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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창의력은 혁신이 된다
이채연,고지현 기자  |  smplcy8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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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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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25%, 여성 오픈소스 개발자 2%.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일상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테크놀로지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스카우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이 가진 테크놀로지 잠재 능력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본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이지선 교수. 그녀는 '세이클럽' '야후 꾸러기' 등의 개발자이자, 세계 여러 대학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는 본교 ‘SNOW’ 프로그램을 만든 장본인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여성 개발자이자, 학우들에게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 이지선 교수를 만나봤다.

미래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늘 즐거웠어요
“공상과학 소설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래적인 것에 끌려 대학 재학 당시 관련 소설을 많이 읽었죠”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뉴로맨서(Neuromancer)」는 이 교수를 디지털 분야로 이끈 소설이다.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인간의 일상이 밀접하게 연결된 공상과학 장르인 ‘사이버펑크(Cyberpunk)’의 효시가 된 이 소설을 읽으며 그녀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본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학과에 컴퓨터가 단 한 대밖에 없던 재학 시절, 사이버펑크를 주제로 졸업 전시회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후 돈을 모아 개인용 컴퓨터를 구매해 작업하던 그녀는 그래픽 디자인 전문 업체 ‘안그라픽스’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윈도즈(Windows)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던 시기, 이 교수는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됐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좋은 기회가 왔어요. 소프트웨어 직군을 필요로 하던 회사가 저를 채용했죠” 이후 동료들과 함께 ‘네오위즈(Neowiz)’를 설립한 그녀는 온라인 채팅 서비스인 ‘세이클럽(Sayclub)’을 만들어 냈으며, ‘야후 코리아’에 입사해 ‘야후 꾸러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회사 생활을 하던 도중 문득 그녀는 한국 기업들이 파격적인 변화를 기피한다고 느꼈다. 늘 새로운 시도를 꿈꾸던 이 교수는 유학을 결심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직접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그녀는 뉴욕대학교 예술학교인 티시아트스쿨(Tisch School of the Arts)에 입학했고, 2년에 걸쳐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 Program) 과정을 수료했다. 이 교수는 ITP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치렀던 면접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면접자 중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이 교수는 ITP 과정의 창시자인 레드 번즈(Red Burns) 교수에게 면접을 봤다. 레드 번즈 교수는 면접 당일 백인들 사이에 앉아있던 그녀에게 “영어 실력이 부족해 입학이 어렵겠어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차게 답했다. “당신도 타국에서 왔다면 나와 비슷한 영어 실력을 가졌을 거예요. 이 정도 실력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입학한 이 교수는 티시아트스쿨에서의 수업을 통해 ‘창의성’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을 확장할 수 있었다.

   
▲ 입술을 누르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바느질회로

창의력은 함께하는 과정에서 더욱 커지죠
“무엇이든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창의성의 기반이 돼요.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교수는 수업을 듣는 학우들에게 항상 협동을 강조한다. 

지난 8월 뉴욕대학교에서는 ‘임팩트 프로그램(Impact Program)’이 열렸다. 이는 뉴욕대학교와 본교가 함께 주최한 글로벌 탐방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뉴욕대학교로 간 시각·영상디자인 학우들은 상하이에서 온 음악대학 학생들과 함께 음악과 미디어를 결합한 공연을  준비했다.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어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오픈 소스(Open Source)’로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창의성은 극대화 되죠” MP3 플레이어를 활용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베개를 개발한 그녀는 직접 만든 물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해외 사이트에 자신만의 제작법을 게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근에도 이 교수는 전자기술과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소품을 결합한 작품의 제작법 등을 온라인에서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 부는 ‘메이커 운동’ 열풍의 일환이다. 메이커 운동이란 직접 작품을 만든 후 제작 방법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려는 움직임으로, 결과물보다는 직접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 교수는 2007년, 메이커 운동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행사인 ‘메이커스 페어(Makers Faire)’에서 블록을 쌓으면 불이 들어오는 장난감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티시아트스쿨 재학 시절 딸아이를 위해 만든 장난감이다.

여성과 테크놀로지를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 이지선 교수가 지은 책


“다양한 분야를 다루려 노력하는 메이커스 페어에서도 여성들이 향유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해요” 이 교수는 여성이 향유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 콘텐츠 부족의 원인으로 테크놀로지 분야에서의 ‘성차이’를 꼽았다. 

그녀는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성차이가 생긴 이유로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성 고정관념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시기를 아동기라 생각했다. “여자아이에게는 분홍색을, 남자아이에게는 파란색 물건을 사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딸에게 분홍색 물건만 사주는 것이 아니라 노란색, 초록색 물건을 사주곤 했죠”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수학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거나, 과학 실험의 리더로 자연스레 남성을 떠올리는 생각도 성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는 성차이를 줄이고 일상에서 테크놀로지를 취미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고안해 냈다. 테크놀로지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결합한 ‘TechDIY’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남자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도 쉽게 테크놀로지에 접근하고, 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테크놀로지에의 노출’에 주목했다. 그리고 TechDIY를 활용해 ‘바느질회로’를 탄생시켰다. 바느질회로의 핵심은 장난감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여자아이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까지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바느질회로는 아이가 스스로 기술을 디자인해 보고 적용해서 직접 만드는 과정에 큰 의의가 있다.

바느질회로의 과정은 간단하다. 엄마가 아이에게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원리를 설명해주면서 함께 바느질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도안에 그려진 회로를 따라 작업을 하다 보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나 시계에 달린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색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엄마가 아이에게 기술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아이와 함께 만들다 보면, 엄마도 아이도 기술 분야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바느질회로는 세계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이 교수가 이끄는 바느질회로 팀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메이커스 페어의 ‘여아들을 위한 장난감 워크숍’에 첫 번째 전시자로 초청됐다. 메이커스 페어의 주관사인 ‘메이커스(Makers)’가 출범 이후 최초로 출간하는 책 또한 이 교수의 「반짝반짝 바느질회로 만들기」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해요
이 교수는 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이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충분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이 교수는 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력을 갖췄음에도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현장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두려움을 느끼는 원인 중 하나로 대학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기본적인 테크닉만 숙지하면 디자인은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고도의 기술만을 강조하며 가르치고 있어요. 어찌 보면 어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한 거죠”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이 교수는 화려한 기술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어떤 창의적인 방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인지 생각하는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잠재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와 처음 만나는 연령을 낮추는 것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친숙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직접 테크놀로지를 다뤄본 여성이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갖는 잠재력은 매우 커요”라며 테크놀로지에의 노출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유리천장, 충분히 깰 수 있어요
개발자로서, 교수로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에게도 고충은 있다. 바로 테크놀로지 분야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다. 이 교수는 유리천장은 모든 직장인 여성들의 고민이지만, 분명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하며 ‘실력’과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개발 경력을 가진 여성만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녀는 IT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과 경력을 갖춘 자만이 유리천장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 수업을 하면서도 팀플레이(Team Play)를 꺼리는 학생을 자주 목격했다는 이 교수. 그녀는 팀플레이를 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았다. “본인만 열심히 한다고 모든 것이 이뤄지지는 않아요. 조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쌓는 능력도 중요하죠” 과거에 비해 기업이 투명한 평가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여성이 원하는 자리에 오르는 방법은 존재한다. 이 교수는 사회로의 진출을 앞둔 학우들에게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언제나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테크놀로지와 관련한 여성의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유능한 여성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연구하는 이 교수. 그녀의 연구실을 가득 채운 연구 자료와 바느질회로 작품들은 그간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교수는 어린이들이 테크놀로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자 만든 바느질회로가 여성이 기술 분야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메이커스 페어의 유일한 한국인 전시자인 이 교수. 그녀는 여성이 차별 없이 테크놀로지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교수의 활동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그녀는 10월 청주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기술융합축전’에 바느질회로를 선보일 것이며, 아이들이 작품을 직접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도 기획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누군가 이 교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바느질회로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중고등학교의 기술가정 선생님들이었다.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 교수는 오늘도 창의성의 회로를 잇기 위해 연구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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