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만에서는 태극기를 불태우고 김치를 집어 던지는 소동이 벌어질 정도로 '반한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7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의 태권도 금메달 후보였던 양수춘 선수가 실격패 처리 됐기 때문이다. 대만의 실망감은 한국에 화살이 돼 돌아왔다. 특히 실격패 처리 과정에 한국 심판이 개입했다는 사실과 태권도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반한(反韓)감정은 거세졌다. 심지어 한국가수들의 음반을 사지 못하게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우리나라의 피해 또한 확산 되고 있다.

이러한 대만의 행동은 중국의 공한증과 유사하다. 과거 한국과 중국은 1978년 이후 2010년 1월까지 총 27회의 국가대표 남자 축구경기를 벌였다. 이 가운데 한국은 16승 11무로 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에 중국인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병적이라고 할 만큼 강해졌다. '공한증(恐韓症)'은 여기서 유래된 말로 한자 뜻 풀이를 그대로 옮기면 '한국을 두려워 하는 증세'이다. 한국과 축구 경기가 있을 때면 공한증은 이슈가 됐다. 우리 학교 박성훈(중어중문학 전공) 교수는 "중국에서 나타난 공한증은 특별히 중국의 어떤 문화와 연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나라와 가진 축구경기에서 졌던 경기기록이 누적 돼 화가 나 분노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0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가 0 대 3으로 중국에게 패함으로써 중국의 공한증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최근 우리나라의 금메달 사냥이 한창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또다시 공한증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경기 16강전에서 중국이 우리나라에 3 대 0으로 패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제 중국은 공한증에 시달리지 않는다'며 '이 경기는 한국과 중국의 실력차이를 보여 줬다'고 보도했지만 현지 중국인들의 반응은 공한증을 극복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중국인들은 우리나라가 추가골을 넣을 때 마다 우리나라 관객석에 쓰레기, 물 심지어 쇳덩어리까지 무자비하게 던졌다. 이러한 시민들의 난폭한 행동에 중국 경찰들도 이 광경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공한증'이 한때 성행했다. 일본 스포츠계 또한 과거 '한국은 이길 수 없다'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공한증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축구에서부터 농구, 야구까지 중국과 다름없이 매 경기마다 우리나라에게 번번히 패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축구경기가 있은 뒤 한국의 축구 실력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축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 년 동안 공을 들여 J리그를 만들고 한국선수들을 영입해 같이 훈련하면서 일본선수의 경쟁력을 높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본축구의 실력은 지금 우리나라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즉, 일본은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간파해 그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도록 수정하고 가다듬어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모든 스포츠 경기는 각 나라와의 친선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대만과 중국의 공한증으로 인해 광저우 아시안 게임은 아시아의 친목보다는 서로를 비난하는 것으로 변질 됐다.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해 고쳐 나아가는 일본과 무작정 경기에 졌다고 화낸는 중국. 이들 사이에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 하는 '스포츠맨 십'의 차이가 있다.

스포츠를 즐기는 팬으로서 각종 경기에 대한 심판들의 판정을 인정하는 태도를 갖고, 경기가 끝난 후 경기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깨끗한 스포츠 예절이 경기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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