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이 빈 터에
새날아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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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의 시 중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그는 작품 속에서 죽음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찬미의 대상은 아니지만 또한 부정의 대상도 아닙니다’ 그는 이런 태도를 통해 우리에게 ‘삶이란 눈부신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자신의 삶을 순수하고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후에 스스로를 뒤돌아봤을 때, 그 삶이 값진 행복으로 빛났음을 느낄 수 있는 숙명인이 되길 바랍니다.
이지연(인문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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