 용기지만 현재 불안정한 사회의 현실에 지친 20대에게 ‘용기’라는 말은 잘 와 닿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20대에게 젊은 패기와 용기로 현실을 바꿔나가길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 20대에게 위험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용기를 내는 것은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숙명인들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하는 용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한 이들은 20대가 가져야 할 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9월 21일(수)부터 23(금)까지 3일간 본교 학우 415명을 대상으로 ‘20대의 용기’라는 주제로 ‘사랑할 용기’ ‘꿈꿀 용기’ ‘배려하지 않을 용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정확도 95%, 오차범위 ±1.8%p)

마음으로 하는 사랑,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도록 외부 요인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뜻하는 ‘사랑할 용기’. 설문 결과 학우들은 사랑이 본인의 마음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학우 46.7%(194명) 중 72.6%(141명)가 사랑에 도움을 주는 요인은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응답했다.

사랑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 또한 외부가 아닌 스스로의 감정에서 찾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주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29.5%(57명)의 학우가 ‘지나친 감정소비’를 들며 사랑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꼽았다. ‘학업시간 부족’을 꼽은 학우는 15.0%(29명), ‘부모님의 반대’를 꼽은 학우는 4.1%(8명)로 뒤를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도 학우들은 본인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학우 53.3%(221명) 중 70.1%(155명)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이유가 ‘사랑을 줄 마땅한 대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18.0%(40명)의 학우들은 ‘삶에 여력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서영(미디어 12) 학우는 “여가 시간에는 혼자 쉬는 것이 좋다”며 “휴식 이외의 일에 낼 시간이나 힘은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부분의 학우들은 사랑할 용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사랑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90.6%(376명)의 학우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랑할 용기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는 사랑할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대다수의 학우가 사랑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으로 ‘본인이 사랑할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학우는 58.5%(241명)에 그쳤다. 백진하(공예 15) 학우는 “사랑하는 데에는 경제적 요건이 필요하고 시간도 투자해야 한다”며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84.1%(259명)의 응답자가 사랑할 용기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많은 학우들은 사랑을 하는 것에 있어 스스로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꿈이 있는 20대의 삶,
용기로 현실을 뛰어넘고 싶어요

꿈꿀 용기는 자신이 꿈꾸는 삶을 향해 마음껏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20대에게는 외부의 간섭과 방해에 지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꿈을 꾸고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설문 결과 ‘현재 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학우는 69.6%(289명)로 ‘아니다’고 응답한 학우보다 30.4%(126명) 많았다. ‘꿈을 형성하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본인의 생각’이라 응답한 학우는 81.3%(257명)로 많은 학우들이 자신의 꿈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외부의 조언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꿈을 꿀 용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우는 94.9%(394명)로, 대부분의 학우들이 꿈꿀 용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류소라(IT공학 16) 학우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는 20대다”며 “다른 나이대보다 꿈을 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가 꿈꿀 용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2.3%(217명)의 학우가 ‘없다’고 응답했다. 류승은(홍보광고 16) 학우는 “현대사회에서는 꿈에 대해 부모님이나 친척에게 무시당하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접하기 쉽다”며 “20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보다 주변에서 하도록 하는 일을 하게 돼 용기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우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과반인 58.8%(244명)의 학우가 ‘20대가 꿈을 이루거나 꿈을 꾸는 것에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사회적 현실’이라고 답했다. 둘 중 한명 꼴로 사회적 상황이 자신의 꿈에 장애가 된다고 여기고 있는 셈이다. 백지연(글로벌협력 16) 학우는 “성별, 재산 등의 사회적 편견은 20대가 꿈을 꾸는 데 어려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의 의지’을 꼽은 학우가 13.3%(55명), ‘주변의 시선’을 꼽은 학우가 11.3%(47명)로 나타났다. 꿈을 방해하는 요인이 ‘주변의 시선’이라 응답한 김도희(행정 16) 학우는 “누군가 꿈이 있다고 말하면 응원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의 시선이 20대의 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66.5%(276명)의 학우들은 20대의 꿈꿀 용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본인에게는 용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꿈꿀 용기를 갖고 있다고 응답한 조연수(한국어문 14) 학우는 “나 자신은 원하는 것을 위해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그러나 현재 20대들은 직업, 학력, 결혼 등 세상의 기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꿀 용기를 지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과반에 조금 못미치는 49.7%(195명)의 학우들이 ‘국가의 정책 혹은 사회 제도’라고 응답했다. 전체적 환경이 개선돼야 20대가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41.6%(163명)의 학우가 ‘사회의 해결뿐만 아니라 개인이 노력해 용기를 쟁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성윤정(교육 14) 학우는 “꿈꿀 용기는 자신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고 미래를 고민하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배려하지 않을 용기,
이제는 스스로를 배려해야 할 때죠

‘배려하지 않을 용기’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위해 싫은 것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용기인 것이다.

설문 결과, 절반 이상의 숙명인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을 배려하는 것과 자신을 돌보는 것 중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4.3%(267명)의 학우가 ‘둘 다 똑같이 고려해야’를 꼽았다. ‘남이 손해보더라도 나를 챙기는 것이 우선’을 택한 학우가 27.5%(114명)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숙명인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남을 배려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8.2%(283명)의 학우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익명의 한 학우는 “지정좌석제 수업에서 마음에 드는 자리를 맡았지만 옆 사람이 친구가 앉아야 한다며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다”며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리를 비켜줬다”고 말했다. 장민주(환경디자인 16) 학우는 “조별 과제를 할 때 팀원들의 시간에 맞춰 모이는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며 “그 탓에 스스로의 일정이 다소 바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20대가 되며 보다 넓은 사회로 나오게 되자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에 급급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기도 했다. ‘20대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원치 않는 배려를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0%(249명)의 학우가 ‘그렇다’는 대답을 보였다. 이에 홍한비(중어중문 13) 학우는 “사회 전반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김은애(환경디자인 13) 학우 또한 “한국사회는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다”며 “때로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학우들은 원치 않는 배려를 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불만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배려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88.4%(367명)의 학우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학우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셈이다. 김보연(경영 15) 학우는 “더불어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타인의 삶보다 자신의 삶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평소  많은 상황에서 내키지 않는 배려를 하게 된다는 유현지(문화관광 15) 학우는 “생활하다보면 사람들이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배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 있는 용기를 지니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할까. ‘배려하지 않을 용기가 갖춰지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개인의 노력’이 압도적이었다. 대다수의 학우가 개인의 노력으로 배려하지 않을 용기를 지닐 수 있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20대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돼 인생을 꾸려나가기에 사회적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20대는 자신을 표현하고, 실현하고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 속에 뛰어들어 열정을 다하는 20대. 현실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발걸음에 용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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