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그래픽=윤나영 기자>

<셀프리스>
국가: 미국
연령: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5. 09. 10
러닝타임: 117분

인도출신 감독 타셈 싱 영화는 주로 현실보다 상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상상의 세계가 우리에게 현실보다 더욱 근원적인 것을 환기시켜왔다. 데뷔작 <더 셀>(2000)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모티프로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을 치유하거나, 무의식에 남아있는 정보를 읽어내는 미래의 심리상담소 이야기다. 다음 작품인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은 주인공이 상상하여 말하는 이야기 속 환상적 내용이 바로 장면화 되면서 현실과 교차되는 이중적 구조를 지녔다. 이후 <신들의 전쟁>(2011) 과 <백설공주>(2012) 역시 신화나 동화의 내용을 영화화했다. 타셈 싱은 이처럼 환상적 이야기를 나이키 광고 등 걸출한 CF를 연출한 경력답게 신비로운 비주얼과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으로 되살려 놓았다.

<셀프/리스>는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자신의 기억을 심어서 영원히 살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담은 SF스릴러다. 타셈 싱은 여기에 생로병사라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담아내 깊이를 더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문제를 주제로 삼았다는 것은 이 영화에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요소가 함께 녹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 젊어지고 싶고, 병들 지도 않고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을 것이다. 이 모두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할 때 돈이 많다면 거절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타셈 싱은 아이러니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이러니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과 결과가 상반되는 것이다. 뉴욕 최고의 재벌 데미안(벤 킹슬리)은 암에 걸려 6개월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상태다. 재벌에게 다가온 유혹은 유전공학적 방식으로 배양된 육체를 사서 죽지 않게 해주는 쉐딩(shedding)이다. 선택의 고민은 잠시, 죽는 마당에 못할 일이 뭐 있겠냐는 듯 데미안은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다. 이상하게 생긴 통 속에 들어가 타임머신을 탄 듯 뱅글뱅글 돌고나서 그는 젊은 마크(라이언 레이놀즈)의 몸으로 되살아난다. 군인 출신이었던 마크는 보통 사람을 넘어서는 체력과 전투력도 지녔다. 데미안의 정신은 마크의 몸을 통해 마음껏 젊음을 만끽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의 핵심이 전개된다. 마크의 몸은 배양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을 돈으로 산 것이었다. 데미안에게 자주 꿈 속 무의식이 드러나면서 마크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데미안의 고민은 시작된다. 마치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라고 내뱉는 햄릿처럼 데미안은 셀프(Self)를 찾을 것인가 레스(Less) 해버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셀프’와 ‘리스’ 사이에 ‘/’가 있는 이유다. 영원히 살고자 선택한 쉐딩이 결국 이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아이러니적 구조를 향한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높이 살 점이다. 그러므로 스토리 면에서는 그간의 타셈 싱이 보여줬던 매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중성을 갖지 못했던 한이라도 풀 듯, 자신답지 않은 액션 장면이 끼어들어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점이 아쉽다. 느닷없는 액션이 삽입됐다고 해서 대중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또한 그동안 보여줬던 화려한 비주얼이나 신비로운 색감도 포기했던 점도 아쉽다. 타셈 싱은 이 영화에서 관객에게 색다른 감동도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생을 한번 더 살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중시할 것인가를 데미안의 선택을 통해 분명히 보여준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돈도 아니고 젊음도 아니라 바로 가족과의 따뜻한 관계라는 것을.

의사소통센터 황영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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