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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한숨이 빚은 전야제의 함성
류이제 기자  |  smpryj76@sm.ac.kr, smpssy7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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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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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개정안, 고용보장과 무관 주장

"최저임금삭감과 비정규직확대는 경제위기 극복과 무관한 노동자의 희생일 뿐"

대학생, 진보적 움직임 방해하는 대학 비판

노동자들의 축제 노동절. 매년 5월 1일은 세계 노동자의 날로 노동자들의 각종 집회나 행사가 벌어진다. 우리나라에서 1945년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메이데이 행사가 지난 4월 30일 건국대학교 앞 도로에서 전야제를 개최했다. 이 날 역시 장소 사용 거부와 경찰의 탄압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관시으로 축제의 열기는 뜨거웠다.

건국대학교 후문 진입로는 행사에 참가한 단체들을 대표하는 깃발로 가득 차 있었다. 깃발을 든 사람들은 노동조합, 정당, 대학생, 포털사이트 네티즌 등으로 다양했다. 노동자를 지지하는 다양한 세력과 메이데이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외치는 구호소리, 각자 준비한 인쇄물을 배포하는 이들, 현장의 모습을 담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이들, 대학생들과 시민들까지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 속에서 비장함이 묻어나왔다.

저녁 7시 30분경,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자가 나와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노동자들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풍물굿패 ‘살판’이 북 공연을 선보였고, 구호와 함께 듣는 북소리에 축제 참가자들의 시선은 무대로 집중됐다. ‘노동민중의 일자리와 생존권, 민주주의 쟁취!’라는 현수막을 배경으로 하고 북을 치는 살판의 단결되고 통일된 북소리는 어느덧 도로에 모인 이들을 ‘투쟁’이라는 하나의 구호로 일체시켰다. 살판의 공연이 끝나고 노동조합원들의 시위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는 2009년 상반기의 노동자 투쟁을 정리하고 알리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후 나온 김금철 전국비정규연대회의 의장은 ‘비정규직철폐투쟁’을 관중과 함께 외치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고용 보장과 아무 연관이 없다. 이는 오히려 경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애꿎은 이들에게 떠넘기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방편으로 최저임금을 삭감하고,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려 하는 등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한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 노동자 노래패의 힘찬 노래와 힙합 무대가 이어졌다. 짧고 강한 연설 사이 사이에 시각적, 청각적 공연이 삽입돼 지루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어 연설을 맡은 촛불시민 연석회의 운영진 ‘자유아빠’는 “우리나라는 재벌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은행법과 금융지사회사법이 바로 재벌과 자본을 위한 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그 뒤로는 5명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메이데이 실천단인 정구현(현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학생은 “정부는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을 약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대학생 또한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학생 다함께’에 소속된 김지은(고려대) 학생은 “3년전 학교에서 출교통보를 받고 2년 동안 투쟁한 결과 다시 복학했다. 그러나 대학은 1년 뒤 다시 나에게 무기정학을 내렸다”면서 대학이 정부와 마찬가지로 진보적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운동권 탄압에 대항해 무기정학 철회투쟁을 목적으로 이번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자유발언 후로는 학생연합원 열 두 명으로 이루어진 단체공연이 이어졌다. 노란색과 초록색의 단체티를 갖춰 입은 대학생들의 춤과 율동에 맞춰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이 박수로 호응하면서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노동가수 박준 씨의 공연이 있었다. “가자!”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시작된 공연에는 ‘손에 손 잡고 평등의 세상으로 가자’는 가사처럼 노동자들이 손을 이어 잡고 흥겨운 어깨춤을 추는 등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

공연 후에는 용산 철거에 대한 영상이 이어져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용산 사태로 시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정영신 씨가 집회에 참여해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01일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정 씨는 “경찰은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재판부의 말도 무시하고 삼천 장의 수사기록을 아직까지 숨겨놓고만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떳떳하다면 왜 수사기록을 당당히 공개하지 않느냐는 말에 집회자들은 박수로 공감을 표시했다. 책임자가 처벌돼 다섯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투쟁을 그치지 않겠다는 정씨는 투쟁에 대한 참여를 촉구하며 발언을 마쳤다. 이어진 집체극에서는 수도권 율동패가 참여해 권력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보여줘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율동패는 검은 옷을 입고 각목을 든 권력자들의 모습과 그들에게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화려한 몸짓으로 선보였다.

이날 네 시간에 걸쳐 열린 결의대회는 전국민항쟁 투쟁선포발언으로 끝을 맺었다. 진보정당의 이상규, 신언직 당원 외 6명의 발언을 사람들이 따라 외치며 노동자 민중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쟁취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10시 30분부터는 청년학생 투쟁문화제가 시작했다. ‘길을 열어라 청년이여!’ 라는 구호 아래 시작된 이 문화제는 건국대 공동행동단 ‘몸짓’, 고려대 몸짓패 ‘단풍’, 수원대의 노래패 ‘새벽소리’, 성균관대 몸짓패 ‘아성’과 노래패 ‘아우성’ 등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졌다. 계속되는 집회와 공연에도 지치지 않고 사람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사람들은 문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연의 마지막까지 공연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한편, 건국대학교 안 노천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 행사는 개최 전날 학교 측의 갑작스런 불허 방침으로 후문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건국대 학생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각 단과대는 후문에 ‘우리는 당신들을 초대한 적이 없습니다’ ‘나가시는 문은 저쪽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강하게 반대했다. 비록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됐지만, 이번 결의대회는 노동자와 대학생이 함께 모여 진행됐다는 점에서 뜻 깊었다. 친구와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는 재일교포 박희서 씨는 “일본은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가 많지 않다”며 관심을 보였다. 이번 결의대회는 규모는 작았지만 용산참사 100일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노동자들에게 한 데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메이데이. 메이데이가 날로 발전해 건전한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투쟁의 북울림 공연 전, 풍물굿패 '살판'이 깃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노동가수 박준 씨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결의대회 마지막 순서로 대표자들이 '투쟁선포발언'을 하고 있다.
   
 

 

 

 

 

 

 

 

 

 

 

   
문화제 참가자가 '악법철폐'라고 쓰여진 상복을 입고 있다.
   
 

 

 

 

 

 

 

 

 

 

 

 

 

 

 

 

   
건국대학교 앞에 각 단과대 대표들이 내걸은 현수막의 모습이다.
   
 

 

 

 

 

 

 

 

 

 

 

 

류이제 기자 smpryj76@sm.ac.kr,  신선영 기자 smpssy7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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