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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게르니카>, 캔버스 밖으로 나오다REVIEW
박한솔 기자  |  smphphs8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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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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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르니카 (Guernica), 1937년 / 유화 / 캔버스에 유채 / 349.3x776.6cm /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  

Review - 마임극 <게르니카>

위의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은 20세기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다. 1937년 당시 내전이 일어나던 스페인의 한 마을 ‘게르니카’는 나치 세력에 의해 폭격을 당하고, 민간인들은 아무런 죄도 없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피카소는 전쟁의 잔인함을 <게르니카>에 담았다. 그리고 2011년 현재, 이 그림은 캔버스를 뚫고 나와 마임극으로 재탄생했다.

 

   
 
  ▲ 마임극 <게르니카>의 배우들이 액자를 들고 그림 속 인물들을 형상화 하고 있다.  

 

무대 위에는 무채색의 <게르니카> 그림이 서있고, 그 옆에는 그림을 설명해주는 안내문이 세워져있다. 그림에 대해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불길한 느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순간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4조각으로 나눠진다. 조각난 그림은 무대 뒤로 옮겨지고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된다.

검은 색 옷을 입은 배우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통기타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관객들도 함께 숨을 죽이는 가운데 한 남자배우가 손을 내밀어 축배를 마시는 듯한 동작을 취한다. 그리고는 검지를 내밀어 ‘쉬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의 손으로 형상화된 폭탄은 커다란 소리를내며 터진다. 동시에 배우들은 쓰러지고 무대는 암전된다.

무대가 밝아지고 다시 나타난 배우들은 액자틀을 하나씩 들고 있다. 배우들은 공포에 떨며 창밖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러고는 또 한번 폭탄을 맞고 쓰러진다. 본격적인 공연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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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면은 원작 <게르니카> 속 아이를 잃고 상심한 여인을 모티브로 진행된다. 여인이 매우 평온한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있다. 그 뒤에 흐르는 기타선율도 평화롭다. 그 때 갑자기 액자틀을 들고 4명의 남자배우가 등장해 아이를 액자 속으로 앗아간다. 여인은 아이를 되찾으려 몸부림치지만 액자에 갇힌 아이를 찾을 수가 없다. 액자 속 남자들은 경쾌한 통기타 반주에 맞춰 여인을 약올리고 떠난다. 그 뒤 여인의 목에서 나오는 절규와 서글픈 음악이 어우러지며 슬픔이 고조된다.

  극은 다소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경쾌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다음 장면에서 두 명의 남자배우는 이소룡을 흉내 내며 등장한다. 곧이어 그들은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오락실 게임을 재현한다. 두 배우는 상대편이 쓰러질 때까지 공격한다. 마침내 한 배우가 쓰러지고 ‘Round 2’가 시작된다. 슬로우 모션과 같은 코믹한 동작과 입으로 내는 우스꽝스러운 칼소리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Round 3’까지 진행된 게임이 끝나고 또 다른 게임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4명의 배우들이 커다란 벽을 들고 등장하고 나머지 한 배우는 벽 뒤에 숨은 이들을 총으로 쏜다. 총이 적중할 때마다 옆에서 “오빠 한 번 더! 와우 나이스샷!”을 외치는 여자배우는 이 상황이 단순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이와 같은 재치 있는 표현에 관중들이 깔깔대는 중에 무대가 다시 어두워진다. 이때 뒤로 물러나 있던 화폭 위로 잔인한 전쟁장면과 오락실 게임 장면이 번갈아 비춰진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전쟁으로 고통 받는 말(馬)을 보여준다. 한 배우가 말 울음소리를 내며 실감나는 말의 모습을 재현한다. 그 때 흰 색의 창을 든 배우들이 나타나 말을 찌른다. 말은 공격을 피해보려 하지만 배우들은 집요하게 말을 찌른다. 깊은 고통에 빠진 말은 날아가려는 듯 날개짓을 하고 결국 모든 창을 끌어안고 쓰러진다. 다시 일어난 말은 고통을 이겨냈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말을 공격하던 창은 후광이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물을 상징하는 커다란 천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배우들은 천 속에 들어가 파도를 나타내려는 듯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준다. 그 뒤 물소리와 함께 앞 장면에서 아이를 잃고 절규하던 여인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여인은 아기와 함께 보냈던 행복한 시절을 회상한다. 그녀는 살아있는 아이를 상징하는 인형을 품에 안고 춤을 추며 행복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도 잠시 아이의 죽음을 알리는 음악이 비장하게 울려퍼지고 여인은 다시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평화로운 선율이 시작되면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물을 상징하는 천 속에서 살아나고 여인은 아이들과 함께 천 속으로 사라진다. 관중들이 영문을 모른 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천 속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듯한 노란 꽃이 떠오르며 극은 막을 내린다.

이 공연에는 화려한 무대장치도, 기교도 없다. 마치 피카소의 어둡고 단조로운 <게르니카>를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 놓은 듯하다. 그러나 이 단조로움은 전쟁에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과 동물들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타소리다.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우울한 기타소리가 배우들의 동작과 감정 하나 하나를 연결해 단조로운 <게르니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무채색의 공연에 색을 입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일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현실에서 살아나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마임극을 보는 건 어떨까. 극장을 떠나면서 떠오르는 생소한 감정과 마주하게될 때, <게르니카>가 지니고 있는 기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월 4일~10월 16일/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 학생증을 지참할 경우 10,000원/월요일 휴무, 평일 8시, 토요일 3시ㆍ7시, 일요일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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