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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 우먼’, 뮤지컬로 일본군‘위안부’를 말하다
고지현 기자  |  smpkjh8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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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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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정치·사회적 갈등이 아닌 일본군‘위안부’ 소녀들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올해 뉴욕 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를 졸업한 김현준(남·26세) 연출가. 그가 연출한 뮤지컬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은 일본군‘위안부’를 주제로 다룬 작품으로,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김 연출가는 컴포트 우먼의 배경이 되는 시기를 ‘찢어진 역사’라고 표현했다. “일본군‘위안부’의 고통은 사람들이 지금껏 제대로 보지 못했던 역사의 단면이에요. 지난 70년 동안 왜곡돼 왔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죠” 조각난 사실들을 모아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 연출가. 그가 ‘컴포트 우먼’을 통해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 뮤지컬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다
어릴 적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던 김 연출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작한 유학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을 뮤지컬 창작자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미국에서 뮤지컬을 기획하며 가장 어려웠던 일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유학 생활 동안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의지할 곳이 없어서 마치 깊은 바다를 헤매는 기분이었죠. 무서우면서도 간절했어요. 이런 상황 때문에 더 굳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 연출가는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을 연출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해외 시장에서 아시아를 소재로 만들어지는 뮤지컬은 대부분 백인의 시선으로만 해석돼 무대에 오르고 백인이 아시아인의 배역을 맡기도 해요”라며 이러한 뮤지컬은 아시아에 대한 백인사회의 편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출가는 “아시아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기 위해서는 뮤지컬 제작과정에서 아시아인들이 배우, 창작진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해요”라며 “우리 얘기는 우리가 해야죠”라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그는 현재 ‘전미 연출가 및 안무가 협회’의 회원으로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이자 최연소 회원이다. 김 연출가가 뉴욕 시립대 재학시절 기획한 뮤지컬 컴포트 우먼은 지난해 3월 6일(일) 첫 시사회를 마친 후 7월 31일(금)부터 8월 9일(화)까지 2주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특별 앙코르 공연도 진행됐다. 지금은 브로드웨이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중국·필리핀에서의 공연도 준비 중이다.

◆ 일본군‘위안부’, 뮤지컬이 되다
‘1941년, 동생을 일본군으로 떠나보낸 조선 소녀 김고은은 일본인 브로커로부터 “설탕 공장에서 돈을 벌어 동생을 구하고 부모님을 부양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녀는 브로커를 따라 동경으로 가는 배에 올랐지만 정작 도착한 곳은 전쟁 중인 인도네시아였다. 위안소에 갇히게 된 김고은과 소녀들은 일본군의 눈을 피해 탈출을 계획한다’ 김 연출가는 작품 속에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재현함으로써 소녀들이 경험했던 당시를 생생히 보여주고자 했다.

김 연출가는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편견과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 일본군‘위안부’가 고통 받았던 사실 그 자체에 주목했다. 사실 전달을 위해 자극성도 배제했다. 강간이나 고문장면은 최대한 절제했으며 홍보 포스터 속의 나신도 유린당한 상황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만 최소한으로 남겼다.

   
▲  1,2. 뮤지컬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의 공연 장면이다. 컴포트 우먼은 작년 미국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3. 김현준 연출가(위에서 오른쪽)는 작년 7월 컴포트 우먼의 배우들과 워싱턴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군‘위안부’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다.

“여성이 희생자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는 일본군‘위안부’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일본군‘위안부’는 남성이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위안소를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 결국엔 광복한 조국에 도달한다. 이는 일본군‘위안부’가 소극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 속 소녀들이 보여주는 주체적 여성상은 김 연출가가 작년 여름 워싱턴 수요집회에서 만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할머니를 만나기 전 김 연출가는 일본군‘위안부’를 ‘약한 여성’의 이미지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연출가가 만난 김 할머니는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김 할머니는 무척 자주적인 성향을 가진 분이셨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분이셨죠”

홍보 포스터에서는 일본군‘위안부’들이 겪었던 고통의 실제를 보여주고자 했다. 뮤지컬의 제목 ‘컴포트 우먼’에 새겨진 손톱자국은 일본군‘위안부’였다는 사실에 고통 받으며 일본군‘위안부’라는 호칭을 지우려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상징한다. 포스터의 위쪽에 있는 쓰러진 나신의 뒷모습이 그 아래 전쟁 장면과 함께 놓여 두 사건의 연관성을 포착한다. 이는 결국 전쟁 때문에 유린된 여성이 고통 받은 상황을 상징한다.

김 연출가는 컴포트 우먼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적은 외국인에게 일본군‘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자 했다. 2012년 그는 한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논란을 일으켰을 때 외국인들에게 그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설명했다. 당시 그의 설명을 들은 외국인들은 크게 놀라며 일본인‘위안부’에 관심을 보였고 이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했다. 이를 계기로 김 연출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보다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일본군‘위안부’를 주제로 한 뮤지컬 컴포트 우먼이 됐다.

관객들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좌석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모아 영어로 번역한 「위안부구술집」을 배포하기도 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뮤지컬 관람을 마치고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스스로 찾아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김 연출가는 “뮤지컬은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달리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워요”라며 “뮤지컬을 보고 나서 노래가 잊히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았을 때, 일본군‘위안부’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 정치적 갈등에 가려진 소녀들
뮤지컬 컴포트 우먼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김 연출가는 일본인‘위안부’를 둘러싼 문제 속엔 정치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지금껏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주인공이 소녀였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라며 정치적 쟁점에 의해, 고통 받은 당사자들이 잊히는 실태를 꼬집었다.

그는 “컴포트 우먼에 투자한다고 했다가 철회한 한국인이 꽤 많았어요”라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에 민감한 정치적 소재기 때문에 일본 고객을 둔 회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컴포트 우먼에 연관되고 싶어하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한국인 창작진을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함께 컴포트 우먼을 만들자는 제안에 많은 사람들이 거절의 의사를 표했으며, 공연 기간 중 극장 앞에 설치할 소녀상의 조각을 의뢰 받은 한국인 조각가들도 부담스럽다며 제작을 거부했다. 김 연출가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이 소재에 대해 겁을 먹더라고요”라며 씁쓸함을 표했다.

일부 일본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전화, 문자, 메일로 ‘죽여버리겠다’며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김 연출가는 “아침에 그런 메시지나 전화를 받고 리허설에 나가면 겁이 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힘들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일본인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김 연출가는 “컴포트 우먼의 오디션을 보러 온 일본계 지원자 중 절반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온 미래 지향적인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주인공 김고은을 꾀어내는 브로커 ‘고미노’ 역을 맡은 일본계 배우 에드워드 이케구치 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소녀상을 만드는 일에 자진해 나선 그는 일본에서 비난을 받는 것이 두렵지는 않냐는 김 연출가의 물음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소녀상을 계기로 정부나 국민들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올바른 미래로 향한다면 한국과도 우호적인 관계가 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뮤지컬 컴포트 우먼은 내년 여름,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한국의 관객들에게 “작품 속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1941년 당시로 돌아가 ‘내 딸이, 내 동생이, 내가 만약 저런 청소년기를 지나왔다면 어땠을까’라는 부분에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 연출가는 “수요집회처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참여가 일본군‘위안부’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생각해요”라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청소년기 송두리째 뺏긴 소녀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일본군‘위안부’라는 역사적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자 노력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 뉴욕 브로드웨이 외곽 지역의 소극장 거리를 지칭하며 이곳에서는 예술성과 흥행성을 가진 작품들이 공연된다.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 전 작품성과 상업성은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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