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5일의 마중>

 

국가: 중국

개봉일: 2014. 10. 08

원제: 歸來, coming home

러닝타임: 109분

초청: 칸, 토론토, 부산영화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 축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19회는 개막작 <군중낙원>은 대만, 폐막작 <갱스터의 월급날>은 중국 영화로 중국계 영화의 대약진이 눈에 띈다. 2010년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로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며 강력한 최루탄을 쐈던 장이모 감독은 <5일의 만남>으로 부산을 찾았다. 장이모 감독과 공리가 <황후화> 이후 7년 만에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5일의 마중>은 엄가령의 베스트셀러 소설 <육범언식>이 원작이다. 엄가령은 전작 <진링의 13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 두 작품 모두 역사적 격변기의 가슴 아픈 개인사나 가족사를 절절하게 그렸다. <인생>이나 <산사나무 아래>에서 문화대혁명이 개인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를 그렸던 장이모 감독으로서는 탐낼 만했으리라.

부산국제영화제 <5일의 마중> 기자회견장에서 장이모 감독은 사춘기부터 청년기에 문화대혁명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가 문화대혁명 때 반동분자로 지목됐던 가족사적 아픔을 지닌 장이모 감독은 <5월의 마중>에서도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가정의 와해과정의 심리적 추이를 다룬다. 그는 <5월의 마중>은 ‘기다림’에 관한 영화이고, 이 ‘기다림’은 비참한 현실을 이겨내는 인류의 영원한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웅>이나 <황후화> 같은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던 장이모 감독은 <산사나무 아래>와 같이 몇 년 전부터는 과거의 정서로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요한 방식으로 사람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 관심을 가진다는 그는 원작을 시청각 매체로 전환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중국문화 고유의 특색과 시대적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고, 그 느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같은 원작이라도 장이모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격조있는 서정성으로 관객을 휘감을 수 있었을까. 그는 빛과 조용한 피아노 선율, 숨소리, 느린 속도를 통해 영화 현장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문화대혁명기에 반동분자로 몰려 수감됐던 남편 루옌스(진도명)를 기다리던 펑완위(공리)는 감옥에서 탈출한 남편이 찾아왔을 때, 당의 명령으로 그에게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루옌스와 집안에서 망설이는 펑완위의 안타까움이 초반부에서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그녀는 그가 다시 공안에게 잡혀갔을 때의 충격으로 심인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남편이 출소한 후로도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남편의 편지에 씌어있던 출소 날짜 5일만 기억하곤 매월 5일마다 기차역으로 마중나가는 아내의 이야기는 사연만으로도 절절하다. 젊은 시절 남편의 얼굴만 기억하는 그녀의 기억을 되찾게 하려던 루옌스의 노력도 감동적이지만, 펑완리의 현재 상태 그대로를 사랑하는 루옌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가 다가온다. 게다가 관록 있는 공리는 주름살마다 연기를 하는 듯하다.

이 영화에서 목이 메는 장면은 한 두 장면이 아니다. 평완위를 만나고자 기차역 계단참에 숨어 있던 루옌스는 밖으로 뛰쳐나와 평완위에게 여기 있다고 외치고, 평완위는 경찰이 오니까 도망치라고 목놓아 외치고, 딸 단단(장혜문)은 엄마를 말리러 쫓아오고, 경찰은 루옌스에게 달려오는 장면이 속도감 있게 교차편집되면서 루옌스에게 주려고 빚어왔던 만두는 역에 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5일마다 남편을 마중 나가는 그녀 곁을 함께 지키는 남편의 모습을 담은 엔딩의 아이러니는 안타까운 사랑에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게 한다. 이 영화는 감정이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눈물을 허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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