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앞에서 ‘숙명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허완범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99년부터 운영해온 서점의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좁은 우리 학교 앞에서 지금처럼 적은 수익만으로는 언제까지 서점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 답답하다. 더욱이 그나마 팔리는 책조차 공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과제에 쫓겨 급히 보는 듯한 책이 대부분이라 학생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숙명인서점에서는 전체 매출의 65% 이상이 강의교재 판매 수익이다. 나머지는 잡지와 영어 관련 서적, 교양서적이다. 교양서적도 알고 보면 수업 부교재이거나 과제 제출에 필요한 책 위주이다. 어떨 때는 책의 내용이 아닌 부록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인문사회과학서적은 한쪽 귀퉁이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실제로 그것을 찾는 사람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다.


숙명인서점이 생긴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고학번의 선배가 후배에게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사주고 함께 토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허씨는 “그때는 사회의 그늘진 계층을 옹호ㆍ대변하고,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서적을 탐독하며 이념으로 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사회 전반적인 흐름에 따라 대학생들에게는 취업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됐고, 이념 문제는 뜬 구름 잡는 얘기가 돼버린 실정이다.


인문사회과학서점은 물론 학교 앞 서점은 대부분 위기에 처해 있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형서점이 작은 서점들을 흡수하고 온라인 서점은 무료배송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이 가운데 학교 앞 소규모 서점은 공간 확보조차 어려워지며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허씨는 “서점이 저마다의 정체성을 잃고 본래의 색깔이 옅어지고 있다.”며 “교재만 가져다 파는 것은 문방구이지 어떻게 서점이라고 할 수 있겠냐.”고 한탄했다.


2002년 문을 닫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숙명문고’는 당시 학우들이 우리 학교 주변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점이었다. 회원제를 도입해 생일을 챙기고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등 마케팅전략을 이용해 학우들의 발걸음을 끌었다. 그러나 숙명문고는 아무리 책을 팔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임대료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문구 할인마트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허완범씨는 숙명문고를 운영했던 주인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 사람 떠나보내면서 저 뒷모습을 나는 언제 보이게 될까 생각했었지.”


허씨는 이익만을 따지면 처음 입점했을 무렵 이미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서점 앞을 오르내리는 학우들에게서 젊음의 싱싱함과 살아있는 눈빛을 느껴 그 열기로 위안을 얻고 힘을 내고 있다. 허씨는 “내 소망은 이곳에서 기력이 다 할 때까지 오래도록 서점을 하는 것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허씨의 바램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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