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2일 발표이후, 극단으로 치닫던 학제 개편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인다. 한영실 총장은 지난 4월 8일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사랑하는 숙명가족 여러분께>라는 글을 통해 ‘학제 개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경상대학의 경우 더 나은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2011학년도 전형에서는 경상대학이 소비자경제학과를 분리하는 것 외에는 현 편제가 유지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은 2011학년도 입학전형부터 현행 19개 학부 6개 학과 구조를 15개 학부 31개 학과로 전환하게 된다. 경상대학은 기존의 경제학부, 경영학과의 구조에서 경영학부, 경제학부, 소비자경제학과 구조로 재편성되며, 경영학부는 기존 학제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한 총장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학제 개편안을 반대하는 경상대학 학우들과 교수들의 시위, 서명 운동과 함께 지난 5일과 6일에 열린 간담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경상대학 학생회는 우리 대학 학우들을 대상으로 ‘학사제도 개편안 재논의 요구 서명’을 실시했다. 경제학부 학생회는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명 운동을 했으며, 경영학부 학생회는 4월 1일부터 6일까지 학우들의 서명을 받았다.

교내에서 총 1,780명 학우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으며, 온라인에서는 ‘다음’ <아고라> 사이트를 통해 우리 대학 동문 951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와 함께 경상대학 소속의 교수와 학우들은 3월 30일부터 매일 오전 11시 45분부터 15분간 경상대 학제 개편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5일과 6일 양일에 걸쳐 ‘학제 개편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5일에는 경제학부 간담회가 열렸으며 6일에는 경영학부 간담회가 열렸다. 임성균(영어영문학 전공) 교무처장은 “각 학부 학생 대표들의 요청으로 간담회에 경상대 교수들을 참석시키고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며 “경제학부와 경영학부가 쟁점과 요구 조건이 서로 다르다고 판단해서 따로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학부 학제 개편 간담회는 진리관 중강당에서 6시 20분부터 90분간 진행됐다. 김현숙(식품영양학 전공) 학생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강형철(정보방송학 전공) 기획처장 외 학교 측 대표 5명, 강인수(경제학 전공) 교수 외 경제학부 교수 13명과 80여명의 경제학부 소속의 학우들이 참석했다. 강형철(정보방송학 전공) 기획처장은 학제 개편의 내용과 타당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강 처장은 “경제학부를 독립시킴으로써 책임경영을 하고, 교수와 학생의 친밀감을 높이는 학과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도철(경제학 전공) 교수는 “학교는 경제학이 경영학과 연계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학문적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소비자 경제학은 경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공분야로서 각 학문간 융합이 중요한 특성인데, 이를 무시한 채 분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6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경영학부 학제 개편 간담회’는 5시 12분부터 90분간 진행됐다. 이 간담회에는 학교 측 대표와 함께 김주헌(경영학 전공) 교수 외 14명의 교수와 경영학부 소속의 학우들이 참석했다. 이기범(교육학 전공) 입학처장은 “주요 대학이 경영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독립시키는 추세이다”며 “우리 대학도 경영학부를 글로벌금융회계, 글로벌마케팅, 경영학부 3개 학과로 구분해 교육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헌(경영학 전공) 교수는 “경영학은 6개의 세부전공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커리큘럼이 완성되는데 학부를 3개로 분할하면 경영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없다”며 학교 측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지선(경제 08) 학우는 “학교 측의 답변이 충분한 설득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 같다”며 “대다수의 해당학부 교수님들과 학우들이 반대하는 사안을 왜 억지로 강행하려 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간담회 이틀 후인 8일, 숙대신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임 교무처장은 “간담회를 사전에 개최하기 전에, 공격적인 언행은 삼가기로 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며 “개편안은 아직 대학교육협의회에 올라가지 않은 상태이며, 해당 학부 교수님들이 내어놓은 방안을 통해 세부 사항을 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인터뷰에서 강인수(경제학 전공) 교수는 “우리 대학 경상대 실정에서 학제 개편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교수를 확충하는 것이다”며 “경상대를 분리하는 것보다 분반제도나 지도 교수제를 통해 학생 지도 방식을 개선하고, 산학연계와 예산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결정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경제 08)는 “학교가 학생과 교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며 “그러나 학생과 교수의 의견을 먼저 들으려고 했다면 이번과 같은 갈등도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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