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아이고~ 순이 아버지요~ 조상님이 노하셨나! 올해도 흉년이 웬 말이오. 나라님께서 기우제라도 지내주시면 좋을텐디….” 오랜 가뭄으로 인한 흉년이 든 조선 중기. 임금은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려 제단 앞에 섰다.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내려달라 기도한다. 그때, 그들은 날씨가 신의 영역이라 믿었다.

장면 2#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너무 심하다 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올림픽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한다 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7년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국. 그들은 다른 나라들의 걱정을 이렇게 해결했다. “인공강우 만들면 먼지 싹 사라진다 해. 개막식 날씨도 맑게 할 수 있다 해.”

 


빙정핵 없는 비는 내리지 않아
장면 1의 순이 엄마에게 장면 2의 대화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인공강우는 1946년 미국 쉐퍼 박사가 처음으로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눈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현재 실용화에 성공한 중국, 러시아, 미국, 호주를 비롯해 전 세계 40여 국에서 연구 중이다. 그 중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건조한 날씨와 사막화로 인한 가뭄 해결을 위해 1958년부터 인공강우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했고, 현재 2,000여 개의 현(縣)에 인공강우 유도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기상청 기상연구소에서 인공강우실험 연구에 착수했으며, 이후 10여 차례의 항공 및 지상실험을 해 성공한 바 있다.

우선, 인공강우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자연적으로 비가 어떻게 내리는 지 살펴보자. 구름은 아주 미세한 물방울인 ‘구름입자’로 이뤄져 있다. 구름이 하늘에 떠있는 이유는 구름입자의 중력보다 부력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름입자의 중력이 크면 땅으로 떨어져 빗방울이 된다. 보통 구름입자가 100만 개 이상이 합쳐져 지름 2mm 정도의 크기가 되면, 부력보다 중력이 커져 땅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만약 이때, 순수하게 구름입자만 뭉쳐서 빗방울을 만든다면 습도가 400% 이상이어야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구름은 습도가 100%만 돼도 비를 내릴 수 있다. 구름입자가 서로 뭉치는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 구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을 빙정핵이라고 부른다.

구름에 ‘비 씨앗’ 뿌려
인공강우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구름에 빙정핵 역할을 하는 ‘인공 비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공 빙정핵으로도 구름입자가 뭉치는 과정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름의 종류에 따라서 ‘비 씨앗’도 달라진다. 내부온도가 0℃ 이하인 한랭구름에 쓰는 ‘비 씨앗’은 요오드화은과 드라이아이스다. 한랭구름 안에 *과냉각 물방울의 형태로 존재하는 구름입자가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만나 얼음입자로 성장하면, 다른 입자들과 충돌하면서 지상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0℃ 이상의 대기층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얼음입자가 녹아 빗방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온도가 0℃ 이상인 온난구름에서는 염화나트륨 등의 친수성 물질을 이용한다. 친수성인 온난구름의 구름입자는 주위의 수증기를 끌어당겨 물방울을 형성하고, 커진 물방울은 다른 작은 물방울과 충돌ㆍ응집과정을 거쳐 빗방울이 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비 씨앗’은 보통 비행기, 로켓, 대포 등을 이용해 대기 중에 살포한다.

한편,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항공기로 구름 속에 수증기를 제거하는 화학제를 살포하고, 구름을 흩어지게 하기 위해 많은 수의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개막식 때 맑은 날씨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인공강우와는 반대로 비를 내리지 않게 해 역(逆) 인공강우 기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용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인공강우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 내부에는 공기의 상승과 하강기류가 심해 적절한 시점에 인공 빙정핵을 뿌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구름 한 점 없이 햇볕만 쨍쨍 내리쬐거나 구름이 습도 100% 이상의 *과포화 상태가 아니면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인공 빙정핵을 뿌리는 시점이 잘못되면 오히려 자연강우마저 방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인공강우 연구가 활발한 나라들은 항공기로 구름 상태를 장기간 관찰하고, 레이더로 구름의 흐름을 추적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파괴 위험도 존재해
중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공강우 기술로 클린(clean) 올림픽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처럼 인공강우를 이용하면 대기오염을 일시적으로 정화하거나 가뭄을 해결하고, 수자원을 확보해 경제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 역(逆) 인공강우를 통해 태풍과 같은 자연 자해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강우는 지구환경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일까? 국립기상연구소 장기호 연구관은 “실제 중국에서 요오드화은에 의한 환경오염문제가 대두됐다”며 “하지만 인공강우에 사용되는 요오드화은이 100m/s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분당 1g의 아주 소량으로 뿌려지기 때문에 큰 환경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기상 전문가들은 요오드화은과 같은 중금속은 미량이지만 지구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분진상태에서 흡입하면 구토와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연재해를 줄이고자 역(逆) 인공강우로 태풍을 없애면 전 지구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막아 다른 지역에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태풍은 저위도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수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상 전문가들은 인공강우의 무분별한 시행보다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인공강우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반성 없이 대기오염과 수자원 부족의 해결책으로 오로지 인공강우만을 생각한다면 지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강우. ‘날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신뿐이다’와 같은 옛 사람들의 편견을 깬 과학 기술의 발달일까. 아니면 인간의 욕망이 부른 또 하나의 재앙이 될까.


*과냉각 물방울 : 0℃ 이하의 온도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
*과포화 : 용매가 자신이 녹일 수 있는 최대량 이상의 용질을 녹이고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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