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1999년 5월, 김태완 군이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황산테러를 당해 49일간 투병한 후 생을 마감했다. 이후 2013년 재수사를 청원하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으나 객관적 증거가 불분명해 불기소 처분됐다.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둔 2014년 7월 김 군의 부모가 재정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고 다시 재항고한 상태다. 현재 일명 ‘태완이 법’으로 불리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폐지 법안이 발의돼 4월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이 신청이 기각되면 김태완 군의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을 것이다. 공소시효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지만 대부분 장기간의 시간경과에 따른 사실관계를 존중해 법적 안정성 도모, 증거판단 곤란, 수사 인력의 효율성 등이 대표적인 이유로 제시된다. 얼마 전 어린 딸 옆에서 자던 엄마를 성폭행하고 도망간 범인이 13년 만에 붙잡혔다. 다른 범죄에 연루된 범인의 DNA가 사건 당시 발견된 범인의 DNA와 일치했다. 공소시효 2년을 앞두고 말이다.

시대와 기술이 발전했고 DNA와 지문 등 다양한 증거들이 수사에 도움을 준다. 당장 잡히지 않는다고 수사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된다거나 증거판단이 곤란하다는 식의 이유는 이제 성립될 수 없다. 또한 법적 안정성의 경우, 강력범죄의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찾아 처벌하는 것, 국민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비교우위를 적용할 수 있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완전범죄가 가능하다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에도, 실질적인 법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와 같이 죄책감을 갖지 않는 정신이상자 등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더욱이 그렇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는 이미 살인 등의 강력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현재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이미 존재하지 않은 국가들이 많다.

공소시효 제도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강력범죄의 경우는 다르다. 끔찍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단지 기간의 경과라는 이유가 그들이 벌인 일들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모순이다. 과연 공소시효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25년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끝나지만 남겨진 유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은 끝나지 않는다.

 

김지형(법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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