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모 잡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영복의 <함께 맞는 비>다. 지하철 공익광고나 책갈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익숙한 시지만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차근차근 90여 개의 글자를 곱씹어봤다. 우산 속에는 고작해야 두 명뿐이지만 비는 온 세상에 내리기에 함께 맞아야 한다는 <함께 맞는 비>. 이 시는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사회 속에서 건조해질 대로 건조해진 필자의 가슴을 따스하게 적셨다.


최근에 누군가를 도왔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무엇을 도왔고 무엇을 도움받았는가. 실제로 우리는 도움에 인색하다. 함께 비를 맞기는커녕 우산도 들어주지도 않는다. 우산 속에서 서로의 어께를 밀다가 결국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 경제, 교육,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러한 안타까운 모습들이 많아왔지만 최근 한·미 FTA가 타결되기까지 우리나라는 많은 비를 맞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한 남자가 분신자살을 시도했으며 타결된 지금도 그 지루한 장마는 계속되고 있다. 그 중 법률시장의 개방과 로스쿨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5년 안에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우리나라 로펌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미국 로펌들과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는 로스쿨 법안을 계속 묵혀두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국회의원 대부분이 로스쿨 만드는 걸 반대하기 때문이다. 로스쿨법이 개정되면 변호사 수가 지금보다 늘어나 기존 변호사들의 ‘밥그릇’ 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래 목표였던 로스쿨의 2008년 3월 개교는 불투명해졌다. 정부 말만 믿고 수년 전부터 로스쿨 건물을 짓고 교수들을 채용한 대학들과 법조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쌓여 그야말로 일촉즉발이다.


사전에 담겨진 ‘돕다’의 7가지 의미 중 가장 와 닿았던 여섯 글자는 ‘서로 의지하다’였다. 다시 두 글자로 줄이면 연대, 우리는 좁게는 학연ㆍ지연ㆍ혈연으로 넓게는 인류라는 큰 덩어리로 서로 연결돼 있다. 한·미 FTA 타결이 이뤄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때 우리는 대립하지 말고 서로를 도와야한다.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


돕자. 그리고 위로하자.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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