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김수영
風景(풍경)이 風景(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速度(속도)가 速度(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拙劣(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서 오고
救援(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오고
絶望(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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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은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부정(不正)을 부정(否定)한 시인입니다. 그는 이 시를 통해 4.19혁명의 실패 후 절망에 빠진 민중들의 패배 의식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어째서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못하는가’라며 말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연이어 일어나는 흉흉한 사건, 사고에 그저 절망에 사로잡혀 있진 않습니까? 그러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견뎌 낸다면 곧 희망이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김소연(인문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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