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대 총학생회장 김혜숙(인문 09) 학우 인터뷰

▲ 지난 14일(수), 김혜숙 총학생회장을 총학생회실에서 만났다. <사진=오지연 기자>
학생회관 4층 총학생회실에는 조그만 키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여대생이 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로 본교 제 44대 총학생회장 김혜숙(인문 09) 학우다. 인터뷰를 하던 날 역시 그녀는 묵묵히 총학생회실을 지키고 있었다. 제 44대 ‘후마니타스’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른 11월, 그녀를 만나 학생회장으로 보낸 지난 1년을 들어봤다.

임기가 끝나간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임기가 끝나는 날이 오긴 하는 건가’하고 생각 했는데 지금은 벌써 끝났나 싶다. 학생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는데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가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못 한 게 너무 많아 아쉽다.

2012년은 어떤 해였나
‘일이 많은 해’였다. 특히 학교와 재단의 갈등이 커지면서 임기 내내 그 일만 생각했던 것 같다. 개강도 하기 전, 정식으로 총학생회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큰 문제가 생겨버렸다. 처음으로 생긴 문제에 학우들도 당황스러워 했고, 총학생회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일에 원성도 많이 듣고, 질타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만큼 어렵고, 일이 많았기에 학우들과 더 많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었다. 원래 힘들었던 시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 않나. 나에게 2012년은 힘들었기에 애틋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 해다.

지난 학기 있었던 학교와 재단의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
먼저 문제가 알려지자마자 학우들과 이사장실에 항의방문을 다녀왔다. 그 때 항의서안을 전달했는데 답변을 받지 못해 개강 후 3.30 전체학생총회를 열었다. 또 일간지 기사 중 재단이 한 해에 600원을 낸 기록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600원 내기 모금운동을 했었다. 방학 중에 진행해 많은 학우가 참여하진 못했지만 그 때 20만 원 정도가 모금돼 관련 광고를 제작하려는 학우들에게 전달했다. 이외에도 총장님이나 각 처장님들을 만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학우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답변을 받지 못해 아쉽고 죄송스럽다. 외부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데 우리학교 같은 경우가 처음이라 전문가들도 어렵다고 하더라.

전체학생총회 성사를 위한 삭발식 당시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기도 했다
2010년, 2011년 총학생회장님도 다 삭발을 했기 때문에 ‘매년 퍼포먼스처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삭발은 학생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우들의 참여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내 절박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결정한 것이다. 학교에 큰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교생이 모이는 게 절실하다는 것을 알려야했고 숙명인이라면 그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삭발을 감행했다.

학생총회가 열렸을 때 기분이 어땠나
단상 위에서 순헌관 광장이 꽉 차게 모인 학우들을 봤을 때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직접 올라와서 보지 않으면 모른다. 예정시간 전에 모여 친구들한테 연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교생이 한마음이 되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단과대 회장님들이 열심히 학우들에게 설명하고 일일이 연락 돌리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그날 천 여 명의 학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걸 보니 그동안 고생했을 단과대 회장님들 모습이 스쳐지나가면서 울컥하더라. 시간 내서 와준 학우들께도 감사했고.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위안부 문제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년 연말 1000회 수요집회를 다녀왔는데 그날 중학생, 고등학생이 많았다. 그 학생들을 보니 부끄러웠다. 대학생이라 하면 나름대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엘리트층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을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총학생회장이 되고 총학생회 친구들과 위안부 문제를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삼아 매주 학우들과 수요집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시간상 많은 학우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고, 학교 안에서 학우들과 힘을 모을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뱃지 제작을 하게 됐다. 시각디자인과 학우가 내주신 시안으로 뱃지 400개를 제작해 현재 다 팔린 상태다.

만족스러운 실천 공약 혹은 실천하지 못해 아쉬운 공약이 있다면
우리가 제일 중점을 뒀던 공약이 ‘반값등록금’이었다. 4%라는 인하율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미약하게나마 처음 인하가 됐다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를 토대로 추가 인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실천하지 못해 아쉬운 공약은 ‘소모임 지원’이다. 흔히 ‘숙제여대’라고 해 과제에 치이는 학우들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하고 싶은 공부나 취미활동을 위해 소모임을 만들면 지원해 주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재정상의 문제로 시행하지 못했다. 이외에 ‘눈송이 축제’를 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청파제 만큼 큰 행사는 아니지만 교내 동아리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자리인데 마련하지 못해 죄송하다.

다음 총학생회에 바라는 점이 있나
숙명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숙명인 편에 서는 총학생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것은 언제든 변하지 않는 당연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총학생회 일에 치여 이것을 놓칠 때가 많다. 어떻게 해서든 학우들을 자주 만나고 학우들 편에서 고민해야 된다. 이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고, 선거 중에도 많은 학우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임기가 끝나 아쉽다. 그 시간동안 만 명의 숙명인과 함께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하고, 더 많은 것을 못해드려 죄송하다.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고, 조언해 주셨던 분들이 학우들이었다. 학우들이 없었다면 나도 이 자리에 없었을 거고 이런 기분도 못 느꼈을 거다. 많이 부족했음에도 끝까지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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