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기획
미팅, 킬MEET 힐MEET
김경주·박민주 기자  |  smpkkj87@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3.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새내기 A학우의 학과 단체 채팅방에는 동기가 주선한 미팅 공지가 올라왔다. 선착순 4명만이 참여할 수 있는 미팅에 A학우는 운 좋게 참석하게 됐다. 그건 그녀의 생애 첫 미팅이었다. 이후 미팅 날짜, 시간과 장소를 정하기 위해 SNS를 통해 단체 채팅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다음 주 수요일 6시 왕십리의 한 술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단체 채팅방에 초대 된 A학우는 첫 미팅에 나올 이성들이 궁금해 채팅방에 초대된 이성들의 프로필 사진을 훑어 봤다. 약속 직전까지 미팅에 참석하는 동기들과 모이면 미팅 얘기뿐이었다.

하지만 첫 미팅을 다녀 온 A학우는 다음 날 심한 숙취에 시달렸다. 자신의 주량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남은 건 남성이 아니었다. 심한 숙취와, 동행했던 동기들의 안부 연락뿐이었다.

◆ 우리는 모두 한 번쯤 A학우였다
“미팅을 나갈 때마다 다신 미팅에 나가지 말아야지 다짐한다”고 강지윤(프랑스언어·문화 14) 학우는 말한다.

그녀에게 첫 미팅의 기억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미팅에 나가기로 한 날, 친구들과 명신관 라운지에서 앉아 화장을 고치며 우리의 첫 미팅을 기대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미팅에 어떤 남자들을 만날지, 오늘 옷은 괜찮은지, 술은 얼마나 먹게 될지 등 다양한 얘기를 하며 기대에 벅차있었다” 하지만 강 학우는 미팅에 나가면 나갈수록 설렘은 점차 줄어들었다고 한다. “처음엔 미팅에 나가면 남자친구가 생길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매번 술만 마시게 됐고 남자친구는 생기지 않았다. 이젠 미팅에서 미래의 남자친구를 만날 거라는 기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강 학우는 학과 단체 채팅창에 미팅할 사람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보게 되면 고민한다. 그러다 결국 미팅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팅에 대한 설렘이 줄어든 것은 비단 강 학우뿐만이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B학우는 자신의 첫 미팅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첫 미팅 자리에서 운명처럼 이상형과 가까운 사람을 만났다. 설렘도 잠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취해버렸다. 그래서 그 사람의 번호를 미처 물어보지도 못했다. 다음 날, 연락하기 위해 SNS에 만들어진 단체 채팅방을 확인해 보니 이미 모든 사람들이 대화창에서 나간 후 였다? 첫 미팅이었던 그에게는 충격적이었지만 그 이후의 모든 미팅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 B학우는 ?사람들이 미련도 없이 단체 채팅방을 나가는 걸 보면서, 미팅에서 만난 이성과 교제로 이어지는 건 힘들겠다는 회의감이 들었다. 미팅이 어느새 하루 만나서 놀고 헤어지는 일회성 만남이 된 것 같아 아쉽다. 이젠 이성교제를 위해 미팅에 나가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더 이상 미팅 약속을 미래의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로 규정하지 않는다. 많은 대학생들은 미팅을 같이 참석한 동성 친구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만드는 기회로 생각한다. 연세대 다녔던 임도현(28·남) 씨는 미팅을 통해 이성친구보다 오히려 동성친구와 친해진 경험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친한 사람들이 모여 미팅에 나가기로 약속하지만 가끔 친하지 않은 동성과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미팅 나갔다 오면 얘깃거리가 생겨 어색했던 사람과 예전보다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동성친구와 친해진 경우가 있다”고 임 씨는 말했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송경섭(26·남) 씨는 “대학생들이 관심이 높은 분야 중 하나가 이성인데, 미팅에서 만난 이성에 관한 얘기를 하다보면 금세 친해진다”며 미팅만큼 동성친구와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좋은 기회는 드물다고 말한다. 본교의 오은지 학우(한국어문 14)도 인원이 많은 학과에선 동기들과 친해지는데 미팅만큼 좋은 게 없다고 얘기한다. “한국어문학부는 학부 행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업을 같이 듣지 않는 동기들과 친해지기 어렵다. 그런데 같이 미팅을 나가 추억이 생겨 친해진 친구가 많다. ‘헌내기’(신입생이 아닌 학생)인 지금도 동기들과 ‘새내기’(신입생) 당시 같이 참석했던던 미팅 이야기를 하면서 웃곤 한다”고 오 학우는 말한다.

요즘 대학생들의 미팅은 대부분 술집에서 진행된다. 술이 없는 미팅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는 학우들이 많다. 익명을 요청한 C학우는 “부모님 세대에는 미팅 자리에서 술을 마셨다는 얘기를 듣기 힘들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미팅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힘들다.”며 “술을 마시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술을 마시면서 하는 미팅이 오늘날의 대학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술을 마셔야 하는 미팅문화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학우들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D학우는 “술을 마시지 않는 미팅은 들어본 적이 없어 안타깝다. 미팅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건 좋지만 술의 힘을 이용해 친해지려는 의도가 꺼려진다. 그래서 미팅에 더 이상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김다솔 학우(홍보광고 14)는 “미팅이 어느새 술 위주로 돌아가면 상대방과 얘기를 할 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상대방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술을 매개로 이용한 미팅 때문에 잊지 못할 사건이 가끔 벌어지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E학우는 “오늘날의 술자리 미팅 때문에 주민등록증은 필수품이 됐다. 미팅이 진행되던 날, 주민등록증을 집에 두고 온 적이 있었는데 왕복 2시간에 걸쳐 집에서 신분증을 챙겨 미팅 장소로 다시 갔다.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미팅이 끝났다”며 아쉬워했다.

◆ A학우들, 고민하지 마라
‘제가 술을 잘 못하는데 미팅에 나가도 괜찮을까요?’ ‘미팅에서 스킨십도 한다는데 무서워요’ ‘미팅은 예쁜 애들만 나간다는데 사실인가요?’ ‘미팅에서 어떻게 하면 애프터를 받을 수 있을까요’ ‘재수생인데 미팅해도 괜찮을까요?’ 본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아직 미팅을 경험하지 못한 새내기들의 걱정과 설렘이 담긴 질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들은 혹여나 술을 잘 마사지 못해서 분위기를 깨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요즘 미팅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교 신주희(경제 14) 학우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면 함께 미팅에 나가는 동기들에게 우선 양해를 구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게임에서 벌주를 마시지 않도록 미리 연습하고 나가라”고 권하며 “게임을 잘해서 벌주를 최대한 먹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본교 박지영(프랑스언어·문화 14) 학우는 “본인의 주량을 넘어서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과하게 술을 마시는 것은 오히려 불편하다”며 “적당히 자제하고 더 이상 술을 마시기 힘들면 마시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술기운과 함께 이성끼리 만난 자리에서 핑크빛 기류는 인지상정이다. 함께 게임을 하며 어느 정도 친해지면 스킨십도 무리는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미팅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친해지는데 스킨십은 큰 역할을 한다”며 “이성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질문을 속삭이는 방식의 ‘귓속말 게임’ ‘옆 사람 잡고 섹시 웨이브~’와 같은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레 스킨십을 한다”고 요즘 미팅 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나 스킨십에 놀라거나 거부감이 드는 새내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한 남학생은 “스킨십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거부감이 든다면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팅에 대한 걱정은 여대생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학생들도 미팅에 대한 걱정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설레는 맘으로 한껏 꾸미고 나간 미팅에서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가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여학생들을 만나면 남학생들은 다음 미팅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고 한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김준영(22·남) 씨는 “미팅을 주선한 경험이 있는데 여자 쪽에서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만난 지 30분 만에 여자들이 자리를 떴다”며 주선자로서 입장이 매우 곤란했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술집으로 자리 옮겨 미팅이 시작하기도 전에 여자들이 자리를 피해 남자들만 남겨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겨진 친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김 씨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팅은 학교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름과 나이, 학번 등 신상 정보를 어느 정도 공개하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팅에서의 행동은 학교와 학과 전체의 이미지로 번질 수 있다”며 행동가지에 신중을 가할 것을 당부했다.

미팅의 본질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함이다. 익명을 요청한 본교 F학우는 “미팅이 끝나도 마음이 맞았던 이성들과는 연락을 잘 이어간다”며 그녀의 성공적인 미팅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는 “미팅에서는 어느 정도의 내숭은 필요하다”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에 호응을 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한 내숭은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한다. 익명을 요청한 본교의 다른 학우는 “술을 굉장히 잘 마시는 동기와 함께 미팅을 나간 적이 있는데 그 동기가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려는 작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미팅나리에서 유난히 술에 금방 취했다”며 “그 덕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모든 남자들의 걱정과 보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동기가 취해 미팅이 일찍 끝났는데 남자들과 헤어지자 멀쩡히 귀가해 동기들의 눈총을 샀다”고 전했다.

재수를 해서 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미팅을 어떨까? 익명을 요청한 본교 한 학우는 “삼수를 했는데 새내기 때 미팅을 나가본 적이 있다. 내 나이가 많아서 상대가 불편해해서 제대로 놀지 못할까봐 이름과 나이를 속인 적이 있다”며 “미팅이 끝난 후, 상대방 중 한 명이 연락처를 물어봤는데 나도 그가 마음에 들었지만 연락처를 알려주면 SNS를 통해 속인 사실이 들통날까봐 알려주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 “입학을 늦게 한 새내기들도 나이가 많아도 속이지 말고 즐겁게 미팅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A학우에게 해주고 싶은 말
20대 청춘남녀에게 영원한 관심사 ‘연애’. 이 연애를 위해서라면 대학생활에서 학생들에게 미팅은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미팅은 주체적으로 이성들과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또한,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함께 나간 동기들과 돈독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팅이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연애를 목적으로 나간 미팅에서 연속으로 연애에 실패한다면 회의감을 느낄 수 있다. 또, 핑크빛을 기대했던 미팅에서 술 때문에 얼굴만 핑크빛으로 변할 수도 있다.

개인마다 미팅을 보는 관점이 다르더라도 그 본질은 연애 상대를 구하기 위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미팅에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있다. ‘대학생활의 로망’ ‘대학생활의 꽃’ 미팅이란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할 때, 대학생들에게 불어오는 봄바람이 아닐까.

김경주·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김명국의 달마도
2
가해자 처벌을 위한 학우들의 발걸음
3
콜라보레이션, 하나의 상품에 두 가지의 특색을 담다
4
공자와 마음의 행복
5
중앙도서관에 외부인 침입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강미은 | 편집장 : 하재림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7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