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학사 후 과정’이 화제다. 각 언론사에서 이를 대학의 미취업 대졸자 지원프로그램의 대표격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비롯해, 타 대학에서도 우리 학교의 예를 들며 유사 프로그램의 신설을 바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교육계 수장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우리 학교의 ‘학사 후 과정’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안전장치로써 큰 역할을 할 것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치마킹을 통해 많은 학교가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과부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학사 후 과정’을 비롯한 대학의 졸업생 지원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시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현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겠다는 대학의 의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의 이미지와 지원율만을 생각하여 취업률을 부풀리고 입학 커트라인을 올리려고 애쓰는 세태에 반해, 졸업생 지원프로그램은 현재의 위기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겠다는 점에서 대학의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할 만 하다.

그러나 ‘학사 후 과정’이 여타 졸업생 지원프로그램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ㅇㅇ개발 프로그램이 아닌 ‘학사 후 과정’이라고 이름 짓기 한 것과, 명명에 걸맞은 포괄적인 프로그램 구성에 있다고 본다. 다른 대학의 졸업생 지원은 주로 인턴사업을 비롯한 각종 실무위주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학사 후 과정’은 맞춤형 진로준비과정, 인턴과정, 전공심화과정으로 운영된다. 실질적인 취업 관련 프로그램 외에도, 학점과 시간표 짜기에 급급해 놓쳤던 학부 수업을 좀 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최근 우리 학교 졸업생이면서 유학 중인 친구가 ‘학사 후 과정’에 대해 물어 왔다. 그곳에서의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자신도 학사 후 과정(post baccalaureate program)을 이수하였는데, 우리나라에도 같은 과정이 생겼냐면서 신기해하는 것이었다. 외국의 학사 후 과정의 경우, 석사과정 전 단계에서 전공필수 학부수업을 듣게 하거나, 추가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등의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이와 달리 취업 관련 역량프로그램에 머물고 있지만, ‘학사 후 과정’이 외국인 유학생이나 타 전공으로의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생에게도 유효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학사 후 과정’이 성공하기 위해 해결하여야 할 과제도 많다. 모 신문에서는 정부지원금에 발목 잡힌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무료 ‘학사 후 과정’을 만들지도 모른다며, 이것이 결국 정부의 궁여지책으로써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부러 ‘F’를 맞고 졸업을 연기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제도화된 것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한편 정부의 지원금을 받게 된 만큼 재정을 잘 운용하여, 학교의 서비스를 계속 공유하게 된 재학생들과 학사 후 과정생들이 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 역시 숙제이다. 이제 프로그램이 시작돼 주어진 과제에 대비하고 장점을 살려, ‘학사 후 과정’을 대학, 학생, 학부모가 상호신뢰를 쌓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주영 (일반대학원 교육학부 교육행정전공 박사4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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