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올 여름, 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끈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있었다. 바로 <인사이드 아웃>이다. 영화는 인간의 머릿속에 감정과 기억을 관리하는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기발하고도 귀여운 발상에서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기쁨이와 함께 즐거워하고, 슬픔이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소심이와 함께 마음 졸인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각자 자신의 감정 컨트롤 본부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의 감정 컨트롤 본부를 들여다보며, 감정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감정들을 편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쁨이의 즐거워하는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어하며, 그 모습에만 자신을 투영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가 언제든 우리와 함께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기쁨이가 감정 컨트롤 본부의 대장이 되도록 억지로 내세울 필요는 없다. 물론 희망, 성취감, 즐거움은 우리에게 필요한 긍정적인 요소들이지만, 분노, 슬픔, 걱정과 같은 다른 요소들에게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는 불행해질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도 기쁨이는 혼자일 때보다 슬픔이와 함께일 때 행복했다. 기쁨이 혼자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했을 때 감정 컨트롤 본부의 시스템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더 많은 종류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받아들일수록 우리는 타인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다른 감정들은 배제된 채, 매 순간 기쁘고 즐겁기만 한 삶이 인간답고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사이드 아웃>의 포스터는 ‘진짜 나를 만날 시간’이라는 문구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기억의 구슬이 언제나 기쁨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었으면’하고 바라겠지만,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구슬 안에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 자신이 들어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이 색들이 조화롭게 모였을 때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한다. 내가 감정을 편애하고 있지는 않은지, 슬픔이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김은희(한국어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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