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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살랑살랑, 강릉에서 보낸 하루
김효주 기자  |  smpkhj8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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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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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랑 살랑살랑

강릉에서 보낸 하루

 


 

  긴 겨울이 끝나고 3월을 맞아 학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3주가 지났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앓고 있다는 새 학기 증후군. 새로운 인간관계, 학업에 대한 부담 등 그 원인도 다양하다. 평일은 바쁘게 보내고 주말에는 잠만 자는 습관을 반복하면 스트레스를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오히려 신체활동이 수반되는 휴식을 가짐으로써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평범한 일상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에게 여유를 가질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따뜻한 봄날, 발걸음도 가볍게 여행을 떠나보자. 지금부터 소개할 여행지는 바로 강릉이다.

 


 

 
 
   
 
   
 
 
 
   
 

 

 답답함을 느낄 때 떠올리는 것 중 하나는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아닐까. 부산, 통영, 여수, 제주 등 금세 바다로 유명한 도시를 나열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비나 소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면서도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곳은 어디 없을까. 서울에서부터 왕복 5시간, 3만원. 설레는 마음으로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으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 화폐 속 그림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오죽헌

  강릉은 강원도에 위치한 산수가 아름다운 도시다. 강원도의 ‘강’자는 강릉에서 따온 것으로, 강릉은 고려~조선시대에 정치·교통의 요지로서 번창한 지역이다. 강릉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집이자 우리나라 주택건축 중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하는 오죽헌(烏竹軒)이다. 까마귀 오와 대나무 죽, 집 헌의 이름은 줄기의 빛깔이 까마귀처럼 검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것이다. 입장료는 5000원.
  정갈하게 펼쳐진 길을 따라 들어서면 검은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오죽헌 건물뿐만 아니라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동상(사진1)과 마주할 수 있다. 마당 한 가운데에는 사진기 모양과 발바닥 모양의 돌이 놓여있는데, ‘이곳은 오천원권 촬영지점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와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각각 오천원권과 오만원권의 주인공이다. 율곡기념관 내부에 전시된 작품들 중 화폐에 그려진 그림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 현모양처로 유명하지만 신사임당은 시와 글씨,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특히 산수화를 잘 그리는 화가로 명성을 떨쳤고, 조선 시대의 모든 초충화는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 분야의 절대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는 전형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들꽃과 마당에 핀 맨드라미, 봉선화, 벌레, 들쥐, 개구리 등 소박하고 친근한 것들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생활 속 주변에 대한 그녀의 세심한 애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허난설헌과 순두부, 초당마을

  오죽헌 다음 목적지는 경포 해변. 영화에서나 본 듯한 시골의 버스정류장 모습이 정겹다. 강릉터미널에서 오죽헌, 경포대를 지나는 202번 버스를 기다렸지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사전조사에서 놓친 것은 버스의 배차간격과 운행횟수. 택시를 탈까 고민하던 찰나,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커플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로 가세요?” 마침 목적지가 같은 우리는 함께 택시를 타기로 했다. 왠지 낯익은 느낌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울에서부터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처럼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꽤 있다. 다소 교통이 불편하다고 느껴진다면 택시 합승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포해수욕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초당순두부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안목해변을 구경할 예정이라는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이에 택시기사 아저씨는 경포해변보다 초당순두부 마을에 먼저 가는 것이 이후에 안목해변으로 옮겨갈 때 편할 것이라고 추천했다.
그렇게 먼저 찾게 된 초당순두부 마을.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의 아버지 허엽이 만든 두부는 허엽의 호 ‘초당’을 따 초당순두부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초당두부는 바닷물 그대로를 응고제로 쓴다는 것이 특징이다. 짬뽕순두부는 7000원, 순두부전골은 8000원이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술, 옥수수 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는 것도 좋다.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탓에 쌀이 많이 나지 않아 쌀 대신 옥수수로 막걸리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초당순두부 마을에서 10분쯤 걸어가면 허균·허난설헌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2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은 “결혼한 것,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 태어난 것을 후회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쓴 시를 모두 태우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녀가 남긴 시는 방 한 칸을 채울 분량이었지만 시집은 그녀의 유언에 따라 모두 불태워졌다. 그러나 허균은 찬란한 천재성을 가진 누이의 작품들이 불꽃 속에 스러지는 것이 안타까워 그녀가 친정집에 남겨둔 시와 자신이 암송하는 시를 모아 <난설헌집>을 펴냈다.

 


◆ 사계절이 아름다운 경포호수와 경포해변


  초당동을 벗어나 경포해수욕장을 향해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10분 남짓 걷다 보니 곧게 뻗어있는 소나무들 사이로 경포호수가 나타났다. 바다와 이토록 가까운 곳에 호수가 있는 것도 특이한데, 그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다. <관동별곡>을 지은 정철은 경포대에서 뜨는 달이 경포호수에 비치는 것을 보고 “잔잔한 호수는 비단을 곱게 다려 펼쳐놓은 것 같다”고 칭찬하며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쳤다. 경포라는 이름 역시 ‘수면이 거울과 같이 청정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햇살이 반짝거리며 반사되는 경포호수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로 둘러싸여 있다. 그 둘레는 4km 정도 된다. 친구, 연인, 가족들이 웃음을 머금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전거 대여 가격은 1인용 자전거 5천원, 2인용 자전거 1만원, 4륜 커플자전거 2만원(사진2). 길을 걷다 4인 가족이 함께 타고 있는 4륜 4인자전거와 마주하게 돼서 “얼마에 빌리셨어요?”라고 물었다. 열심히 페달을 밟던 아저씨는 “2만 5천 원이요! 원래 3만 원인데 흥정했어요!” 유쾌한 웃음을 남기며 멀어져갔다.
  그렇게 경포호수 산책로를 따라 마침내 경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백마와 갈색 말, 다양한 말과 마차가 길거리에 늘어서 있었다. 솜사탕과 핫바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트럭도 줄지어 서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많은 사람들이 푸른 바다와 소나무, 하얀 모래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경포해수욕장에서 눈에 띄는 색다른 것은 ‘추억의 느린 우체통’이라는 이름의 우편함이다. 서랍 안에 준비된 엽서에 글과 주소를 써서 우체통 안에 넣으면 1년 뒤에 그 엽서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카페거리, 안목해변


   경포해변에서 안목해변까지 이동할 때는 버스보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버스의 경우, 강릉 시내로 다시 들어갔다가 안목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택시를 타면 10분 정도 걸리며, 5000원 정도 나온다.
  택시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택시기사가 강원도 사투리로 친근하게 생생한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카페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안목해변에 카페가 들어서기 전에는 자판기 400~500대가 있었고, 낭만적인 데이트 장소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강릉을 찾은 여행객들이 한번쯤은 꼭 들렀다 가는 이 거리에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가득하다. 서울의 상수동이나 신사동의 카페골목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현재 안목해변의 카페거리에는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들어서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확장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깨뜨리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표준화된 맛과 가격으로 딱 그만큼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장점이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이외에 이곳만의 유명한 카페는 ‘엘빈’과 ‘산토리니’가 있다. 특히, 엘빈의 경우에는 직접 만든 조각케이크(사진3)로 유명하다. 명성에 대한 기대를 품고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유명세가 맛을 꼭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분명 그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다.

 

◆ 하늘과 맞닿아 있는 대관령 양떼목장
 

  안목 카페거리에 이어서 강릉의 커피 박물관과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대관령에 위치한 양떼목장을 방문해보자. 단, 택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4명이 함께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안목해변에서 대관령 정상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검색 결과를 믿고 갔지만, 실제로 503-1번 버스는 아침 8시 35분, 단 한번 운행되는 주말버스다. 그마저도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경포에서 안목으로 갈 때 만난 택시기사와 안목에서 대관령정상, 다시 강릉터미널로 가는 것과 양떼목장을 돌아보고 나오는 동안 기다려주는 것을 총 6만원에 합의했다. 분명 적은 돈은 아니었고, 저렴한 것인지 덤터기를 쓴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여행으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안목에서 대관령까지 가는 40~50분 동안 택시기사 아저씨는 강릉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지금은 금지됐지만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밥도 해먹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고, 앞으로 예정된 KTX기차역의 설치와 평창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나중에 강릉 또 놀러 와요. 이제 강릉에도 친구 생겼잖아, 나! 혹시 알아요? 회라도 한 접시 대접할지.”라며 정감 넘치는 대화를 나눴다. 빈말이면 어떠한가, 살갑기만 하다. 때로는 아주 소소한 부분에서 그 지역 혹은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여기서부터는 봄 끝, 겨울이에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디오에서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흘러나왔다. 봄을 대표하는 노래와 설경의 조화란 오묘하고도 신비로웠다. 하얀 눈으로 덮인 산 위로 검푸른 소나무가 곧게 늘어서 있었고, 이는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양떼목장은 새하얀 눈밭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었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목장을 둘러싼 산책길(사진4)은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를 보장한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오죽헌에서 대관령까지, 결코 짧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카메라에 남긴 사진을 넘겨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그렇게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서울. 한강의 야경에 어느새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짧은 여행도 긴 여행도, 떠날 때의 설렘과 돌아올 때의 익숙함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일상에 색다른 기분을 불어넣는 것, 다시 힘을 내 일상을 살게끔 하는 것. 여행이 가진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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