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들께서는 나라마저 빼앗긴 암울한 상황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폭압에 맞서 끝까지 싸웠습니다. 오늘 우리는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며 나라사랑의 숭고한 뜻을 받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김황식 총리가 17일에 열린 순국선열의 날 기념행사에서 독립유공자들에게 이같이 전했다.
이번 행사가 진행됐던 백범김구 기념관 앞에는 아침부터 검은색 물결이 줄을 이었다. ‘순국선열의 날’을 기념하기위해 700여명의 독립유공자가 백범 기념관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건한 자세는 행사 내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식의 마지막인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독립유공자들의 눈은 젖어있었다. 목이 메여 부르지 못하는 사람부터 손수건을 꺼내 큰 소리로 우는 사람까지, 그들의 눈물에는 그들이 겪은 애환이 담겨져 흐르고 있었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이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윗대의 열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1910년 8월 22일, 일본의 강제합병 이후 우리나라는 35년간 민족해방을 위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처음에는 독립군으로 활동하다가 광복군이라 이름을 바꾸면서 그들의 활동은 점차 확대됐다. 1945년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트리면서 드디어 우리나라에 광복이 찾아왔다. 해방의 축에 서 있었던 독립군. 정부는 그들의 헌신적인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순국선열의 날’을 제정했다.

매년 11월 17일이 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순국선열의 날을 기리기 위해 기념식과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모든 선열들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사랑했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희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정신을 알아주는 세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날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도 일반시민이나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 ‘순국선열의 날’에 대한 인지도는 어느 수준일까. 이에 숙명인 100명을 대상으로 ‘순국선열의 날’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해 봤다. 설문결과 ‘순국선열의 날이 어떤 날인지 알고있나’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학우는 35%, ‘모른다’고 답한 학우는 65%였다. 또한 ‘순국선열의 날이 언제인지 알고 있나’에 대해 5%의 학우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95%는 ‘모른다’고 답했다. 심지어 순국선열이 무슨 뜻이냐며 묻는 학우도 있었으며 대부분 현충일이나 광복절은 안다고 대답했지만 순국선열의 날은 처음 듣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대해 황라경(자연과학 10)학우는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 모이면 ‘순국선열 및 호국영영에 대한 묵념을 올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별 생각 없이 묵념을 했었다”며 “좀 더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에 대해 많은 행사들이 열려 학우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게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라를 빼앗겼던 암울한 시절, 국내에서 혹은 국외에서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쳐 애써 온 선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물론 업적들도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 학교 한희숙(역사문화학 전공)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학과 공부에만 많이 치우쳐 순국선열의 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현재 역사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해 앞으로는 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숙명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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