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 > 허심탄회
기회비용 지불하기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10.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성인으로서 주체적 결단력 필요해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외동딸인 저와 함께 있기를 원하십니다. 얼마 전, 해외로 인턴십을 가겠다고 말했지만 강하게 반대하셨습니다. 사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제 꿈을 포기하고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야 하는 걸까요?”

해외 체류와 같은 새로운 경험을 하다보면, 질문자의 경우처럼 자신의 활동 무대를 아예 옮겨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아마도 그 나라가 가진 여러 장점들을 발견하고 깊이 만족한 듯합니다. 그런데 외동딸인 질문자는 해외에서의 직장 생활은커녕 인턴십조차 허용하지 않는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 입장과 마주하고 있군요. 질문자가 가진 고민의 깊이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때 질문자가 생각한 문제해결방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죠. 일단,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질문자는 동등한 협상의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죠. 부모님에게 질문자는 거의 틀림없이 여전히 어리고,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가녀린 대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외동딸의 운명은 대개 이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우니까요.

그렇다면 질문자에게 남은 옵션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는 방안뿐이겠죠. 문제는 기회비용입니다. 이 비용을 스스로 지불할 수 있을 때 질문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비로소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기회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성인의 삶이기도 합니다. 조금 따분한 말로 바꾸면, 성인은 자신의 선택과 그에 따른 행동을 자신의 책임 아래 주체적으로 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달리, 만약 질문자 스스로 해외에서의 직장 생활이라는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감수할 수 없다면, 질문자는 아직 자신의 결정을 수행해갈 준비가 안 된 것입니다. 이때 질문자가 감수해야 할 가장 큰 기회비용은 외동딸로서의 지위입니다. 여기엔 딸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정신적 지지는 물론 경제적인 지원도 포함됩니다. 이는 질문자가 정신적인 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다’는 질문자의 말에서 유추 가능한 것은, 지금까지 질문자가 치러야 할 기회비용 모두를 실은 부모님이 대신 지불해왔다는 점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을 포함해 질문자를 ‘먹이고, 입히는’ 유ㆍ무형의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그 재화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을 부모님은 기꺼이 포기한 것입니다.

흔히, 부모님의 은혜라고 하죠. 동시에 이는 질문자가 지금처럼 잘 성장해온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유효기간은 미성년의 시기까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제 스스로의 선택으로부터 발생할 기회비용을 질문자 자신이 지불한다는 것은 곧 부모님의 은혜를 갚아나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질문자가 가진 고민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해졌기를 바랍니다. 투박하게 말하면, ‘나 이거 하고 싶어. 대신 다른 사람이 다 해줘.’인 셈이죠. 질문자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닙니다. 소녀는 소원을 말하죠. 하지만 성인이 된 질문자는 실행 계획을 말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들고 다시 한번 부모님과 상의한다면, 이번엔 분명 부모님께서 진지한 눈빛으로 경청해주실 것입니다.

숙대신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취재를 위한 첫 걸음, 공부에서 답을 찾다
2
"우와, 프라임이 보여!"
3
창덕궁과 창경궁
4
안전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나라
5
이재명-김혜경 부부, 숙명인과 의견을 나누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강미은 | 편집장 : 하재림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7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